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시 경연대회 수상작 잘못 알려져…“누가 썼든 감동만 간직해 달라”
2015년 ‘창비’에서 출간된 문현식 시인의 ‘팝콘교실’에 수록된 ‘비밀번호’ 시.
이 시는 커뮤니티에서 퍼지면서 ‘전국 초등학생 시 경연대회 최우수상’ 혹은 ‘어느 초등학생의 비밀번호’로 잘못 퍼지기도 했다. 이 시는 2015년 ‘팝콘교실’에 수록된 시다. 시를 쓴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문현식 시인이다. 문 시인은 현재 교육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신문’이 문 시인을 인터뷰했다. 그는 “온라인에 돌고 있는 이미지는 총 3연인데, 원래 마지막 두 행은 따로 한 연이라서 총 4연이다”고 정정을 부탁하기도 했다. 4연은 할머니가 누르던 도어락 비밀번호 운율에 맞춰 할머니를 보고 싶다고 하는 대목이다. 버튼을 누르는 소리에 맞춰 “보 고 싶 은/할 머 니.” 다음은 일문일답.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이슈가 됐다. 알고 있었나.
“관심 가져줘 감사하다. 2015년에 ‘팝콘교실’이라는 동시집을 출판했다. 그래서 지금 3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인터넷에 돌고 있다고 지인들한테 얘기를 들었다. 2~3일 전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그래서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이 시가 갑자기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시는 2015년에 나왔다. 시를 아는 선생님이나 학생들 중에 올린 게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SNS를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비밀번호’는 도어록을 누르는 소리에서 착안한 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게 저의 외할머니 얘기다. 어릴 적 할머니가 집에 놀러오시곤 했는데 이제는 건강이 나빠지셔서 집에 오시질 못한다. 이후 건강했던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때가 많았다. 지금의 심정을 시로 쓰면서 그리움이 묻어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할머니가 이제 스스로 열지 못하는 대문으로 생각이 모아진 것 같다.”
―초등학생이 썼다고 해서 감동을 했다가 성인이 썼다고 다시 정정되면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동시는 성인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는 시다. 그게 동시고, 어린이가 쓴 시는 어린이시라고 보통 구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마 시를 처음 보신 분들은 어린이 화자처럼 느껴지는 이 동시를 읽고 작가가 어린이라고 생각을 하신 것 같다.”
―게시판에 ‘전국 초등학생 시 경연대회 최우수상’ 등 잘못된 설명으로 퍼지다보니 많이들 오해하신 것 같다.
“어린이가 쓴 시라고 봤을 때 주는 감동을 내 시가 줬다면, 동시 쓰는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는 독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다. 그냥 성인이 쓴 동시라고 생각을 해도 그 감동으로만 간직하시면 좋을 것 같다. 누가 썼느냐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실망을 했다면 그래도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시로만 받아들여 달라는 뜻인가.
“누가 썼는지로 인해서 감정의 깊이가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동시 장르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초등학교 때나 읽는다고 생각을 한다. 나도 동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동시집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그런 것들을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시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동시 장르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동시는 언제부터 썼나.
“2000년 넘어서부터 썼던 거 같다. 2008년에 등단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하고 학교 생활을 오래 했었다. 그 시집을 냈을 때는 교사를 하던 때다. 아동하고 같이 있다 보니 아동문학을 공부하면서 직접 쓰는 데까지 갔던 것 같다. 2016년에 전직을 해서 교육 현장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동시를 쓰게 된 계기가 동시가 아이들하고 멀어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가 교훈이나 목적을 갖고 있다 보니까 아이들에게 동시가 주는 재미나 감동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진짜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현실은 그동안 우리 동시가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니었나. 지금을 사는 아이들을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하고 동시를 써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계속 시를 쓰고 있나.
“시는 계속 쓰고 있다. 동시 쓰는 건 내가 계속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동시를 발표하고 작품들이 모아지면 다시 동시집을 낼 계획도 있다.”
―다른 책을 쓴 적도 있나.
“이전에 ‘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라는 책을 냈고 ‘똑똑한 1학년’이라는 입학 안내 교육 도서, 최근에는 1~2학년 교육 도서 전집 중에 하나를 맡아 교육 관련된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본인의 또 다른 동시를 추천해 준다면.
“동시집 ‘팝콘교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실 속 아이들의 이야기다.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내가 어린이가 돼서 쓰거나 어른의 동심으로 쓴 시도 있다. ‘팝콘교실’ 그 안의 시들을 두루 읽어 보면 다양한 빛깔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쑥스럽다(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비밀스러운 동시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한 편의 시는 우리에게 빛이고 소금이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더 어린이를 비롯 어른 독자도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시를 쓰고 읽는 삶으로 우리가 더 행복하길 바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