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 맞들면 불황에도 ‘훈훈’
▲ 공동창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게들. | ||
혼자서 어렵다면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공동창업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공동창업이 새로운 재테크 개념의 투자형 창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생계형 창업에서 투자형 창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공동창업에 대해 알아봤다.
창업의 형태를 목적에 따라 둘로 나눈다면 생계형 창업과 투자형 창업으로 구분된다. 생계형 창업이란 가정의 구성원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창업 일선에 직접 나서는 형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창업시장의 70~80%는 이러한 생계형 창업이 주류를 이루었다.
최근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생계형 창업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생계형 창업에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자금 마련에서 입지 선정과 운영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운영자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독립창업이 아닌 창업 비용과 위험은 줄이고 반대로 수익은 높이는 공동창업의 형태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100㎡ 규모의 다이어트 숍을 운영하고 있는 정수진(34), 김주리 씨(34)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지난 2004년 10월 창업에 의기투합했다. 서로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오다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가 오가면서 함께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한 것. 아이템은 여성들의 공통 관심사인 다이어트와 피부 관리로 정했다. 1억 3000만 원의 창업비용에 두 사람은 각자 6500만 원씩을 투자했다.
정·김 씨 다이어트 숍의 월 평균 매출은 1200만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수익금은 정확히 반으로 나눠 가져간다고. 한 사람의 수익금은 250만~300만 원 정도다. 두 사람은 공동창업의 성공 비결로 “각자의 성격에 맞춰 역할 분담한 것”을 꼽았다.
다이어트 숍의 사례를 경영과 투자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붙어있는 ‘동업’에 가깝다고 한다면 최근 등장하고 있는 공동창업은 보다 전문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춘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은 “최근의 공동창업은 엄밀히 말해 ‘경영과 투자’가 효율적으로 완전 분리된 창업 방식으로 동업과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즉, 경영 능력이 우수한 파트너가 경영을 책임지되 투자자는 일체 경영에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아도 ‘투자의 몫’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창업으로 ‘버들골 이야기’ 이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창희 씨(29)가 바로 그런 사례다.
이창희 씨는 지난 여름, 별 탈 없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창업 동기는 월급만 기다리는 직장생활로는 미래가 불안했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혼자서 창업을 한다면 2억 원이 훌쩍 넘는 창업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때 마침 단골로 드나들던 해산물 포장마차 ‘버들골 이야기’에서 직영점을 내기 위해 공동투자를 유치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창업자금 절약과 좋은 장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공동창업을 택한 것. 이 씨는 83㎡ 규모의 가게에 7000만 원을 투자했다. 장차 내 가게를 장만하겠다는 목적으로 몸소 현장 경영에도 참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버들골 이야기’ 이수점은 현재 월매출 3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이 씨가 가져가는 수익은 300만~4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이 씨는 “투자대비 수익률이 높아서 만족스럽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이 씨처럼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금액을 공동으로 투자하고 이익금을 지분에 따라 분배하는 공동창업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공동창업은 투자 부담을 분산해 위험 요소를 제거하면서도 규모 있는 점포를 열어 수익성은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초보 창업자에게는 체험의 장으로 활용이 가능해 개인 창업보다 실패 확률도 줄일 수 있다.
2001년 세계맥주전문점 ‘와바’(WABAR)를 통해 첫 가맹사업을 시작한 인토외식산업 역시 2003년 여의도 직영매장을 중심으로 현재 19개 공동투자형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공동창업점포의 수익률은 월평균 투자비 대비 3%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는 경기도 구리시에 화로구이 전문점인 ‘화로연’과 와바가 함께 입점한 660㎡ 규모의 대형 공동창업 점포를 개설했는데 모두 17명의 투자자가 총 투자금 13억 원 중 각자 4.5∼9%를 투자했다고 한다. 여기에 본사에서는 9%의 지분을 갖고 직영 체제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오픈 이후 일 매출이 인근 지역 맥주전문점 중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단다. 인토외식산업은 이러한 형태의 공동창업점포를 연말까지 세 곳 정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안한 창업시장에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창업 주체가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 및 실력 있고 믿을 수 있는 매니저를 고용해 간접창업을 하는 이른바 투자형 공동창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