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로 민주당 PK 지역 수성 험난할듯…이우현·최경환 지역구도 재보선 포함 가능성
4월 3일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를 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각오가 남다르다. 21대 총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PK(부산경남)를 차지하기 위한 두 정당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은숙 기자.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번 선거에 대해 “내년 총선의 예비전이자 전초전”이라고 평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물론, 군소정당까지 이번 재‧보궐 선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21대 총선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심의 바로미터인 동시에 향후 지역 여론을 이끌어 갈 동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각 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 상승세를 21대 총선까지 끌고 가려는 전략을 세웠다.
이번 재‧보궐 선거 격전지는 경상남도다. 19대 대선과 제7회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PK(부산·경남)의 안주인이 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전통적인 텃밭을 되찾아 오려는 자유한국당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에 있다. 지방선거 후 처음 치러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선거다.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모두 PK 지역으로 거대 양당에 의미가 깊은 곳이다. 과거 PK는 한국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자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38.71%)과 울산(38.14%)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경남 전체 득표율도 36.73%로 이 지역 1위 홍준표 후보(37.24%)와 박빙이었다. 한국당 강세지역인 부·울·경에서 문 대통령이 승리한 셈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를 싹쓸이했다. 한국당으로선 잃어버린 텃밭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수성은 험난해 보인다. 연이은 악재로 지지율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고, PK 지역에선 홀대론이 팽배하다. 때문에 이번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PK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창원‧성산은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였다. 그런 이유에서 정의당은 지역구 수복에 사활을 걸며 민주당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구를 양보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 교수는 “처음에는 (민주당 내에서도 노 원내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있었다. 그러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속되며 민주당도 ‘내 코가 석자’라는 위기감이 든 것 같다”며 “특히 자꾸만 떨어지고 있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도 위험하다. 민주당이 여유가 있었으면 정의당에 양보를 했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19대 총선에서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을 당선시킨 이력이 있는 만큼 그곳에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도 채 교수는 “한국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러 계파들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에 쉽게 양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양 정당 모두 죽기 살기로 선거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영‧고성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 이곳에선 보수 정당 계열 출신 인사들이 내리 선출됐으며, 현재 의원직이 박탈된 이군현 전 한국당 의원 또한 이곳에서만 3선을 지내왔다. 그만큼 민주당이 넘보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런데 이번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만 5명의 예비 후보가 출마하며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단 한 명도 내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재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곳은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고성으로 두 곳이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많게는 두 곳이 선거 대상 지역으로 추가될 수도 있다. 선거일로부터 30일 전인 3월 4일 이전까지, 이우현 한국당 의원(경기도 용인갑)과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해당 지역구는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된다. 결국 재‧보궐 선거 지역이 최대 네 곳으로 늘어나게 되면, 민주당과 한국당을 비롯한 다른 군소정당까지 뛰어들며 선거판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입법 공백 등을 우려하는 대법원이 3월 4일 전에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김해 갑)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경수 지사의 예상치 못한 구속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해볼 만하다. 이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지역에 피로감이 있지 않느냐. 이건 우리 당에서 희망으로 볼 수 있다”라며 “경남도당은 물론 중앙당에서도 최고위원회의를 경남에서 개최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지원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이번에도 승리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산 지역구를 둔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부산이 경남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지만 최근 민심이 많이 바뀐 상태다. 지방선거 때는 우리가 질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가 많이 읽혔지만, (최근에는) 지지율이 꽤 회복된 것 같더라”라며 “김 지사의 구속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고, 부산 출신인 문 대통령이 경제를 잘 살리지 못해 실망이 확산되는 것 같다. 우리 당의 재‧보궐 압승을 장담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