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었는지 상했는지 ‘뱃속’ 들여다본다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를 통한 창업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본사를 통해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소비자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의 경우는 개인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기본적인 홍보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운영자가 모든 것을 준비하고 책임져야 하는 독립점은 창업 초보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본사의 성공과는 별개로 가맹점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게 마련. 과거 반짝 하고 등장한 유행 아이템의 경우 그러한 사례가 많았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도 않고 일단 저렴한 창업비용을 내세워 창업자들을 유혹, 가맹점을 개설한 다음 이른바 ‘먹튀’를 일삼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있었고 저가 메뉴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가맹점주는 이익을 챙기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위해 자원봉사 창업(?)을 한 경우도 있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격이다. 물론 이러한 본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 있었느냐는 듯 사라져 버리고 만다. 남은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맹점주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에서 대기업 계열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 아무개 씨는 본사와 가맹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볼런터리(자유연쇄점, 가맹비를 본사에 내지 않는 체인사업)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당초 김 씨는 직장 퇴직 후 외형상 깔끔해 보이고 운영에 별다른 어려움 점이 없을 것 같아 편의점 창업을 결심했었다. 이왕이면 인지도가 높은 대표 브랜드를 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담당자와 상담 후에는 더욱 마음이 놓였다. 본사가 점포개설 비용을 대고 자신은 운영을 맡아 수익을 나눠 가지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점포 운영은 본부의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르면 되고 상품의 가격과 구성, 거래선 등 본부의 지도와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에 성공이 바로 눈앞에 온 것만 같았다.
그는 전체 투자비의 20∼30%만 부담해 편의점을 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터져 나왔다. 급한 일이 생겨도 규정상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본사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지불해야 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물건인데도 본사와 계약이 되지 않은 회사의 제품이라는 이유로 물건을 들여놓을 수도 없었다. 손님을 놓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가장 답답한 것은 매출 관리를 직접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의 매출액을 전액 본사에 송금하고 각종 수수료를 뺀 뒤 월말에 수익을 받아가는 방식이었는데 로열티, 종업원 인건비,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자신의 인건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에 편의점이 증가하면서 수익은 점차 줄었다. 그는 창업 초기 본사의 감언이설만 믿고 계약사항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후회했다. 김 씨는 “매출액과 비용부담 내역 등을 정확히 명시한 정보공개서 제도가 시행된다면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다 최근 중식 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한 이 아무개 씨 역시 제과점을 운영할 당시 멀쩡한 인테리어를 정기적으로 바꿔야 하는 계약조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고 하소연했다. 밀가루값을 비롯해 원자재 값이 큰 폭으로 인상됐고 인건비도 오르는데 빵값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어 마진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본사의 요구로 인테리어 공사까지 새로 실시하게 돼 손해가 막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간판을 내릴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 박 아무개 씨 역시 계약 당시와는 달리 끊임없이 추가되는 판촉비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홍보 마케팅 전략도 좋지만 지나친 가맹점 부담으로 수익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최근 조류독감으로 치킨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던 시기에 이러한 홍보 마케팅 비용은 적은 액수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박 씨는 “홍보 마케팅 등 가맹계약 이후 부담해야 할 세세한 내역까지 정보공개서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자본 창업자에게 창업은 인생에 있어 마지막 승부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과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창업에 뛰어든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한 번의 실패는 병가지상사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정보공개서 등록제는 카멜레온처럼 계약 내용이 변하는 일부 악덕 프랜차이즈 업체를 솎아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공개서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재무제표, 가맹점 개설 및 해지율, 창업부담 비용 등을 담고 있다. 즉 재무제표를 통해 본사의 경영 상태를 알 수 있고 가맹점 해지율로 본사의 신뢰도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전 정보를 통해 예비 창업자가 양질의 프랜차이즈 본사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업체부터 등록시켜 운영해 보고 후발업체들이 선발업체들을 모범 삼아 등록하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특히 법 시행을 앞두고 정보공개서 등록제에 대한 홍보도 부족해 몰라서 법을 어기는 사례도 속출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