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준결승에서 ‘중국 최강’ 커제 꺾어…박영훈은 2회 연속 춘란배 결승 진출
중국 춘란그룹에서 주최하는 춘란배는 2년에 걸쳐 열린다. 보통 3월에 본선 24강과 16강이 펼쳐지고, 12월에 8강과 4강이 벌어지며, 다음 해 6월에 결승 3번기를 치른다. 2018년은 이런 순환을 시작하는 해였다.
박정환(오른쪽) 대 커제. 12월 19일 춘란배 준결승 종국 장면
제12회 대회는 지난 3월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시에서 시작했다. 본선은 전기 대회 우승자 탄샤오, 준우승자 박영훈, 3위 커제에게 시드를 줬고, 중국 8명, 일본 5명, 한국 5명, 대만 1명, 미주 1명, 유럽 1명씩 국가별 티켓이 배정되었다.
한국선수는 박정환, 신진서, 김지석, 강동윤, 이세돌, 박영훈(전기 준우승)까지 최강멤버가 나섰지만 본선 1회전(24강)부터 2명이 탈락했다. 신진서가 중국 당이페이에게, 이세돌은 일본 신예 일본 모토키 가쓰야에게 졌다. 이어진 16강에선 강동윤이 커제에게 패했다.
12월, 다시 열린 대회를 위해 박정환, 김지석, 박영훈 삼총사가 중국 저장성 닝보로 향했다. 17일 열린 춘란배 8강에서 김지석은 커제에게 반집 차이로 져 분루를 삼켰다. 박정환이 셰커, 박영훈이 구쯔하오를 이겨 준결승은 ‘박정환 대 커제’, ‘박영훈 대 당이페이’ 한중 대결로 압축된다.
19일 잉멍위안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준결승에선 박정환 대 커제 대결에 가장 관심이 쏠렸다. 상대전적도 박정환 기준 8승 7패로 팽팽한 상황이었다. 결과는 아슬아슬한 역전승. 종반 들어 마지막 끝내기 과정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는데 차이는 한국규칙으로 백 1.5집 승, 중국규칙에선 1/4자(子)였다.
춘란배 역대 우승자
박영훈도 중국 당이페이를 물리치고 춘란배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박영훈은 2007년 후지쓰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 준우승이 계속 이어졌다. 한국기사와 대결도 많았다. 2008년 삼성화재배에선 이세돌에게 1-2로 패했고, 2016년 제20회 LG배 결승에서 강동윤에게 1-2로 졌다. 2018년 제3회 몽백합배에선 박정환에게 0-3 스코어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기 춘란배 결승에선 중국기사 탄샤오에게 1-2로 졌다. 10년 이상 이어진 세계대회 준우승 트라우마를 춘란배 결승에서 극복할 수 있을까?
춘란배 덤은 7집 반이며 생각시간은 각자 2시간 25분에 1분 초읽기 5회를 준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한화 약 1억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5만 달러(한화 약 5700만 원)다. 지난 대회까지 한국이 5회, 중국이 5회, 일본이 1회 우승했다.
박주성 객원기자
[승부처 돋보기] 마지막 역전 장면 ●커제 9단 ○박정환 9단 291수 백 1.5집승 흑이 패를 해소하자 형세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바둑은 흑은 단단한 실리를 차지하고, 백이 두터움을 유지하는 흐름이었다. 흑이 약간 우세한 형세에서 중반 우하귀에서 생긴 패가 마지막 승부처로 떠올랐다. 우하 백돌은 그냥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살기만 해서는 불리했기에 박정환은 바깥을 막고(백 네모 표시) 이단패를 만들었다. 국후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박정환은 팻감을 잘못 헤아리고 있었다. 초반부터 쌓아온 두터움을 배경으로 맹공을 퍼부었던 흑 대마(세모 표시)도 패싸움 과정에서 완생해 국면은 더 좁아졌다. 백은 좌변에 남아있던 절대 팻감까지 다 쓴 후에 백1로 방향을 틀어 달콤한 회유책을 제시했다. 국후 박정환은 “만약 흑이 중앙을 받아주고 패싸움을 이어갔다면 백이 이기는 길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때 커제는 형세를 약간 낙관하고 있었다. 마침 초읽기에 들어갔고 어려운 장면이라 일단 흑2 이후 6까지 깔끔하게 패를 해소하고 봤다. 그래도 유리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백은 그 대가로 3의 뻗음과 7의 마늘모를 얻었고, 중앙에 몽실한 집을 지어 역전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정밀함을 다투는 끝내기싸움에서 박정환 손끝이 종횡무진하며 역전에 성공한다. 커제는 안국현과 접전을 벌인 지난 삼성화재배 결승 3국, 김지석과 대결한 춘란배 8강전 등에서도 마지막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반은 무적을 자랑하는 커제의 약점은 끝내기일까? 아무튼 이 대국은 초중반 계속 불리한 형세였던 박정환이 종반 살짝 드러난 커제의 허점을 정밀하게 타격해 승리를 일궈낸 일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