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 직원 상태 감추고 있다” 노조 주장…2017년 사망사고 땐 부고조차 안 올려 논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최준필 기자
지난 1월 14일, KT 자회사 KT서비스 직원들이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조회시간에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사항이 내려왔다. 타사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변압기 및 샌드위치 패널 위에서 작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KT서비스 노동조합(위원장 김신재) 등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월 9일 발생했다. KT서비스 남부 진주지사에서 근무하는 하 아무개 씨는 경남 진주시의 한 공단에 인터넷 수리를 위해 출동했다. 하 씨는 공장 옥상에 인접한 전봇대에 오르던 중 감전돼 샌드위치 패널 지붕 위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하 씨는 안전모 앞부분이 파손될 정도로 머리에 충격을 받고, 양손은 감전으로 화상을 입었다. 김신재 KT서비스 노조 위원장은 “하 과장의 상태가 3도 화상이라고 전해졌다”며 “최악의 경우 두 팔을 모두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하 씨 안전사고에 대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병문안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KT와 KT서비스 사측은 하 씨의 현재 상태와 입원한 병원에 대해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아직까지 하 씨의 현재 몸 상태나 조치 상황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KT 현장 근무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신주에 오르고, 전선을 만지는 등 위험한 작업을 하는데도 대부분 직원은 여전히 혼자 출동하고 있다. 하 씨 역시 사고 당일 홀로 현장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하 씨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사고를 당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병원으로 호송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은 “하 씨가 양손을 다친 상태에서 주변에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었기에 추락한 상태에서 포복으로 이동했다고 한다”며 “인터넷 수리를 요청한 민원자가 하 씨가 시간이 한참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찾아 나섰다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토로했다.
하 씨 상태를 묻자 KT 관계자는 “하 씨는 사고 이후 전기사고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두 손목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면서도 “현재 입원해 치료 중”이라고 답했다. 사측이 하 씨의 사고 및 입원 병원을 감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은데, 사고가 발생한 것을 직원들이 알고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파악했는데 회사가 감췄다고 할 수 있느냐”며 “노조가 회사에 요청했는데 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은폐할 뜻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KT가 근로자들의 산재를 감추고 알리지 않는 것은 하 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2017년 6월에는 KT서비스 소속 수리기사 A 씨가 충북 충주시 칠금동의 고객 집에 방문해 업무를 보던 중 고객 B 씨에게 ‘인터넷 속도가 느려 화가 난다’며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고객의 칼에 찔려 사망했음에도 동료들은 언론기사를 통해 사건을 알았다. 사측은 사내 인트라넷 등에 별도의 부고나 조문 장소도 공지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도 사측의 감시는 이어졌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다른 지점 근무자들은 회사가 알려주지 않아 조문을 가기가 힘들었다”며 “같은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장례식장에 가니 지점장과 지사장, 본부장, 본사의 안전관리팀 등이 다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어 노조에서 유가족을 만나려고 하면 사측에서 막고, 유가족을 다른 장소로 모셨다. 어떤 직원이 조문을 왔는지 감시하고, 유가족과 만남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의 장례식장 풍경이 대부분 그랬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측은 사망 사건이나 조문 장소를 숨긴 것에 대해 “직원들이 동요할까봐 그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회사가 산재로 사망한 직원의 부고를 공지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며 주변에서 부고나 조문장소 전달하지 않느냐”며 “사측이 장례식장에서 직원들을 감시한다는 것은 노조 측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A 씨가 사망한 2017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동안 KT와 KT서비스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6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MBC ‘PD수첩’에서는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무려 121명의 KT 노동자들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황 회장의 KT나 그 자회사들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KT서비스 노조 관계자는 “KT의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여러 건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하 과장 사고에 대한 사측의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상황이 파악되는 대로 고용노동부에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