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재직 시절 ‘비리 의혹’ 수면 위 부상... 김 씨 “대응하고 싶지 않다”
안민석 의원 전 보좌관 김 모 씨와 관련한 ‘낙하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2014년 김 씨가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재직 중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김 아무개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노컷뉴스’는 “안민석 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 씨가 2017년 8월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직에 임명된 것과 관련한 낙하산 의혹이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김 씨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안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한 측근 인사다.
2012년 1월 김 씨는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부임했다.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은 ‘체육계 노른자위’로 꼽히는 요직이다.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거대한 지자체 체육회’의 결재권자인 까닭이다.
그러던 2014년 8월. 김 씨는 취임 후 2년 8개월 만에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를 내려 놓았다. ‘4년 임기’가 1년 반가량 남은 시기에 돌연 사퇴한 김 씨의 행보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김 씨가 ‘체육계 요직’을 갑작스럽게 사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신문’은 2014년 김 씨가 비리 의혹으로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직을 내려놨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전직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임원 A 씨는 “김 씨가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재직 중에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는 비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김 씨는 2012년 11월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들과 중국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당시 김 씨는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들과 어울려 비위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뒤인 2014년 서울특별시 정무팀이 이러한 비리 정황을 인지했고, 이 건을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김 씨가 부담을 느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인 김 씨는 26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그 문제(비리 의혹) 관련 내용에 대해선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는 “서울시체육회 실무자 해임 건과 관련된 소송을 진행 중일 때 나온 이야기다. 해당 실무자가 서울시체육회 복직을 하기 위해 재판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를 흘렸다. 내가 서울시장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한 최고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왔던 이야기다. 그 문제에 대해선 대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가 사직서를 낸 뒤 서울시체육회 내부에서 불거진 일련의 소동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2017년 2월. 김 씨는 화려하게 체육계 일선에 복귀했다. 대한체육회 이사로 임명된 것이다. 김 씨는 같은 해 8월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직을 꿰차며, 체육계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런데 김 씨가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직에 임명된 과정이 불분명했다. ‘낙하산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스포츠안전재단 정관 제30조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이사회 동의를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다.
사무총장 임명권자인 이사장은 스포츠안전재단 정관 제7조에 따라 대한체육회장이 겸임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씨가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이 된 배경엔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사진=일요신문 DB
‘낙하산 의혹’의 쟁점은 이기흥 스포츠안전재단 이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안민석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다.
김 씨는 24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기흥 이사장이 ‘나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싶다’고 거듭 제의했고, 안민석 의원이 고심 끝에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승인’은 통상적으로 인사권자가 가지는 권한이다. 안 의원이 김 씨의 사무총장직 제의를 ‘승인’했다면, 이는 ‘낙하산 의혹’의 결정적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26일 ‘일요신문’은 김 씨에게 ‘안 의원의 승인’과 관련한 진위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안민석 의원의 승인을 받은 게 아니라, 동의를 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씨는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 인사권자는 이사장이다. 이사회 동의를 얻게 돼 있다. (안 의원에게 동의를 구한 건) 내가 안 의원과 가까운 사람이니 ‘사무총장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동의를 구한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김 씨의 입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A 씨는 “스포츠안전재단 이사장이 사무총장직 임명에 관한 동의를 국회의원에게 구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말은 결국 김 씨가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직을 차지하는 데 안민석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김 씨의 낙하산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2016년 10월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시 이기흥 현 회장이 안민석 의원 측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회장에게 도움을 준 대표적인 인물은 한국테니스협회 주원홍 전 회장이었다. 주 전 회장은 체육계에서 ‘안민석 라인’으로 불린다. 김 씨가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직을 꿰찰 수 있었던 이면엔 주원홍-이기흥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가 있었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의 정점엔 안민석 의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김 씨가 안민석 의원의 전 보좌관이 아니었어도,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추천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낙하산 의혹’에 대한 의견을 더했다.
체육계 관계자 B 씨는 “그런(비리 의혹이 있는) 부도덕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요직을 꿰찰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낙하산 논란’에 이어 ‘또 다른 비리 뇌관’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김 씨를 둘러싼 논란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