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이 민다고? 만난 적도 없다” 김성한, 시중의 논란 일축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보군 중에는 내정설이 나돌았던 김성한 전 감독을 비롯해 신치용 삼성화재 고문,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포함됐다. ‘일요신문’에서는 선수촌장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알려진 인물들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12월 2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연말 기자회견은 긴장감 있게 진행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인사 문제로 집중 포화를 당했던 터라 이 회장은 기자들 앞에서 인사 문제 해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회장이 임명했던 1기 인사들 중 대한체육회의 요직에 있었던 전충렬 사무총장, 김용 사무부총장, 이재근 선수촌장, 이호식 부촌장 등이 임기가 만료되는 1월을 끝으로 물러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은 인사, 불교계 인맥 인사 등 이 회장의 인사에 잡음이 이어졌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이 회장은 2기 인사는 7명으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원칙과 전문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기자들이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과 명단 공개를 문의하자 “명단을 공개하면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공개하겠다”고 에둘러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김성한. 일요신문 DB
2017년 1월 선수촌장으로 임명된 이재근 촌장은 2년 임기에 1개월 정도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선임 당시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출신으로 행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상 첫 비경기인 출신 촌장이라 여러 이야기들이 난무했었다. 이 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선수촌 내 음주 문제와 체육회 간부들의 ‘곰사냥’에 연루된 부분이 밝혀졌고, 최근에는 배구 여자 대표팀 관계자 성추행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사면초가 신세였다. 결국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엄밀히 따지면 책임을 물어 사표를 받아낸 셈이었다.
그렇다면 신임 진천 선수촌장에 임명될 후보군은 누구일까. 앞서 언급한 3명의 후보군들 중 가장 먼저 김성한 전 감독과 전화 연결이 됐다. 김 전 감독은 ‘내정설’ 기사로 홍역을 치러서인지 인터뷰하는 내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아직은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내가 선수촌장 후보에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내정설이 보도된 후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 상당히 곤란하다.”
김 전 감독이 선수촌장 후보군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이전 문재인 대통령 선거를 도우며 민주당 중앙선대위 체육지원단장, 호남선대위 본부장 등 중책을 맡았던 부분이 다시 부각됐었다. 김 전 감독은 “선거 때는 순수하게 돕는 마음으로 한 거지 다른 의도가 없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와 관련 없는 선수촌에 야구인 출신이 촌장 후보로 거론된 데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고 하자 김 전 감독은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야구는 체육이 아닌가. 야구인은 체육인이 아닌가. 내가 체육을 안했으면 비난받는 걸 이해하겠지만 똑같은 체육인이고, 훈련하는 거나 선수들 심리 파악하는 건 어느 종목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김 전 감독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체육계에서는 김 전 감독이 선수촌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 여당의 유력 정치인과의 인연 때문이라는 소문이 존재한다. 그 내용을 물었더니 김 전 감독은 “난 그 분을 직접 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국정감사 때 TV에서 처음 봤을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고문도 자신이 후보군에 포함된 부분은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신 고문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른 후보군들을 보면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듯하지만 난 정치권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신치용. 일요신문 DB
“누구는 누가 밀고 있다는 말들이 내 귀에까지 들린다. 그래서 내가 선수촌장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내 뒤에 어느 정치인이 있는지 알아보는 기자도 있더라. 난 성격상 정치권에 기대 자리에 오를 생각이 추호도 없다.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일까지 벌이겠나.”
신 고문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은 원래 선수촌장 후보군에 없었다고 한다. 김성한 내정설이 나돌면서 갑자기 자신이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뒷얘기를 들려줬다.
“갑자기 후보가 됐다. 후보가 됐다는 소식만 들었지 대한체육회로부터 어떤 연락이나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 다른 후보는 몰라도 난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거의 20여 년간 선수촌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대표팀을 이끌며 어느 누구보다 선수촌의 실정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선수촌장은 명예직이다.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지만 이왕 새로운 선수촌장을 뽑는다면 선수촌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신 고문에게 선수촌장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신 고문은 자신 있게 대답해 나갔다.
“선수촌장은 지도자가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자율 속에서 책임 있는 지도자, 선수들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된다. 최근에는 지도자도, 또 선수들도 태극마크에 대해 큰 자부심과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촌장은 대표팀의 경기력을 높이고 선수들이 마음 편히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다. 촌장이 갑질할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높은 자리도 아니지 않나.”
사실 신 고문은 배구 감독으로 다시 현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소문에 대해서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2018년까지 삼성화재 고문을 맡고 2019년부터는 삼성화재 배구단 자문위원으로 일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선수촌장과 관련된 질문에 대뜸 “김성한 감독이 내정된 거 아닌가요?”라고 대답했다.
김호곤. 일요신문 DB
김 전 부회장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처음 회장직에 오른 뒤 직접 연락해서는 선수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렇게 제안해주신 부분은 대단히 고마웠다. 그러나 당시 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터라 선수촌장을 맡을 상황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고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만약 김 전 부회장에게 선수촌장 자리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어 다른 일을 맡기 어렵다”면서 “선수촌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선수촌장 자리가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지금은 뭐라고 단정지어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선수촌장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한 것과 관련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며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이전 프로농구 출신인 김인건 씨가 태릉선수촌장을 맡았을 때도 뒷말이 무성했었다. 선수촌장은 원래 메달리스트들, 비인기 종목 출신 중 국제대회에서 큰 역할을 해낸 사람에게 자리가 주어져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촌장이 이에리사 아닌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수촌장 자리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으면서 변질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인사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선정하겠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이기흥 회장이다. 이번만큼은 선수촌장 선임 관련해서 잡음이나 뒷말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