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수 빙상연맹 부회장직 사퇴 후에도 연맹내 영향력 행사 의혹 재점화
1월 21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전명규 교수 기자회견. 전명규 교수 좌측에 김진영 변호사가 앉아있다. 사진=일요신문 DB
[일요신문] 마침내 ‘빙상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가 1월 21일 오후 3시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 교수는 빙상계를 둘러싼 숱한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교수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의혹을 확실히 규명하지 못했다. 기자회견 전반에 걸친 취재진 질문에 “모른다. 사실이 아니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해명을 반복한 까닭이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전 교수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김진영 변호사였다. 이날 김 변호사는 일부 취재진 질문에 대한 전 교수 답변을 대신 전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 변호사는 “아직 (전 교수) 변호를 맡게 된 건 아니다. 기자회견엔 조력자 역할로 나왔다”면서 “전 교수가 의뢰인이기 때문에 소송이 들어오면 변호를 맡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요신문’은 김 변호사 관련 제보 1건을 받았다. 제보자 A 씨는 “전명규 교수 옆에 앉은 변호사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진영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빙상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채용 면접 전형’ 당시 면접관으로 들어왔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 ‘공정한 선발’ 외친 빙상연맹이 선정한 외부인사 면접관… 전명규 교수 옆자리에 등장?
전명규 교수 변호인 김진영 변호사를 둘러싼 의혹이 점화됐다. ‘김 변호사가 지난해 6월 빙상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채용 당시 면접관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다. 사진=일요신문 DB
제보자 A 씨는 쇼트트랙 지도자다. 그는 21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전명규 교수 해명 기자회견’을 TV 중계로 시청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막 시작되던 찰나, A 씨는 전 교수 옆에 앉은 변호사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진영 변호사의 얼굴이 낯익었던 까닭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김 변호사가 2018년 6월 빙상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채용 당시 면접관이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A 씨는 “부끄러운 일이다. 나는 2018년 6월 ‘빙상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채용‘에서 불합격했다. 그 당시 면접 전형에서 김진영 변호사가 면접관으로 들어온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A 씨는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 관계자가 ‘빙상과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면접관으로 임명해 공정성을 강화했다’고 통보했었다. 그런데 그 면접관이 전명규 교수 옆에 앉아 있더라.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자회견을 보면서 ‘내가 연맹에 또 속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결국 전명규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직을 사퇴한 뒤에도 전 교수와 빙상연맹은 한통속이었던 셈이다. 공정성을 강조하며 영입한 ‘외부인사 면접관이 전 교수 대리인 격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정말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직 스피드스케이팅 지도자 B 씨 역시 김 변호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B 씨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지도자 공개채용 당시 면접을 봤다. 그때도 김 변호사가 면접관으로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빙상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채용 면접관으로 활동한 건 지난해 6월 일이다. 4월 12일 전명규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직을 사퇴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둘 사이의 접점이 딱히 없었던 만큼 ‘전 교수와 김 변호사의 동석’은 빙상인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빙상계 복수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과정에 참여한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은 ‘전 교수가 빙상연맹 부회장직을 사퇴한 뒤에도 연맹 내에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의혹을 증명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빙상연맹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018년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채용 당시 면접관 중 법조계 인사로 김진영 변호사가 포함된 것이 사실”이라며 “김진영 변호사가 면접관으로 참여한 뒤 서명을 한 근거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영 변호사는 ‘면접관 활동 여부’와 관련한 질의에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