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출신 인사들 대거 요직에…“명문학교라 과거부터 고위공직자 다수 배출”
손혜원 의원이 1월 20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여권 인사는 손 의원에 대해 “말이 초선이지 영부인과 절친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혜원 씨’라고 한다는데 3선 이상 무게감이었다”고 했다. 손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장에 홍영표 원내대표를 대동하고 나타나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엔 홍 원내대표 어깨에 손을 올리고 격려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당내에서도 ‘원내대표가 초선 의원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야권 인사는 “그 장면 하나가 손 의원 위상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숙녀회는 정권 출발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영부인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직후 옷도 갈아입지 않고 모교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마침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숙녀회 기대표 모임 날이었다. 이 자리에는 손 의원도 함께 참석했다.
숙녀회는 문 대통령 지지기반이 약했던 강남 표심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고는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해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당선 다음날 의전팀에서 여러 일정이 올라왔을 텐데 만사 제쳐두고 동문모임을 찾은 것은 특이하긴 하다”면서 “정권 핵심과 연결고리가 조금만 있다고 해도 온갖 사람이 다 찾아온다. 영부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이후 숙녀회라는 곳에 얼마나 힘이 실렸겠나”라고 말했다.
단순한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본인이 숙명여고 출신이거나 부인이 숙명여고 출신인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올랐다. 문무일 검찰총장 부인, 조윤제 주미대사 부인,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 백경희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장 등이 숙명여고 출신이다.
물론 영부인 입김 탓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숙명여고가 명문학교라 과거부터 본인이 숙명여고 출신이거나 부인이 숙명여고 출신인 고위공직자는 흔했다는 것이다. 단지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숙명여고 관계자는 “원래 동창모임이라는 게 동문 중에 선거 출마하는 사람 있으면 입소문이라도 내주고 하지 않나. 그 정도지 대선 때 특별한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숙명여고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숙녀회는 숙명여고를 졸업한다고 해서 자동 가입되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따로 신청절차를 거쳐야 했다. 총 동문모임보다는 기수별 모임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동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총 동문모임을 자주 가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모임이 활발한 기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수도 있다. 각 기수별 소통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완책으로 만든 것이 기대표 모임이다. 영부인은 숙녀회 62기 대표를 지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인사는 “군인들 부부모임하면 남편 계급이 부인 계급이라고 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영부인에게 잘 보이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당연하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면서 “공식적으로 영부인이 인사추천을 할 순 없겠지만 예를 들어 A라는 인물과 B라는 인물이 동시에 후보로 올라갔을 때 영부인이 ‘A가 괜찮은 사람이라던데’라고 한마디만 흘려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했다.
이 인사는 “특히 김정숙 여사는 전혀 새로운 영부인 상이다. 과거 영부인들은 대체로 대통령 뒤에 머물러있는 수준이었는데 김 여사는 성격이 무척 외향적인 거 같다. 공식석상에서 문 대통령을 쥐락펴락하는 게 보이지 않나. 그런 영부인이라면 아무래도 더 영향력이 강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일부 호사가들은 ‘청와대 권력서열 1위는 김정숙 여사’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 야권 인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영부인이 이용하는 공군2호기 일정이 비공개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임무를 맡아 활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숙 여사가 과거 영부인들과 비교하면 그만큼 파워가 세다는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례로 김 여사는 지난해 단독으로 인도를 방문했는데 영부인이 대통령 없이 외국을 방문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한편 손 의원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돼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정치경력이 일천하지만 손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문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손 의원은 ‘국회의원 그만두면 바로 문화재청장 할 겁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들도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증언했다. 손 의원이 문화계 요직 하마평에 오르내린 것도 결국 영부인과의 친분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 의원 측은 “문화재 관련 발언을 자주 했으니까 주변에서 ‘문화재청장 한번 하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언급한 경우는 있었지만 의원 본인이 ‘문화재청장 할 거다’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가 자개를 활용한 기념품을 제작한 것이 나전칠기박물관을 운영하는 손 의원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손 의원도 “청와대 기념품은 제가 본 적도 없는 것이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손혜원, 문자폭탄 지지하며 공개한 폰번호 ‘세컨폰’이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17년 정치인에 대한 문자폭탄을 지지하며 공개한 번호가 세컨폰 번호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이 비판적인 메시지가 담긴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내자 야당 의원들은 ‘정치테러’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문자폭탄이 아니라 문자행동”이라면서 “저는 국민의 문자행동을 기쁘게 수용하겠다”며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 하지만 손 의원이 오래전부터 사용한 휴대폰 번호는 따로 있었다. 기자가 손 의원이 공개했던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반면 손 의원이 오래전부터 사용한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하자 곧바로 연결이 됐다. 손 의원도 “그 (공개한 번호)휴대폰은 잘 확인을 안 한다”고 인정했다. 잘 확인도 하지 않는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문자폭탄을 옹호한 것은 위선적인 행동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 의원 측은 “휴대폰을 두 개씩 쓰는 의원이 얼마나 많으냐”면서 “그렇게(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로선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