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누리꾼 ‘신고 칼바람’으로 유튜브 채널 동영상 삭제... 크리에이터 시대의 어두운 단면
‘초딩 유튜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띠예가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사진=유튜브캡쳐
[일요신문] ‘초딩 유튜버’로 이름을 날린 크리에이터 ‘띠예’가 활동 중단을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띠예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먹방 동영상을 게재해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초등학생 유튜버다. 띠예는 특유의 순수함과 귀여움을 앞세웠고, 단박에 유튜브 스타로 거듭났다. 띠예는 유튜브 채널 개설 한 달 만에 구독자 48만 명을 끌어 모았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
하지만, 일부 누리꾼이 띠예가 업로드한 동영상을 신고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초딩 유튜버 흥행 신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고의 칼바람’은 거세게 몰아쳤고, 띠예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은 하나둘 삭제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삭제된 동영상은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동치미 ASMR 먹방’이었다. 여기에 적잖은 인기를 끌었던 ‘머랭 쿠키 ASMR 먹방’까지 삭제됐다.
띠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누리꾼의 신고로 동영상이 삭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띠예는 활동 중단을 결심했다. 띠예는 15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1~2달 동안 잠시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띠예가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누리꾼의 신고는 멈추지 않았다. 20일 기준 누리꾼의 ‘신고 칼바람’에서 살아남은 띠예의 동영상은 단 두 개 뿐이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바로 띠예의 동영상이 삭제된 근거다. 띠예가 업로드한 동영상은 유튜브 자체 규정에 따라 삭제된 걸로 알려졌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를 통해 자체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커뮤니티 가이드’는 음란, 상해·사망 등 12개 항목의 위반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놨다.
문제는 띠예의 동영상이 커뮤니티 가이드를 명백히 위반했느냐 여부다. 띠예가 올린 동영상을 살펴보면,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배한 흔적을 찾기 힘들다. 애초에 띠예는 대사 없이 음식 먹는 소리를 들려주는 컨셉트로 방송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였다.
일부 누리꾼은 “띠예의 동영상 삭제는 일종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한다. 유튜브가 띠예의 동영상을 삭제하는 데 절차적 정당성을 제시하지 못한 까닭이다.
‘일요신문’은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 코리아에 이메일을 보내 ‘띠예 동영상 삭제 절차’에 대해 질의했다. 하지만 구글 코리아 측에선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전화 연결 역시 닿지 않았다. 사실상 ‘띠예 동영상 삭제’와 관련된 명확한 근거를 들을 수 있는 경로가 전혀 없는 셈이다.
구글 코리아 측이 ‘동영상 삭제 절차 정당성’을 확립하지 못하면 ‘제2의 띠예 논란’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한편, 교육부는 13일 ‘전국 초·중·고생 희망 직업 순위’를 발표했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였다. 희망 직업 Top 5에 유튜버가 새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터넷 방송은 어린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띠예 동영상 삭제 논란’의 뒷맛이 씁쓸한 이유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