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전 총장 “김광태 이사장, 과거부터 학교 매각 의지 커” vs 대학 측 “운영권 매매에 대한 논의 없었다”
안양대 신학대 비대위와 교수들은 주말을 제외한 1월 한 달 간 안양대의 타종교 매각을 반대하는 기도회를 진행한다. 사진=안양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안양대 학교법인 우일학원의 이사장과 이사회가 학교 매각을 시도한다는 의혹은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우일학원은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임기 만료 이사 2명을 대체할 후임 이사로 문 아무개 씨와 허 아무개 씨를 선임했다. 문 씨와 허 씨는 대순진리회의 한 분파인 대진성주회 소속 인물로 알려졌다. 이어 12월 진행된 이사회에서 2명의 이사가 중도 사임하고 후임 이사로 역시나 대진성주회 소속 김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의 선임이 결정됐다. 김 씨와 이 씨는 대진교육재단이 설립한 중원대학교에서 각각 총장 직무대행과 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안양대 총동문회는 학교 출신 신학자, 재학생, 교수 등과 연합하여 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이은규 전 안양대 총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공청회, 학교 매각 반대 서명운동, 가두시위, 기도회 등을 진행하며 저항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1만 4000여 명이 학교 매각 반대 서명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위에 따르면 8월에 선임된 이사 2명은 이미 교육부 승인까지 받았으며 12월에 선임된 이사 2명은 아직 교육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왕현호 신학대 학생회장은 “이사회의 이사진이 총 8명인데 특정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이사진에는 김광태 이사장과 그의 사돈인 천 아무개 씨가 속해 있고, 새로 선임된 4명의 타종교 이사까지 선임이 완료되면 (학교 매각에 대한) 뜻을 같이할 사람들이 총 6명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김광태 이사장이 평소에도 학교 매각의 뜻을 밝혀 왔다고 주장한다. 이은규 비대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이사장은 학교를 운영할 의지가 없는 사람이다. 2012년 김승태 전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학교를 뺏기지 않기 위해 형인 김광태 이사장이 급하게 부임했다”며 “2013년도에 내가 총장으로 재직했을 당시에도 김 이사장은 학교 매각의 뜻을 자주 내비쳤다. 실제로 브로커들에게 학교를 내놓았다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들려왔다”고 말했다.
사진=안양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비대위는 우일학원 법인사무국으로부터 ‘(학교 매각과 관련해) 돈을 받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비대위원장은 “(매각하려는 쪽) 이사 일부가 들어오면 계약금을 주고 나머지 이사가 추가로 들어오면 중도금을 주고 매각이 완료되면 잔금을 치르는 방법은 학교를 매각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매각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믿지 않는 사람이 인수한다고 했어도 기독교 학교라는 안양대의 정체성을 살려줄 수 있다면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양대 총학생회는 지난 12월 21일 학교 매각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을 위해 김 이사장에게 공문을 발송했으나 아직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한 상황이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이 12월 17일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이후 해외에 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우일학원 법인사무국에 연락을 취했으나 김 이사장과 접촉할 수 없었다.
왕현호 학생회장은 “(매각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공문도 보냈고 법인사무국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끝내 김 이사장의 해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법인사무국장은 ‘이사회 회의에서는 이사 교체만 있었지 운영권 매매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답했다”며 “학교 구성원이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타종교에서 자리 잡은 사람들을 이사로 영입한다는 것은 70년 전통의 기독사학이라는 뿌리를 흔드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