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노 당선자는 ‘재벌개혁’을 집권 후 신정부 경제정책의 골격으로 제시했다. 노 당선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재벌적 성향을 보여왔다. 노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에도 재벌의 확대를 막는 차원에서 출자총액제한, 대규모 기업집단지정,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제한 등의 현행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노 당선자는 재벌들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집단소송제 도입, 상속세 포괄주의, 종업원지주제를 통한 기업투명성 제고 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때문에 재계는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선거기간 동안 반노입장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재계는 충격속에 빠진 모습이 역력하다.
대한상의 등 일부 경제단체와 LG그룹 등 몇몇 재벌들이 발빠르게 희망섞인 논평을 내놓았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일단 재계는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대선과정에서 보인 반노무현 성향을 접고, 유화제스처로 긴장국면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 19일 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당선 축하논평을 내며, 일단 바짝 엎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은 “이번 대선 결과는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인기 영합주의에서 탈피해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한 우선 순위에 따른 경제정책을 추진해줄 것을 전경련은 요구했다. 대한상의도 논평에서 “새 대통령이 임기동안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기업인의 창의 존중과 기업활동의 자유보장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건설”을 제안했다.
상의는 “기업활력을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의 근본적인 재검토, 정부정책의 일관성 유지, 4대부문 개혁완성 등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 LG, SK 등 주요그룹 관계자들도 축하와 함께 앞으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속으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계는 차기 정권이 출범할 경우 노 당선자가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는 표정이다. 사실 재계는 지난 11월 중반 이후 노 당선자가 젊은층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급부상하면서 상황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특히 재계는 노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에 대해 보이지 않는 압력도 가했다는 말도 있다. 국민통합21 관계자는 “그동안 재계로부터 압력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재계는 강력한 입김을 통해 수면 밑으로 잠수시켰던 집단소송제, 주5일 근무제 등 재계로서는 달갑지 않은 정책들이 불거져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길이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도 내심 긴장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민들의 열정을 화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대통령 당선자의 리더십을 기대하며, 엄정한 법 질서 확립을 통해 국가기관의 권위를 회복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임을 인식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경제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LG그룹은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논평을 통해 “그동안의 구조조정과 개혁은 그대로 지속하면서 동시에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한 단계 높이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그룹도 “한국이 21세기 주역이 되도록 국가경영의 새 틀을 짜야 한다”면서 “국가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효율성 위주의 정부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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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0.03 11: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