깜깜이 채용 의혹에 교육부도 ‘확인중’...서울대 측 “서울교육청에 채용공고 등록 요청...공정성 위해 최선” 반박
서울대 부설학교 채용과정이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청와대에 올라온 국민청원에는 서울대가 법인화 전환 이후 자체적으로 교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청원인은 “다른 사범대 부속학교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선발 인원, 일정을 상세히 적어 공고하고 있지만 서울대는 사범대학 게시판에만 몰래 채용공고를 올리고 있다”며 “이후 서류전형을 통해 소수의 지원자만을 선별한다. 물론 수업시연과 면접을 진행한 후에 교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서류전형만 통과하면 합격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청원인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울대 부설학교 교사 자리가 ‘내가 000도 뽑아 주었으니 나에게 잘 보여라’라고 교수들이 자랑하면서 제자들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며 “청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개 채용해도 다른 지원자들은 들러리만 서고 교수들이 평소에 눈여겨 본 제자를 꽂아줄 건데 애쓰지 마라’, ‘네가 평소에 잘 보였어야지’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결과 최근 교육부에도 서울대 채용공고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교육부는 사실 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과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는 제보가 들어와 확인 중에 있다”며 “제보자가 제기한 사범대 교수의 채용 개입 의혹에 관해서도 확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대 부설학교 정규교원 채용 공고는 서울대 사범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지만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채용공고는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에서도 게시되어 있다. 또 인사혁신처에서 운영하는 채용정보 사이트 ‘대한민국공무원되기’와 ‘나라일터’에도 다양한 사립·공립·국립학교 교원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지만 서울대 부설학교 정규교원 채용 공고는 찾아볼 수 없다.
서울대 부설학교들(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중학교,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여자중학교,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립대학법인’에 소속된 학교다. 2011년 서울대가 국립대학교에서 국립대학법인이 되면서 2014년 서울대 부설학교들도 국립대학법인에 속하게 됐다. 국내에서 국립대학법인 형태의 대학교는 인천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단 2곳으로, 이 중 서울대만이 부설학교를 소유하고 있다.
서울대 부설학교가 법인화되면서 교원들의 신분과 채용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서울대 부설학교들은 서울시 교육청에 위탁해 교원을 채용했지만 2014년부터 서울대가 직접 선발하고 있다. 교원들의 신분 역시 교육 공무원에서 법인 직원으로 바뀌었다.
앞의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학법인의 교원 채용은 사립학교법을 따른다. 실제로 서울대 부설학교 교원들은 사학연금에 가입하고 사립학교 교원과 신분이 비슷하다”며 “사립학교법에는 교원 채용공고를 주요 일간지와 인터넷 등에 공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특별히 어디에 몇 곳에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공개경쟁 채용이기 때문에 응시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에 맞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사범대학 측은 부설학교 교원 채용 공고는 서울대 사범대학 홈페이지와 나이스(NEIS)에 게시되었다고 밝혔다. 나이스에 올라온 채용 공고는 교원들만 열람할 수 있다.
서울대 사범대학 관계자는 “교육청에 교원채용 홍보를 요청해 교육청 홈페이지 또는 나이스 홈페이지 게시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현재 나이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걸로 확인됐다. 일반 신문에는 채용공고를 게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채용 과정에서 서울대 교수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대 사범대학 측은 ‘공정한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서울대 사범대학의 교원 채용은 서류-수업 실연-면접 3단계로 진행되며 독특하게 별도의 지필 평가가 없다. 각 전형에는 서울대 교수를 포함해 외부 인사들이 참여한다.
일각에서는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하며 직접 부설학교 교원을 선발하게 됐지만, 국립학교라는 장점이 사라져 외부에서 역량있는 교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부설학교 교원 4명 중 1명은 기간제 교사다. 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 부설학교 교원 중 45% 가량은 서울대 출신이다. 적잖은 숫자다.
앞서의 서울대 사범대 관계자는 “지필평가는 객관성이 뛰어 나지만, 평가의 제한이 있다. 오히려 서울대 학생들은 지필평가에 강한 편이기 때문에 지필평가를 뺀다고 해서 유리할 부분이 없다”며 “(부설학교 교원 채용 전형 단계마다) 서울대 교수 한 명 정도가 포함되긴 하지만 외부 인사들이 있으므로 교수가 혼자서 맘대로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