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대구 도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서 시민 1500명 참여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지금까지 이런 동아리 체험박람회는 없었다. 이것은 빡센 취미활동인가? 여유로운 직장생활인가?
대구권내 다양한 라인업의 대학교 동아리와 직장인 동호회가 뭉쳐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색적인 동아리 체험박람회를 열어 이목이 집중됐다. 단순히 가벼운 취미의 ‘동아리’라는 표현보다 전문적이고 치열하지만 자유로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소개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여기에 금전적인 부분까지 연결해 취미에 사업성까지 보탠다는 점에서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현실·실리적인 ‘요새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장이었다.
지난 23일 오후 대구 중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에서는 ‘청춘, 시작해봄(春)’이라는 주제로 ‘대구권 대학동아리 연합 체험 박람회’가 열렸다. ‘대구경북청년대학연합’이 주관하고 엔제리너스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비교적 짧게 진행된 행사 시간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의 시민들이 다녀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목할 점은 경북대학교를 비롯해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가대 등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동아리연합을 구성하고 체험박람회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30대 직장인들도 합세해 지역 대학간의 네트워크 형성은 물론 일반인과의 연합 활동을 연계한 ‘다이나믹한 대구의 젊은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대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은 동아리를 체험하려고 방문한 시민들로 발 디딜틈조차 없이 붐볐다. 엔제리너스 1층에는 대학생 연합동아리 ‘단미네일’이 선보이는 네일아트부터 캐리커처,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체험부스가 마련됐다. 특히 대구문화재단 주관의 생활문화 동아리지기에 소속돼 활동 중인 ‘품글’ 체험부스에는 클래스를 신청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글로 사람의 마음을 품는다는 이 동아리는 ‘글씨와 만나다’ ‘글씨에 감성담기’ 등 매주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희망의 글귀에 아름다움 글씨체를 선물하고 있다.
엔제리너스 1층 바로 옆 외부와 연결된 테라스에서는 버스킹밴드 ‘S.O.S’의 감미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숲이 우거진 멋진 테라스에는 기타와 목소리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퍼졌다. 이어 ‘D.OS’ 연합 댄스팀의 화려한 퍼포먼스도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버스킹을 만끽한 김다정(30·여·수성구)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그저 어린 철없는 학생들로만 생각했던 게 완전히 깨어졌다.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즐기면서 현실적인 감각까지 갖춰진 세대“라면서 ”보수적인 대구에서 이같이 청년들의 번뜩이는 문화가 많이 기획돼 세대간 소통의 시간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청년대학연합’은 5개 주요 대학내 인기를 끌고 있는 동아리 연합과 더불어 직장인 동호회를 엄선해 체험박람회를 운영했다. ▲네일아트 ▲캐리커처 및 캘리그라피 등 아트샵 부스와 더불어 ▲이미지메이킹 ▲진로·취업·성격·자존감 코칭 ▲영어·중국어·일본어 회화 동아리 ▲청춘토크콘서트 등 취업부스로 나눠 진행됐다. 특히 ‘Iking’은 개인별 맞춤식의 취업특강을 통해 취업시장의 현황소개부터 이력서와 면접팁까지 전반적인 취업컨설팅을 했다. 대구상담재능기부 동아리 ‘Life Design’은 20대의 최대관심사인 이성 상담부터 개인 성향별 진로 추천까지 전문적인 진로스케치를 지원했다.
가장 눈길을 끈 동아리는 유기견 인식개선 사회단체 ‘HOWL’과 봉사를 자체적으로 기획 및 주도하는 ‘Hi Helpers’ 였다. 하울은 강아지들과 놀면서 봉사시간을 인정받는 유기견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기견 목욕 및 산책과 더불어 자유데이트 등을 통해 유기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유기견을 양성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 특히 입양을 통해 유기견을 줄이고 무방부제 수제간식 등을 손수 만들어 판매수익금으로 유기견을 돕는 사업을 벌이고 있어 시민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전원근 대구경북청년대학연합 대표(27)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라고 본다.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이 옳지 않겠냐“라며 ”사회가 원하는 정형화된 행복의 기준보다 진정으로 스스로가 원하는 행복을 찾아보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정형화된 틀에 벗어나 기획과 섭외, 홍보, 연출 등 모든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동기부여 컨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구현해내는 대구만의 다이나믹한 청년문화를 개척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컨텐츠 및 행사를 통해 대구 청년들과 대학생들이 하나되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환(26) 대가대 총동아리 연합회장은 ”여러 기관과 청년들이 연합해서 이같이 큰 규모의 체험박람회를 만든 것은 매우 긍적적인 결과“라며 ”앞으로 대학교측에서도 이같은 행사에 적극 협조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행사를 위해 자리를 선뜻 제공한 엔제리너스 점장도 이제 겨우 3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김동건(33) 엔제리너스 동성로점 점장은 ”저 역시 20대에 취업난을 겪으면서 ‘원하는 이상’과 ‘안정적 현실’의 기로에서 늘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커피’라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대구경북청년대학연합’처럼 자신만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삶의 무료함에 지쳐 새로운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엔제리너스는 항상 열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경북청년대학연합’은 대학교 동아리연합으로 경북대학교를 비롯해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가대 등 주요 5개 대학의 동아리와 직장인 동호회 등 60여개 이상이 합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등록회원만 1000여명에 육박한다. 단순히 여러 동아리 간의 협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섭외·홍보부터 연출, 촬영, 안내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가 한 행사에 융합됨으로써 수준 높은 대구청년문화를 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