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손발이 되면 돈이 모인다
▲ ‘카르마젠’ 이수영 사장 | ||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재료와 식품이 각광받고 있다. 인기 건강 프로그램에 소개된 식재료는 방송 후 매출이 평소보다 몇 배 이상 늘거나 품귀현상까지 일 정도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매번 특정 식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건강의 틈새시장을 공략, 소비자의 손과 발이 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창업자를 만나봤다. 주부들을 대신해 사골국을 끓여주는 ‘한양 가마솥 사골국’ 김병우 사장(47)과 사찰식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카르마젠(www.karmazen.co.kr)’ 이수영 사장(45)이 그 주인공이다.
‘카르마젠’ 이수영 사장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절밥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사찰의 건강식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찰 음식을 맛보기 위해 매일 절에 갈 수는 없는 일. 이수영 사장은 이런 사람들의 아쉬움에 착안, 인터넷으로 스님들이 만든 사찰식품을 팔고 있다. 상품은 고추장, 된장 등 장류와 환류, 헛개나무, 구절초 등의 즙류 세 가지. 공급량이 한정돼 있어 홈페이지에 등록한 회원에게 우선적으로 팔고 있다. 건강식품을 팔던 그가 사찰식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식품박람회에서 만난 한 스님이 자신이 개발한 금연초 판매를 의뢰한 것.
10년 전 건강식품 사업에 뛰어든 그는 “홈쇼핑의 등장으로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져 대안을 모색하던 중이었는데 스님과의 만남으로 사찰의 수익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산사에서 스님이 만드는 죽염, 된장이야말로 천연의 재료를 쓴 100% 건강식입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어요. 그런데 대부분 직접 찾아가서 사야하는 번거로움을 하소연하더군요.”
그는 조미료가 아닌 천연의 재료를 쓰는 사찰 음식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의 트렌드가 딱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 사찰 식품 사업을 결심했다.
먼저 손을 잡은 것은 충청도 공주에서 (주)영평식품을 운영하고 있는 영평사. (주)영평식품은 사찰의 수익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운영미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OEM으로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광고 디자이너 출신인 그가 제품 디자인에 직접 나섰다.
가장 먼저 내놓은 제품은 영평사의 상징인 구절초 즙과 헛개나무 즙.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시제품을 나눠줬는데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올해 1월에 출시된 장류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된장은 3년 이상 숙성된 것, 고추장은 매실과 과일로 단맛을 낸 것입니다. 모두 죽염을 쓰기에 건강에도 좋고요.”
현재 매출의 80%는 기업체 선물용으로 나머지는 개인고객에게 팔린다. 된장 900g이 2만 5000원으로 시중 제품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고급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포장을 고급화 한 10만 원 이상의 고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최근 출시된 ‘표고버섯 서목태 청국장환(2만 5000원)’도 청국장냄새가 나지 않아 반응이 좋다. 이 사장은 사찰 식품에 BM 특허(Business Model Patent)를 출원한 상태다. 이를 통해 15년 간장과 같은 특별한 제품을 인터넷으로 팔 계획이라고.
이 사장이 사찰 식품에 투자한 금액은 7000만 원. 현재 연매출은 10억 원 정도다. 마진율은 즙 상품이 35%, 장류는 12%.
▲ ‘한양 가마솥 사골국’ 김병우 사장 | ||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시장 건너편의 작은 시장골목. 일렬로 늘어선 점포 중 유독 한 곳의 열기가 만만치 않다. 바로 김병우 사장이 운영하는 사골국 전문점이다. 열기의 원인은 300인 분의 가마솥 3개다. 동시에 사골국을 끓여내느라 점포 안은 그야말로 가마솥더위다. 하루에 3~4번을 끓여내야 제대로 된 사골국이 나온다. 완성된 사골국은 개별포장과 냉동과정을 거쳐 전국에 택배로 배송된다. 이렇게 팔리는 사골국은 한달 평균 1500여 개. 월평균 1200만 원의 매출.
관광레저 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던 그가 사골국 전문점을 차린 것은 지난 2006년 2월.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기초를 다지기 위해 서울시 실전창업스쿨에 등록하고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여성 편의 업종.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다. 사골국은 아내가 힘들게 끓이는 모습에 착안한 것. 주부의 노력과 비용을 덜어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보양식이 바로 사골국이죠. 그런데 한번 끓여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재료값이 비싸고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들어요. 또 한번 끓여놓으면 물릴 때까지 먹을 양이 나와야 한다는 것도 곤욕이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누가 사골국을 사서 먹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홈쇼핑 제품도 큰 걸림돌인 셈.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양질의 재료를 써서 제대로 끓여내면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유명하다는 사골국 전문점을 돌아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최종적으로 그가 고른 조리법은 순수하게 물과 사골만 사용하는 것. 최종 상품이 나오는 데 냉동과정을 포함해 2일 정도 걸린다. 가정에서보다 더 정성을 들이는 셈. 그는 “일반인은 정육점에서 파는 것을 살 수밖에 없지만 자신은 도매시장에서 양질의 재료를 직접, 대량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좋은 재료를 사기 위해 현금 결제를 원칙으로 한다. 덕분에 질 좋은 앞다리 왕사골 구입이 가능해졌다. 그는 “앞다리는 운동량이 많아 골밀도가 높고, 사골국물용으로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제품은 4~5인이 먹을 수 있는 양(1.5L)으로 만들고 가격도 8000원으로 문턱을 낮췄다. 명절에는 기업체에서 선물용으로 주문이 많다. 세트제품(1.5L, 4개입)이 100~120개 정도 나간다. 앞으로 그는 재래시장 인근에 10평 내외의 사골특화 음식점을 낼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맹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사골국 판매전문점을 여는 데는 5000만 원이 들었다(14평 점포임대비용 포함). 월평균 매출은 1200만 원, 순수익은 400만~500만 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