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친환경’과 ‘웰빙’이 대세
▲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면서 창업 시장에도 친환경·웰빙 바람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
“조만간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설 예정”이라는 김유성 씨(38)는 “최근 유망한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러 박람회장에 나왔는데 내친 김에 상담까지 받고 간다”며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창업박람회는 프랜차이즈 본부에서는 브랜드 홍보나 예비창업자와의 만남의 장소로, 예비창업자 입장에서는 창업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생생한 창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각종 창업박람회를 통해 향후 창업 전망을 내다봤다.
앞서 김 씨의 경우처럼 창업박람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각 업종에서 어떤 아이템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 알아보고, 소위 ‘대박’을 터뜨릴 만한 아이템을 찾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업종 변경을 위해 창업박람회장을 찾기도 한다. 참가자 모두가 창업박람회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찾으려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각종 창업박람회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이유다.
2008년 3월, 코엑스에서 열린 ‘2008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에는 행사기간 동안 140개 업체가 참여했고 2만 8900명의 관람객들이 몰렸다. 이어 8월에 개최된 같은 행사에는 100여 개 업체, 2만 1900명의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9월에 열린 ‘2008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는 139개 업체, 3만 500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했고 가장 최근에 열린 ‘2008 서울시 소상공인 창업박람회’에는 164개 업체, 2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 사무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참관객의 연령은 30~50세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중장년층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이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직장인이 34.4%를 차지, 샐러리맨의 창업에 대한 열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직장에 들어가면 정년까지 다닌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최근 명예퇴직과 조기퇴직 등이 빈번해지면서 노후 대책과 함께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람객 중에는 현재 자영업에 종사 중인 사람들도 22.8%를 차지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업종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북구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장영수 씨(47)는 “장사가 안 돼 다른 업종으로 바꿔볼까 싶어 창업박람회장을 찾았다”며 “여유자금이 부족해 창업비용이 덜 드는 소자본업종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장 씨처럼 창업박람회장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대부분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58%)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만큼 상담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30%에 달했다.
관람객들의 희망 창업 분야는 외식업이 47.9%로 가장 높았다. 서비스업 관련 분야가 20.5%로 뒤를 이었고 유통업(도소매)은 12.7%를 차지했다. 투자 가능한 창업자금으로는 5000만~1억 원을 답한 사람이 절반에 달했다. 창업 준비 기간은 1년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참여 업체 현황을 보면 창업 예정자의 관심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시 소상공인 창업박람회’에서 지난 2년간 참여업체를 분석한 결과, 외식업이 2006년 29.5%에서 2007년 33%로 소폭 증가했으며 도소매업은 반대로 2006년 26.5%에서 2007년 18%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 21.7%에서 49%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자본금이 많이 투입되는 업종보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서비스업이 접근하기도 쉽고 창업자를 모집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서울에서 열린 각종 창업박람회에는 업종을 불문하고 대부분 ‘친환경’과 ‘웰빙’이 대세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면서 창업시장에도 안전한 먹을거리와 관련한 아이템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친환경·유기농 채소를 아이템으로 한 샤브샤브 전문점, 살균 처리된 맥주를 제공하는 생맥주 전문점, 죽 전문점, 친환경 비누, 세제 전문점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친환경·웰빙 바람은 2008년 연말을 넘어 2009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아이템은 메뉴와 조리법 등에 독특한 콘셉트를 도입해 새롭게 등장했다. 치킨전문점이 대표적인데, 올 상반기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야채를 치킨에 결합시킨 새 메뉴를 선보이거나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서 기름기를 제거하는 등의 변화된 조리법을 선보이며 인기를 회복, 외식업계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조리법의 변화, 메뉴 다변화 바람은 창업시장의 스테디셀러 업종인 생맥주 분식 중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냉동식품 대신 매장에서 직접 조리한 요리를 통해 안주 경쟁력을 높인 생맥주 전문점, 갓 조리한 떡볶이의 맛을 2시간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분식점, 친환경 생분해성 포장 재료를 사용한 배달 전문 분식점, 동네 중국집 분위기를 탈피해 깔끔한 분위기와 저렴한 와인까지 제공하는 중식점 등은 향후에도 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죽은 가게를 다시 살리는 ‘리뉴얼 창업’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리뉴얼 창업은 새로운 업종을 선택하되, 초기에 투자한 시설비용이 헛되지 않도록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점포를 새로운 업종에 맞게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최소한의 투자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은 이러한 리뉴얼 창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 오픈 가맹점의 70% 이상이 분식집 호프집 고깃집 식당 등 기존 음식점을 인수해 시작한 업종전환 창업이라고 한다. 신규 창업보다 1000만∼2000만 원까지 절약할 수 있어 창업비용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소자본 아이템의 인기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동화세탁업, 청소대행업, 토탈생활서비스업(가사노동 대행)과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은 창업비용이 적고 창업자의 노력에 따라 수익을 높일 수 있어 소자본 창업자의 도전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