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축제 동물보호도 중요하지만 살려고 몸부림 치는 지역사회도 봐달라”
2017년 화천군과 갈등도 그런 경우다. 이 작가는 2017년 말 화천군과 집필실 사용을 두고 갈등을 빚다 법정까지 갔다. 화천군이 이 작가에게 집필실 사용료를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8월 이외수 씨가 최문순 화천군수를 향해 막말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27일 화천군의회 의원의 10분 발언을 통해 이 씨의 이런 막말이 공개적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지역사회는 이 씨 퇴출요구 서명운동을 벌였고, 화천군의회는 그해 12월 이 씨의 ‘퇴거 조치’를 담은 행정 사무조사 결과보고서를 통과시키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 작가는 술 마시고 했던 실수라며 “페이스북 통해 장문의 사과글을 올렸고, 240만 팔로어에게도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고 백 번 사죄드린다고 하고 서면으로도 의회에 공식 사과문을 전달했다”고 했지만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행정소송 1심에서 이외수 씨가 승소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작가는 “화천군과 얘기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암에다 유방암까지 겪은 그는 건강을 묻는 질문에도 “좋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일요신문’이 18일 이외수 씨를 만나 화천군과 관련된 소송, 산천어 축제 논란, 최근 문학계 여혐 논란 등을 물었다. 이 작가는 약 1시간 30분 동안 막힘 없이 대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감성마을 이외수문학관에서 소설가 이외수 작가가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최근 근황은 어떤가.
“너무나 책을 안 읽는 세대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한 달 독서량이 1.1권이다. 선진국들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다. ‘먹방’으로 대표되는 육신의 양식인 먹거리 관심은 높아져만 간다. 하지만 정신의 양식, 영혼의 양식인 책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고 있다. 책에도 혁명이 필요한 시대다. 이외수의 캘리북이라는 책을 최근 낸 이유다. 캘리북은 목차도 제본도 거부한 책이다. 최근에는 ‘생로병사가 극복된다면 희로애락도 극복 가능할까’라는 생각으로 가제 ‘영생시대’라는 책을 준비 중이다.”
―화천군과의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어떻게 되고 있나.
“어쨌든 내 입장은 적극적으로 ‘화천 문화 예술 발전에 적극성을 가지고 나서겠다’라는 쪽이다. 산천어 축제에도 직접 현장에 나가 페이스북으로 방송했고 매주 수요일마다 ‘이외수와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을 커피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화천이 갖고 있는 콘텐츠들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승소하면서 내가 가졌던 울분이나 안 좋았던 감정은 다 날아갔다. 화천군에서도 지금은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 계속 사용료를 내라고 했던 조례는 급조된 조례다. 부당성을 지녔기 때문에 나는 취소를 요구했고 승소했다. 군에서도 조례 개정한다면 판결에 준해서 적용을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군과 저와의 관계는 이상적인 원래 상태로 돌아가 있다.”
―화천이 그 사건으로 욕도 많이 먹었다.
“화천군이 토사구팽, 배은망덕의 고장으로 실추됐다. 그걸 해결해야 한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군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기는 했다.”
―국내 최대 축제 중 하나인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가 올해는 누적 관광객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말한 화천을 위한 행보 일환으로 이 작가는 산천어 축제 홍보대사를 오랫동안 맡아왔다. 다만 동물보호단체에서 산천어 축제를 ‘죽음의 카니발’이라며 잔혹성을 지적하고 있다.
“산천어 축제는 최단시간 내에 100만 명을 넘어 섰고 이번 축제는 2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겸허히 수용하고 검토하고 타당성 여부를 따져서 이상적인 축제가 되도록 건의할 예정이다. 자연사랑, 동물사랑 글짓기나 포스터, 표어 등 보완할 수 있는 일련의 콘텐츠도 개발해야 한다. 다만 산천어 축제는 대한민국 유일 흑자 축제다. 미국 CNN 방송이 ‘겨울 7대 불가사의’로도 꼽았다. 박수 치고 칭찬해야 할 부분도 많지 않나. 어떤 축제고 결함이 없는 축제가 있나. 좋은 부분도 더욱 크게 부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단체는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우, 돼지고기 축제 등 먹거리 축제가 많다. 화천군 같은 조그만 지역부터 이야기하는 건 다 덮어두고 성인이 아닌 초등학생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격이다. 산천어 축제는 축제용으로 산천어를 일부러 양식한 거다. 이 지역 사회가 살아남는 길이 무엇인가를 모색해서 축제를 위해 양식했다. 생태계 교란, 강 오염 등은 그렇게 침소봉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완벽하지 않아 보완할 점은 보완하겠다는 취지고 안 할 수는 없다.”
―산천어 축제가 화천 경제에 큰 몫인가.
“화천은 지역이 작아서 숙박업소가 없어서 가까운 춘천에서 해결한다. 100만, 200만 명이 몰려오는 데 춘천은 이 시기 거의 경제가 달라진다. 춘천이 오히려 산천어 축제를 더 환영한다. 선등거리는 마을 주민들, 노인들이 2만 4000명의 주민 숫자만큼 산천어 등을 만든다. 노인 일거리 창출이 되고 1년 내내 준비한다.”
―2018년 10월에 단풍이라는 시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단풍의 아름다움을 비유하며 여성 멸칭을 사용했다고해 여혐 논란이 일었다.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적었다. 가령 불로소득이나 무통분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무통분만이란 말은 산부인과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다. 고통이나 노력 없이 예술적 소산이라던가 수확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아무 상관 없이 여혐으로 몰아갔다. 내가 정말로 여성을 혐오할 의도가 있어서 그런지는 중요하지 않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설정한 프레임에 넣고 무조건 구분한다. 자성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감정적으로 충돌하고 치닫는, 글의 행간과 아무 상관도 없이 혐오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2018년 10월 이외수 작가가 트위터에 올린 시.
―‘단풍’에 썼던 표현이 욕을 많이 먹었다.
“문학 작품의 특정 단어는 그것을 비난하거나 공격하기 이전에 작가 의도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는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해서 사과를 했지만 진짜 의도가 그래서 사과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의도로 쓴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석될 수 있어서 사과를 했다는 건가. 지금 흐름에 맞게 ‘여성 인권을 고려한 필터를 거쳐야 된다’라는 주장도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한 단어가 가지는 수많은 의미가 있는데 그걸 딱 꼬집어서 자기네 편리한 대로 그렇게 몰아가서는 안 된다. 필터를 거치려면 한글부터 없애라고 해야 한다. (작가가) 언어가 가지는 무한성을 허용 못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최근 문학계 미투로 문단 내 성범죄가 지적됐다.
“예술계에서 미투 연관해서 지도자 격인 사람들이 지목됐다. 문단도 시대가 바뀌고 흐름이 달라지고 있으니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직된 사고 방식,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고 겸허하고 유연하게 바꾸고 사회적으로 지적된 폐단이라던가 단점들은 예술하는 사람들은 지양해야 한다.”
―팔로어가 240만 명에 달해 ‘트위터 대통령’이라고 불렸다. 온라인 양상이 달라진 게 있다면 뭔가.
“처음에는 허리가 아파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빨리 익히는 방법을 자식들에게 물으니 채팅을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녕하십니까’ 한 번 치고 있는데 7페이지가 넘어 갔다.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초등학교부터 실버세대 방까지 드나든다. 처음 소셜미디어를 쓸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자음만 쓴다던가, 신조어라던가 준말들이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성행한다. 그게 한글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생각해 크게 우려할 만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쓸 때 페미니즘 등 정치적 올바름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신경과민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겠나. 아무리 균형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작은 것이 있으면 큰 것이 있고 큰 것이 있으면 작은 것이 있다. 다 똑같은 크기는 없다. 너무 민감하고 예민할 필요가 있나. 특히 남녀 문제도 같다고 본다. 남자는 남자대로의 특성이 있고 여자는 여자대로의 특성이 있다. 물론 어떤 여자는 남성적인 성향에 가까울 수 있고 어떤 여자는 여성적인 성향이 두드러진 경우도 있다. 그걸 다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지 않나. 자연과 우주가 그렇지 않은데, 완전히 똑같아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18일 만난 이외수 작가는 “문학 작품이 갖는 특정 단어는 비난 전에 작가 의도를 먼저 헤아려 달라”고 부탁했다.
―화천군과 갈등이 커지면서 고향인 함양으로 거처를 옮긴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건 낭설이다. 한 번만 여기 와봤으면 그냥 알 수 있는데 보도하시는 분들이 내게 전화 한 통 안했다. 그건 앞서 말했던 ‘영생시대’라는 책을 함양 집필실에서 모색해보겠다는 얘기였다. 함양에는 장수마을이 있다. 또한 최치원 선생 등 불로장생, 신선 사상의 고장이기도 하다. 그 작품 쓸 때는 함양 집필실을 쓸 수도 있다. 다만 문학적 거점은 화천이라는 것은 변함 없다고 엄연히 공표를 했었다. 이외수 문학관이 대한민국 최초의 생존 작가 문학관이다. 이외수 문학관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에 약 146개 문학관이 생기거나 지어지고 있다. 그 역사적 의미나 가치를 내가 저버릴 수 없다.”
―최근에 관심 있는 게 있다면 뭔가.
“최근 방송 중인 ‘스카이캐슬’ 마니아다. 배우가 굉장한 연기파들이다. ‘집 나가면 다 적이다’는 청소년들의 분통터지는 입시를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했다. 다음에 어떻게 될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수법이 좋았다. 보면서 ‘이제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입시에 성공해 일류 대학을 들어간 사람들만 행복해질 수 있나. 우리나라 젊은이들 얼마나 멋진가. 제이팝(JPOP)이란 말만 있다 케이팝(KPOP)이 등장했다. 최근에 ‘BTS’(방탄소년단) 같은 경우 ‘비틀스’ 이후에 정말 어마어마한 선풍을 일으켜 공연장 앞에 텐트촌이 형성된다고 한다. 외국인이 한글을 배워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것. 힙합, 댄스 등 서양의 전유물을 다 제치고 1위를 휩쓸고 있다.”
―BTS도 관심 있나.
“랩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우리 고전 문학에서 보면 음악의 가사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지거나 출발한 게 많다. 창의 가사로 소설이 시작되기도 했다. 시조는 3, 4조로 구성된 랩이다. 남대문 엿장수,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를 외치던 서영춘도 일종의 랩이다. 우리는 그걸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엄청 잘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즐기면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부모나 기성세대가 배려하면 고등래퍼에 김하온이나 이병재 같은 청년들이 나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