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반도체 클러스터 기자회견서 “아무리 정치가 잔인한 것이라고 해도…”이례적으로 심경 드러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일요신문] 김창의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소 사건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 기소 사건 뿐만 아니라 그간 언론에 느낀 서운함도 토로하며 허심탄회하게 질문에 답했다. 평소 주된 행사에 관한 질문 외에는 받지 않던 모습과 이례적이다. ‘강제진단’ 여부를 심리하는 공판이 길어짐에 따라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경기도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적임지임을 설명하고 난 후 기자들이 기소 사건, 즉 작고한 이재선 씨에 대한 강제진단 질문을 하자 천천히 입을 뗐다. 이 지사는 “제가 가장 가슴 아픈 점은, 저희 집안의 아픈 얘기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해야 된다는 겁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너무 잔인한 것 같아요. 저라고 가슴이 안 아프겠습니까. 내가 사랑하는 형님입니다. 결국 교통사고 내시고 돌아가셨어요. 제 입장이 어떻겠습니까. 법에 따라서 진단을 받았다면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했다. 이 지사는 말하는 도중 잠시 격한 감정이 차올라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간 언론이 진단을 의뢰한 행위를 ‘강제입원’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재명 지사는 “시장이 불법행위를 하기 위해 보건소장들 모아서 회의하고 팀장들 모아서 공문으로 지시합니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강제입원은 뭡니까. 불법으로 사람 정신병원에 가두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까?” 라면서 “성남시는 정신보건법 25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제도를 검토했던 것”이라고 강제입원 논란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해 살해당한 의사 사건, 1991년 여의도 광장 질주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정신보건법이 제정됐고 인권 침해를 우려해 전문의가 진단을 신청하고 판단한 후, 4명의 전문의가 인정해야 치료 입원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법 제정 배경도 설명했다.
이 지사는 격한 마음에 “관리할 의무가 있는 보건소가 거부하다가 나중에 의회와 백화점에 형님이 난입했고,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방치해야 했냐”고 반문한 뒤 “결국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했다가 자살하려고 평택에서 마주 오는 트럭에 돌진했고, 결국 중상입고 뇌 손상까지 입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 지사는 “아무리 정치고 아무리 잔인한 판이라고 해도 인간의 최소한은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죽은 형과 살아있는 동생을 한 우리에 집어넣고 이전투구 시키고 놀리고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초등학교 마치자마자 어머님 손 잡고 공장에 출근했다. 산재사고를 수없이 당해 장애인이 됐지만 그래도 나쁜 짓 하지 않았다”면서 “언론에 부탁한다. 어느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공정하기를 바란다. 그게 언론의 본질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말 검찰에 의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공판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직권을 이용해 이재선 씨를 강제입원시켰다는 이유로 기소했지만 이재명 지사는 강제입원은 없었고 진단 절차 역시 시장의 임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제공=경기도)
한편 최근 경기방송은 고 이재선 씨의 것으로 보이는 진료 기록지를 확보해 이 씨가 2002년 당시 용인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했다. 이 진료 기록지가 사실이라면 2013년 이후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근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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