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회장의 장녀 신현주 부회장 두 딸도 경영 참여…농심 “계열분리 계획이 있는 상황 아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 최대주주(42.92% 소유) 자리에 올라있고, 핵심 계열사인 (주)농심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율촌화학 2대주주(13.93% 소유)다.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역시 메가마트 지분 56.14%를 가진 최대주주다.
율촌화학의 최대주주는 지분 31.94%를 가진 농심홀딩스지만 임원명부에 이름을 올린 오너 일가는 신동윤 부회장뿐이다. 율촌화학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신춘호 회장과 아내 김낙양 씨가 각각 13.50%, 4.60%를 보유 중이다. 또 신동윤 부회장의 부인 김희선 씨가 0.39%, 장남 신시열 씨와 장녀 신은선 씨가 각각 0.56%, 0.01%를 갖고 있다. 신동원·동익 부회장 측 지분은 없다.
따라서 농심가 2세는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각각 경영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끝난 셈이다. 하지만 신동원 부회장의 뒤를 이을 3세 경영은 아직 행방을 짐작하기 어렵다. 신동원 부회장은 1남 2녀를 두고 있는데, 오는 3월 농심 입사 예정인 상렬 씨가 막내다. 농심 측에 따르면 상렬 씨의 두 누나 수정 씨와 수현 씨는 농심에 적을 두고 있지 않다.
농심가 3세인 신상렬 씨가 오는 3월부터 농심에 출근한다는 소식이 들려지면서 농심그룹 후계구도에 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농심홀딩스의 지분 구조를 살펴봐도 수정·수현 씨는 0.29%만 갖고 있지만 상렬 씨는 1.41%를 갖고 있다. 상렬 씨를 제외한 다른 농심가 3세들은 각각 0.28~0.30%의 농심홀딩스 지분을 보유 중이기에 현재로는 농심 3세 중에서 훗날 경영을 맡을 사람은 상렬 씨가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경쟁자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신춘호 회장의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의 두 딸인 박혜성 씨와 박혜정 씨다. 혜성·혜정 씨는 각각 농심홀딩스 지분 0.30%만 갖고 있지만 수년 전부터 농심기획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혜성 씨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계열사 등기이사에 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법인등기부 이사 명단에 혜성 씨의 이름이 올랐던 적은 없었다.
과거 농심그룹은 쓰리에스포유에게 건물 관리를 맡겼다. 문제는 쓰리에스포유 지분 30%를 혜성 씨가, 20%를 혜정 씨가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머지 50%는 신현주 부회장 소유였다. 자연스럽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었고, 결국 2013년 지분을 매각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신현주 부회장과 두 딸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챙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해줬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농심그룹의 3세 경영을 점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1993년생인 상렬 씨는 우리 나이로 27세에 불과하다. 농심가 3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혜성 씨는 39세로 오너 일가임을 감안하면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신춘호 회장이 건재하고 신 회장 아들들의 역할 정리도 표면적으로는 끝났지만 아직 지분구조 변경 등 숙제가 남아 있다. 거론되는 방안은 신동윤 부회장이 가진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매각해 농심홀딩스가 가진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매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농심홀딩스 지분 13.18%는 500억 원, 율촌화학 지분 31.94%는 1000억 원 수준으로 차이가 심해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농심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형제기업인 롯데그룹이 몇 년 전 형제의 난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농심그룹은 비교적 조용하게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신춘호 회장과 동원·동윤·동익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임원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그때까지 지분 작업 등을 마무리해 계열 분리를 단행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농심 관계자는 “역할 등이 어느 정도 정리는 됐지만 내부적으로 (계열분리에 대한) 계획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농심그룹이 계열 분리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16년 대기업 집단 예비 후보군에 농심그룹을 올렸다. 현행법상 자산 5조 원이 넘으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현재 농심그룹의 자산은 4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 비상장사의 정보도 공개할 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주식 소유 현황도 시시각각 공개해야 한다”며 “좋은 뜻에서 진행하는 것이지만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이기에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길 꺼려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부진한 국내 라면 시장, 해외에서 만회하는 식품 기업들 지난 1월, 농심의 라이벌 삼양식품이 일본 현지법인 ‘삼양 재팬’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본은 라면 소비 규모가 6조 원에 이르는 세계 3위 시장이며 최근 한국 라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삼양 재팬을 일본 진출 거점으로 삼아 입지를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이미 2002년 일본 현지법인 ‘농심 재팬’을 설립해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농심 재팬은 2017년 매출 424억 원, 순이익 5억 원을 거뒀고, 2018년에도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 농심은 지난해 말 “미국, 일본을 포함한 전 해외법인이 최대실적을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심은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심은 “일본 토요스이산(46%)과 닛신(30%)에 이어 15%의 점유율로 미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2%에 불과했지만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빠른 속도로 원조인 일본 라면을 따라잡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라면 업계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부진한 내수 시장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4억 1300만 달러(약 4618억 원)로 2017년 3억 8100만 달러(약 4260억 원)에 비해 8.4% 상승했다. 반면 식품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수년째 2조 원 초반 대에서 큰 변화가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라며 “한국은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신제품 출시나 기존 제품 리뉴얼 등 다변화가 꾸준해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