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전자의 지배구조가 그렇게 허약하다니….’
영국계 투기자본이 오성그룹의 오성전자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이상희는 몸서리를 쳤다. 국제투기자본이 닭의 모가지를 비틀듯이 한국의 목을 비틀어대고 있었다.
‘호오. 제임스 본드 스타일이잖아?’
그때 작은 여행용 가방 하나를 들고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에드워드 바크스가 보였다. 그는 키가 훤칠하게 큰 중년신사였다. 동영상으로 확인을 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익스큐즈 미. 미스터 에드워드 바크스?”
이상희는 유창한 영어로 회색 양복을 입은 사내에게 물었다.
“예스. 닥터 이상희?”
“오케이.”
이상희는 활짝 웃으면서 에드워드 바크스와 악수를 나누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눈이 파란 사내였다. 머리는 검은색이고 짧았다. 이상희의 머리가 어깨에 닿을 정도로 키가 컸다.
“미인이군요. 에드워드라고 부르세요.”
에드워드 바크스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웃었다.
“호호호. 미스 리라고 부르세요.”
이상희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면서 에드워드 바크스를 안내하여 공항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그녀의 에쿠스 승용차를 주차시켜 놓았던 것이다.
“여행은 괜찮았어요?”
“네. 아주 좋았습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안경을 쓰고 있어서 전형적인 금융인이나 학자형으로 보였다.
“한국은 IMF를 잘 극복해 가고 있는 것 같군요.”
차에 올라타자 에드워드 바크스는 이상희의 옆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남미와는 다르죠.”
이상희는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은 외국 투기자본에 10년 동안 농락을 당한 뒤에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같은 나라는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고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한국은 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하겠지만 반드시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이다.
“미스 리, 영어가 아주 유창합니다.”
“조지타운 대학 경제연구소에 있었어요.”
“아, 미국에 있었군요. 언제 귀국했습니까?”
“1996년이요.”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와 건성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공항도로를 달렸다. 공항도로는 한적하여 1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공항도로에서 벗어나 시내로 진입을 하자 도로 곳곳에서 차들이 정체되고 있었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IMF 상황인데도 차들이 밀리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상희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바람에 약간 짜증이 났으나 미리 예약을 한 광화문의 호텔에 에드워드 바크스의 짐을 풀게 했다.
“일은 점심 식사 후에 하죠. 점심은 한국식으로 하겠어요?”
이상희는 넥타이를 푸는 에드워드 바크스에게 물었다.
“미스 리가 좋은 대로 하세요.”
에드워드 바크스는 캐주얼로 바꾸어 입고 이상희를 따라 나왔다. 6월이었지만 때이른 더위로 푹푹 찌는 날씨여서 호텔에서 나오자 숨이 턱턱 막혔다.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를 프레스센터 뒤에 있는 갈비집으로 데리고 갔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방석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것이 불편해 보였으나 이상희는 상관하지 않았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식으로 살아야 한다. 지나치게 외국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숯불에 양념을 한 소고기를 굽자 에드워드 바크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서툰 젓가락으로 한 점을 집어먹어 보고는 원더풀을 연발했다.
‘자식이 소고기를 처음 먹는 것도 아니면서… 하긴 스테이크밖에 모르면 맛이 각별하지.’
‘일을 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듯 몸을 풀어야지. 후후….’
이상희는 좋은 체구를 갖고 있는 에드워드 바크스를 보면서 헐헐대고 웃었다. 어차피 일주일 동안 이놈을 안내해 주어야 하니 섹스는 옵션인 것이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소주를 세 잔 마시자 얼굴이 붉어졌다.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의 중후한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서류를 먼저 검토하세요.”
이상희는 호텔로 돌아오자 원탁회의에 보고한 내용 외에 별도로 작성한 세밀한 보고서를 에드워드 바크스에게 내밀었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소파에 앉아 땀을 식히다가 서류를 받아서 살피기 시작했다. 이상희는 거실에서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에드워드 바크스와 고기를 먹으면서 땀을 흘렸기 때문에 시원하게 샤워를 할 작정이었다. 등 뒤에서 에드워드 바크스가 쳐다보는 것을 느꼈으나 상관하지 않았다. 이상희는 욕실에 들어가자 샤워 꼭지를 돌려서 시원하게 물줄기가 쏟아지게 했다.
‘이게 땀부터 흘리겠다는 수작인가?’
이상희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옷을 벗은 에드워드 바크스가 욕실로 들어오면서 웃음을 날렸다. 이상희도 미소를 지었다. 에드워드 바크스 앞에서 옷을 벗은 것은 그가 욕실로 따라 들어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자식이 침을 흘리기는….’
이상희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더듬는 에드워드 바크스를 향해 돌아섰다.
‘아이고야. 이놈 물건이 장난이 아니네.’
에드워드 바크스의 단단한 가슴께를 살피다가 하체를 살피자 이상희는 가슴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상희는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에 돌아온 지 벌써 4년이나 되었고 외국인들과 섹스를 한 것은 손가락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미스 리, 당신은 아름다워요.”
에드워드 바크스가 그녀에게 다가와 포옹을 했다.
“호호호. 당신도 멋있어요.”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에게 안기면서 미소를 날렸다. 굳이 샤워를 할 필요는 없었다. 서로가 선수인데 격식을 차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상희의 몸뚱이는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이상희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에드워드 바크스의 손바닥에 잡힌 가슴에서 기분 좋은 쾌감이 느껴졌다.
‘아….’
이상희가 입을 벌리고 가늘게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허리를 숙여 그녀의 가슴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었다. 이상희는 벽에 등을 기대고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그녀의 가슴을 입속에 넣고 저작할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혈관을 따라 물결쳤다. 이상희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오고 단내가 뿜어졌다.
“음. 좋아. 아임 해피….”
이상희는 허리를 비틀며 중얼거렸다. 그때 이상희는 숨이 컥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얼굴을 하체로 가져온 것이다.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의 머리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짐승 같은 놈….’
이상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빨사이로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에드워드 바크스가 짐승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희는 몸부림을 쳤다. 에드워드 바크스는 침대에서도 야수처럼 격렬했다.
‘아아 기분 좋다.’
이상희는 에드워드 바크스가 침대에서 떨어져 눕자 네 활개를 펴고 누워서 가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피로감과 포만감이 엄습해 왔다.
“에드워드, 블랙마리아가 오성전자를 공격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에요?”
샤워를 하고 커피를 마신 뒤에 이상희는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오성전자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아닌가. 원탁회의가 오성전자를 먹어 치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탁회의는 오성전자가 목적이 아니오. 원탁회의는 오성전자가 대주주인 우즈베키스탄의 구리 제련공장인 카나미스를 사들이기 위해 오성전자를 공격하는 것이오.”
“오성전자는 원탁회의에 넘어가지 않아요?”
“그렇소.”
이상희는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오성전자와 하등의 관계가 없었으나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오성전자가 외국인들에게 팔리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