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강철 특보, 이기명 특보, 이광재 실장. | ||
특히 정치권에서 ‘돈’ 문제는 자칫 권력형 비리 또는 부정부패와 연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자루 없는 칼’로 비유되곤 한다. 현실 여건상 돈 없이는 정치가 불가능하지만 때론 그 돈 때문에 스스로 다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최근 검찰이 수사를 재개한 ‘나라종금’ 사건 역시 노 대통령 측근 인사가 받은 돈의 성격 때문에 의혹을 빚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권력자의 ‘핵심측근’을 둘러싼 돈 문제는 임기 말 ‘측근 비리’라는 이름으로 불거지곤 했다. 정가 일각에선 측근에게 역할만 주고 생활 방편은 보장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구조적 모순이 비리를 부르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새 정부 들어서는 어떤 상황일까. 노무현 정권에서 주목받는 주요 측근 인사들의 수입 명세를 살펴봤다.
노무현 정부에서 핵심측근 인사 다섯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일단 문희상 비서실장과 문재인 민정수석이 떠오른다. 다음으로는 유인태 정무수석, 라종일 안보보좌관, 정찬용 인사보좌관 등 청와대 주요 수석급 인사들이 거론된다.
‘궐내’에 있는 이들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장·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정부가 정한 보수와 수당 지급 규정에 따라 매월 일정한 급여와 직급보조비를 받는다.
그렇다면 이들 청와대 근무자 외에 ‘궐밖 대신’으로 불리는 노 대통령의 다른 핵심 측근인사들은 어떻게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10여년 이상 후원회장을 맡아왔던 이기명 회장은 얼마 전 무보수 명예직인 문화예술특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철 특보도 명예직 정무특보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 출금조치된 염동연 전 정무특보는 민주당 인사위원 외에 아직 공식직함이 없는 상태다.
386 핵심 참모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광재 국정상황실장과 달리 민주당에 남아 있는 안희정씨의 경우 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전통적으로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이들 인사들 가운데 이광재 실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한 셈이다. 인수위 시절 정무특보로 잠시 임명돼 사무실까지 마련했던 이기명 이강철 염동연 등 측근들의 수입에 새삼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오랫동안 노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을 맡아왔던 이기명 문화예술특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 인사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0여년 이상을 한결같이 노무현 대통령을 재정적으로 후원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기명 특보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일단 이 특보는 공식적인 수입 채널을 갖고 있지 않다. 한때 방송작가로 필명을 날렸지만, 현재 이 특보는 더 이상 방송작가로 활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특보는 두루 사람들을 만나 노무현 정권의 성공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들을 노 대통령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별히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과거 현역 작가 시절 이 특보는 출판한 책의 성공으로 적잖은 인세 수입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무보수 명예직 정무특보에 임명된 이강철 특보는 민주당 개혁위원, 조직강화특위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민주당 8층에 마련된 특보실에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외부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특보 역시 고정적인 수입 구조를 갖고 있지는 않다. 개혁위원과 조직강화특위위원으로 활동하는 대가로 이 특보가 민주당으로부터 받는 공식적인 ‘활동비’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후배에게 기름값과 약간의 활동비를 주며 갤로퍼를 빌려 타고 다니며 활동하고 있는 ‘비결’에 궁금증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 염동연 전 특보(왼쪽), 안희정 부소장. | ||
그러나 염 전 특보 역시 민주당에서 고정적인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선 그저 ‘염 전 특보가 사업을 하는 동생 등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주당 송찬식 총무국장은 “일반 사무처 당직자 외에는 상근 부위원장들에게만 급여가 지급될 뿐, 특보들에게는 별도로 급여가 지급되는 것은 없다”며 “당에서 이뤄지는 각종 회의에 참석했다고 별도로 ‘활동비’를 지급하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다만 안희정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경우, 상근 부위원장에 준하는 월 3백여만원 정도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봉으로 4천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다.
반면 안 부소장과 함께 노 대통령의 ‘젊은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이광재 실장은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매월 2급 상당의 급여와 직급보조비를 지급받고 있다. 연봉으로 치면 6천만원 대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전통적’ 핵심측근 5인방 가운데 안희정 부소장과 이광재 실장만이 공식적인 수입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투명한 소득과 그에 따른 세금 납부’. 자본주의 운영원리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을 관통하는 불가침의 원칙이다. 이 원칙에서 이들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공식적인 수입이 없는 이기명 특보와 이강철 특보, 염동연 전 특보 등에게 부담스런 시선이 집중되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에게 던져진 시선 속에는 ‘우려와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다. 행여 부패의 ‘부나방’들이 이들 주변에 꼬여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는가 하면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무(無)수입’으로 지내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한숨도 깔려 있는 것이다.
정당한 수입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이들 핵심측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게 한낱 기우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