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확실한 교육과 브랜드 디렉팅 없이 ‘청년몰’ 콘셉트 하나만으로 되살리는 것은 역부족” 진단
전통시장의 쇠락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접근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고, 정부는 대형 유통채널과 차별화되는 전통시장의 매력을 살릴 방안으로 ‘청년몰’ 사업에 집중해 왔다. 전통시장에 입주하려는 청년 상인들에게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해줌으로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동시에 청년 고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청년몰 사업은 앞으로도 전국 각지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의욕적인 시작과 달리 벌써 파리만 날리는 청년몰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사진은 수원 영동시장 ‘28청춘 청년몰’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에도 청년몰 사업 초기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10월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이 중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결과보고가 완료된 2016년도 사업 기준, 정부가 14개 시장에 184억 원을 지원하여 조성한 274개 청년몰 중 72개 점포가 휴업(10개) 또는 폐업(62개)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연 지 불과 1년 만에 26.4%의 점포가 휴폐업한 것이다.
전통시장 청년몰에 입주한 청년상인들은 정부의 지원 의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정부와 상인 모두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지방 소도시 전통시장 청년몰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A 씨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청년 상인들을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지역 주민들도 많이 달라진 시장 모습에 좋아하신다”며 “하지만 이곳은 임차료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엄청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근본적으로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청년몰 관계자는 “우리 청년몰이 전국에서 청년몰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30여 개의 점포 중 개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점포는 한 곳뿐이다. 한 공간에 여러 번 가게가 바뀐 예도 있다”며 “주변 시장 청년몰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하더라. 단순히 임차료를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장사의 기본적인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미 유동인구가 없는 전통시장을 확실한 교육과 브랜드 디렉팅 없이 ‘청년몰’이라는 콘셉트 하나만으로 되살리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의 저자 양도영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성공하는 가게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좋은 입지, 훌륭한 서비스와 제품, 마케팅이다. 일단 전통시장은 유동인구가 없다는 점에서 입지가 좋지 않은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컨설팅 과정없이 단순히 월세와 인테리어 비용이 지원된다는 점 때문에 입점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에는 입지가 좋지 않더라도 매장이 고객을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비 창업자라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그것을 홍보하고 고객에게 인정받고 바이럴이 일어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몰 창업자들도 실제로 장사를 해보니 컨설팅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몰 입주자 대부분이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존 점포와 차별화되는 요소를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전통시장 청년몰 입주자들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그 내용에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앞의 A 씨는 “너무 새로운 아이템은 실패 위험이 크다 보니 청년몰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점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종도 비슷한데 유동인구 자체가 적다 보니 어느 정도는 기존 점포와 매출 나눠 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청년몰에 입주한 점포가 총 25곳인데 컨설팅을 한 분이 맡다보니 백종원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처럼 세밀한 코칭은 힘들다. 이 부분이 강화되면 큰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토로했다.
청년몰이 입주한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자기만의 소스를 개발하거나 독특한 음식을 하는 식당은 확실히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손님이 있다”며 “하지만 핸드메이드 소품 등 공예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은 대개 매출이 좋지 않다. 양초, 헤어핀 같은 경우에 꼭 필요한 것들도 아니고 청년몰을 찾는 고객들 상당수가 사진을 찍으러 오는 젊은 층이라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