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한국의 미 알리기<2>
아파트나 양옥이 우리의 주된 주거 형태가 되어 버린 지금은 처마라는 단어도 생소해졌다. 지붕을 얹은 양옥의 물받이를 처마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러나 처마에는 미가 있고 과학이 있고 우리 조상들의 삶이 녹아있다. 용마루, 치미, 박공, 서까래, 추녀, 부연, 사래 등 한옥 지붕의 구조를 설명하는 단어가 다양함에서도 우리 한옥이 지붕과 추녀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엿보게 한다.
중국의 처마가 웅장한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장대하고도 권위적인 형식이라면 일본의 처마는 세부적인 면에 흐른 구성과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 형식이라고 말해진다. 그런 점에서 한옥의 처마는 꾸밈이 없으면서도 아름다움이 있고 생활 속에서 기능하면서도 정서를 자극한다.
외부와 단절된 구조인 양옥이나 아파트와는 달리 안방을 나와 대청이나 마루에 나서면 그대로 산이 보이고 하늘이 보이는 한옥은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하다. 따라서 처마는 한옥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사철의 구분이 명확한 우리나라의 가옥 구조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햇살은 잘 받아들이게 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기능을 처마가 담당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