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1심 징역 2년 실형...‘총영사직 제안’도 유죄 판결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30일 오후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돼 구속 영장을 발부해 법정에서 구속했다. 법원은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우선 재판부는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주도하는 경공모 회원들과 공모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일명 ‘킹크랩’을 이용해 지난 대선에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 기사 댓글의 공감·비공감을 조작하고 포털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실제 이용자가 기사 댓글에 대해 공감하는 것처럼 허위 정보나 부정한 정보를 입력한 것은 포털 회사들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댓글조작은 실질에 있어 업무방해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의 투명한 정보 교환과 건전한 토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드루킹 김동원과 1년 6개월 장기간 동안 관계를 지속하며 8만 건에 가까운 온라인 기사에 대해 댓글 조작이 이뤄지도록 해 죄질이 무겁다”며 “또 김 지사는 물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은) 절대 알지 못했다는 등의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본 ‘킹크랩’ 시연회를 두고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여러 ‘유인책’을 통해 댓글 조작을 사실상 지배적으로 관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 내내 김 지사가 “모른다”고 부인했던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에 대해서도 “김 지사가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고 하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고, 당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브리핑이 이뤄진 정황도 객관적 자료에 의해 입증된다”며 “이를 토대로 김 지사가 킹크랩의 시연을 보았던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드루킹 김 씨 등이 댓글을 조작한 사실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행위를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지사 측의 “댓글 조작을 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브리핑 당시 제공된 자료 중 ‘2016년 11월 온라인 정보보고’라는 게 있는데, 그 내용은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과 그와 관련해 여론조작 대응책 및 이를 해결하기 위한 킹크랩 개발 필요성 등을 설명한 것”이라며 “김 지사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브리핑을 받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조직적인 방법으로 댓글 조작을 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안 것으로 보인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 김 씨가 보내는 온라인 정보보고에 대해 “지지자가 보내는 글 중의 하나로만 봤다”고 주장해 왔다.
또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직접적 이익을 얻게 되는 측은 김 지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로 보인다”며 “당시 킹크랩의 개발과 운영에는 거액의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당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경공모 측이 김 지사 동의 없이 자발적으로 댓글 조작 범행을 했다는 점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김 지사가 6·13 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드루킹 측근인 도 아무개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를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죄를 판결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측에 그 어떤 공직 자리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는 드루킹 측에 몇 차례 전화해 (기존에 요구했던) 오사카 총영사 대신 센다이 총영사는 어떤지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지사가 그 같은 정보를 드루킹 측에 제공한 것은 김 씨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사건(댓글 조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결정적 유인이나 동기를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드루킹’ 김 씨는 이날 오전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지사가 속한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고, 이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여론조작 행위를 했고, 이를 통해 김 지사는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으로 김 지사뿐만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역시 수혜를 받은 것으로 본 것이다.
김 지사는 법원의 판단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김 지사 측 김경수 변호인(동명이인)은 이날 선고공판 후 김 지사가 직접 작성한 대국민 메시지를 대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 지사는 “양승태 재판부와 연관된 재판부라는 점이 재판 결과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했는데 그 우려는 재판 결과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진실을 외면한 채 특검의 일방적 주장만 받아들인 재판부의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특검의 물증 없는 주장과 드루킹 일당의 거짓자백에 의존한 유죄판결은 이해도 납득도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그럼에도 저를 믿고 응원한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긴 싸움을 시작하겠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이어갈 것이며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선 1심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지만,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혐의가 시행된 1995년 이래 실형이 나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벌금형이었으며, 가장 무거운 선고가 집행유예인 점, 실제로 과거 ‘드루킹’처럼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1764만 회 허위정보를 보내 네이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 김 지사 측은 2심에서 이 부분을 파고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다른 혐의와 병합돼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는 데다 단순히 댓글조작뿐만 아니라 선거에 개입한 중대 범죄였다는 점 등에 대한 판단은 김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김 지사 측이 1심 판결의 불리함을 사법농단 재판과 거짓증언의 난무 등과 결부시키려는 움직임도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1심 판결을 내린 성창호 부장판사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활비와 경선개입 등을 유죄 판결해 김 지사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한편, 김 지사는 선출직 공무원인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자체가 무효가 된다. 따라서 이날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경남도는 김 지사의 법정구속에 박성호 경남도 행정부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