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논문 2부 실험 결과가 다른 석사 학위 논문 2부에 실려…학위 수여 뒤 새 논문으로 교체
표절 시비는 또 있었다. 지난해까지 한체대 학술연구교수로 있었던 B 씨는 2010년 논문 ‘지구성 운동이 NSE/PS-2m 알츠하이머 형질전환 생쥐 뇌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에 미치는 영향’으로 한체대 석사가 됐다. 이 논문에는 한체대에서 2009년 박사 학위를 받은 엄현섭 건양대 스포츠의학과 교수의 논문 ‘지구성 운동이 NSE/PS2m 알츠하이머 형질전환 생쥐의 Aß-42로 유도된 세포사멸과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포함된 실험 결과와 똑같은 내용이 담겼다. (관련 기사: [단독] 한체대, ‘논문 갈이’ 또 발각... 표절 논란 논문 새 걸로 교체)
A 교수와 B 씨는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또 다른 석사 논문을 작성했다. 학위를 받은 논문에서 표절 논란이 제기된 실험 결과를 빼고 새로운 실험 결과를 넣은 ‘새 논문’을 만들었다. 그런 뒤 학위를 받은 원 논문과 새 논문을 교체했다. 학위 논문은 보통 학위 심사를 받은 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모교 도서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제출된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별다른 검증 없이 A 교수와 B 씨의 논문을 교체해 줬다. 현재 주요 도서관과 RISS에는 둘의 새 논문만 등재돼 있다. B 씨는 새 논문조차 RISS에 비공개 처리를 해놨다.
학위 논문이 승인을 받으려면 심사위원 인준서가 필수다. A 교수와 B 씨의 원 논문과 새 논문에는 나란히 인준서가 담겼다. 원 논문 심사 때 받아 놓은 여분의 인준서를 새 논문에도 끼워 넣는 방식이 사용됐다. 두 논문의 저자는 현재 공문서 위조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태다.
국회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도서관은 학교의 공문 등 특정 요청이 있으면 학위 논문을 교체해 준다. 권봉안 대학원장은 “논문 교체용 공문은 나간 적 없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A 교수와 B 씨의 논문을 교체해 준 근거는 지도 교수가 작성해 준 승인서였다. A 교수와 B 씨는 “지도 교수가 준 승인서를 가지고 도서관에서 원 논문과 새 논문을 교체했다”고 했다.
A 교수와 B 씨의 지도 교수는 모두 생활체육대학 소속 C 교수였다. C 교수는 아예 ‘논문 갈이’의 중심에 서있었다고 나타났다. 한체대에서 두 차례 벌어진 ‘논문 갈이’의 기초 실험 결과가 담겼던 박사 학위 논문 2부 역시 지도 교수가 C 교수로 나타난 까닭이다. C 교수는 한체대에서 연구실 하나를 운영하는데 문제된 논문 모두 이 연구실에서 나왔다.
교육계는 이번 한체대 ‘논문 갈이’ 사태를 일회성으로 보지 않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한 지도 교수 아래 나온 박사 논문 2부의 실험 결과가 다른 석사생의 석사 학위 논문 2부에 동일하게 실렸다. 2007년부터 2010년에 걸쳐 일어났다. 이건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C 교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과 C 교수가 지도했던 논문 전수를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군다나 C 교수는 차기 한체대 교학처장 내정자로 거론된다. 이런 교수가 한 대학의 인사 총책임자가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C 교수는 2012년부터 안용규 한체대 총장 당선인의 선거 운동을 담당했던 교수로 교내에서 유명하다. 차기 교학처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C 교수는 “좋은 게 좋은 거고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차라리 나를 공격하지 제자를 공격했나 모르겠다. 직접 만나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고 싶다. 한체대로 오라”고 했다. 그런 뒤 다시 전화로 “현재 감사 중이나 나중에 만나는 게 낫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거듭된 연락에도 C 교수는 묵묵부답이었다.
C 교수의 책임론이 급부상한 가운데 한체대 내부 연구윤리위원회의 낮은 ‘표절 인지 감수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A 교수에 따르면 원 논문 관련 표절 시비가 불거졌을 때 한체대는 이 논문을 ‘표절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 결과를 쪼개서 쓴 걸 문제시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체대 연구윤리위원회의 낮은 표절 인지 감수성이 ‘실험 결과 쪼개기’라는 한체대 고유의 악습을 만들어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2012년 논란이 됐던 ‘학술지 논문 철회 사태’도 한체대 교수의 실험 결과 쪼개기 때문이었다. 국제저널 ‘신경과학회지’는 2012년 12월호에서 “2009년 한국 연구팀이 게재한 논문을 편집장 직권으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학술지 논문 철회는 보통 저자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다. 편집장 스스로 논문을 철회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이 문제는 당시 학계에서 초유의 관심사였다.
김현태 교수가 연구의 총책임자인 교신저자로 작성한 이 논문은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게 트레드밀 운동을 지속적으로 시킬 경우 증상이 호전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김 교수는 2009년 국제저널 ‘국제신경화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삽입했던 사진을 또 다시 다른 저널용 논문에도 사용했다. 실험에 사용된 대조군 사진이 각각 같았고 그래프도 최소한 4개 이상이 동일했다. 심지어 같은 대조군으로 사용된 자료가 서로 다른 경우도 발견됐다. 김 교수는 이번 ‘논문 갈이’ 사태의 중심이었던 B 씨의 석사 논문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현재 교육부는 한체대 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차례나 연장됐다. 정진우 교육부 감사 담당자는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