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강석호가 영입작업 나서…이혜훈·오신환·하태경 거론되지만…
이 의원 탈당 과정에서 의원 4~5명이 추가로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탈당이 예상되는 의원들의 실명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미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가교역할을 자처하며 이들의 복당 작업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됐다. 예정된 움직임이었던 그의 복당을 두고 앞으로 이어질 탈당 규모와 시기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 서 있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이학재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면담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이 의원이 복당하자 4~5명의 의원이 추가 탈당할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학재 의원 측은 특정 인물을 지칭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학재 의원실 관계자는 “그냥 전체적으로 말한 것이지 누군가를 콕 찍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자유한국당 복당 시점이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 이후일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비박계 후보가 당권을 잡아야 복당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학재 의원실 측은 “시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과 맞지 않아 한국당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라며 “오히려 우리는 좀 더 일찍 들어오려 했다. 정기국회 끝나고 원내대표 경선 끝나는 12일에 복당하려 했지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으로 18일에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탈당은 예견된 일이었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뒤 국회에는 탈당 시나리오와 함께 정계개편에 대한 온갖 예측이 나돌았다. 이 시점은 7월 여야 원구성 협상 직전으로 각 정당 모두 서로 위원장직을 가져가려 한창 줄다리기를 할 때였다. 그 당시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이학재 의원이 곧 탈당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다. 그런데 설마 지금 탈당하겠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정보위원장 자리 차지할 텐데, 일단 자리 얻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보위원장 되고 나면 그 뒤에 얼마 안 가 탈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도 이학재 의원의 탈당 발표 약 2~3주 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의 탈당을 예고했다. 그는 반문‧보수연대와 관련해 “현재 바른미래당에 있는 의원들, (먼저) 이학재 의원의 입당이 있을 것”이라며 “지상욱 의원과 여러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보수연대가 무르익을 때 해야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8일 그의 예언대로 이학재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 의원은 이학재 의원 다음으로 지상욱 의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국회 관계자들은 “지상욱 의원이 (탈당한 뒤 한국당으로) 복당한다는 것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임박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상욱 의원이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인 만큼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시간차를 두고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두 사람은 함께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지상욱 의원이 조금 일찍 들어와 유승민 의원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학재 의원과 지상욱 의원, 유승민 의원 외에 눈에 띄게 언급되는 인물은 이혜훈 의원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이혜훈 의원은 이전부터 한국당에 너무 들어오고 싶어 하더라”라며 “지금 그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은 이혜훈 의원이고, 곧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혜훈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이혜훈 의원은 한국당 복당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한국당으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비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아닌 뜻밖의 인물들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홍문표 의원과 강석호 의원이 이들을 데려오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이들도 “그 두 의원이 그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들이 김무성 의원과 그 외의 사람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 왔다. 영입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문표‧강석호 의원실 관계자들도 “이 의원과 접촉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 홍‧강 의원이 그런 역할을 맡고 있긴 하다”라고 했다. 이 두 의원은 당의 중진이자 무게감 있는 위치로 당내 조율 등을 도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복당에서도 두 사람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학재 의원을 시작으로 한 탈당 물결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복당파 한 의원은 “오신환 의원과 지상욱 의원은 복당을 생각하더라. 그런데 무언가 계기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라며 “나는 오신환 의원을 자주 만나서 잘 알고 있다. 그는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편이고, 지금의 상태보다는 혁신 개혁의 모습을 띠면 좋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러나 오신환 의원은 이학재 의원같이 개별 입당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는 개인적인 입장보다는 반문연대, 범보수연대 같은 큰 틀에서의 계기가 필요할 것 같다”며 “이학재 의원은 원래부터 복당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먼저 복당을 한 것이고, 다른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복당할 것 같진 않다. 다 같이 복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신환 의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학재 의원과 같은 방식으로 탈당한 후에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신환 의원은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는 한 번도 그런 의사를 표시한 적도 없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라고 부정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오신환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당하고 싶어도 자신의 지역구(관악구을)가 민주당세가 강한 곳이어서 보수적인 한국당에 복당하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현재 바른미래당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어 복당 대열에 합류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하태경 의원도 오신환 의원과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국회 관계자들은 “하태경 의원은 복당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겠냐. 그동안 한국당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는데, 한국당에 들어가려 해도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부터 하태경 의원이 발언의 수위를 꽤 낮추는 것 같긴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