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마약 유통·투약 논란의 종합선물세트…YG의 전례없는 ‘자신만만’ 태도 눈길
가장 최근 사건만 나열해도 대마초 흡연, 불성실한 군복무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건사고도 지금 현재 뜨거운 감자가 된 한 명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경영진으로 있던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 폭행, 성범죄, 불법 약물 논란에 더해, 본인이 직접 성접대에 관여했다는 폭로까지 터져 나온 상황이다.
‘위대한 승츠비’로 성공한 사업가 면모를 뽐냈던 빅뱅의 멤버 승리가 ‘버닝썬 게이트’로 말미암은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MBC 제공
‘위대한 승츠비’ ‘성공한 CEO’로 성공적인 인생 제 2막을 펼치려던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추락에 반등이 생길 수 있을까.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버닝썬 내 ‘마약 그림자’, 승리는 정말로 몰랐을까
승리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은 현재 다른 사건보다 먼저 불법 약물 투약, 공급 및 매매 논란에 직면해 있다. “나를 비롯해 내 주변 누구도 약을 판매 및 유포한 사실이 없다. 마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클럽 문을 닫겠다”던 버닝썬 대표이사 이문호 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모발에서 마약이 검출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클럽 문은 닫지 않고 대신 자신의 SNS 계정을 닫은 상태다.
이 씨는 승리의 ‘절친’으로 꼽힌 인물이다. 승리가 직접 버닝썬엔터테인먼트(클럽 버닝썬의 법인명)와 몽키뮤지엄(청담 라운지바)의 경영진으로 이 씨를 올려놓을 정도의 우정을 자랑한다. 이들의 깊은 우정은 클럽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7일 오후, 승리가 조사를 받기 위해 자진해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씨와 함께 펄스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한 멤버 가운데 조 아무개 씨가 있다. 그 역시 ‘버닝썬 오픈 멤버’로 이 사태 직전까지 버닝썬의 직원으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 씨가 강남의 ‘마약왕’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중간 공급책’이지만, 강남 유흥업계에서 그를 거치지 않고 약을 받은 VVIP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조 씨는 지난 2014년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위 이 아무개 씨(42)에게 마약을 넘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는 현재 마약류 투약 및 유통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결국 버닝썬 내에서 승리의 ‘양 날개’로 지목되는 인물이 모두 마약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클럽 관계자들의 마약 유통과 공급, 투약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거나 “관여한 바가 없다”는 승리의 주장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VIP 성접대 수사’ 관건은 카카오톡 메시지의 원본 확보
승리가 직접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 및 판매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도의적인 부분이 아니고서야 현재로썬 그에게 마약과 관련한 각종 논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가장 최근에 불거진 승리의 ‘VIP 성접대’ 논란이다. 승리는 유리홀딩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리홀딩스는 승리와 배우 박한별의 남편 유 아무개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투자전문회사로 버닝썬, 몽키뮤지엄, 아오리라멘 등 승리의 사업체가 속해 있는 곳이다.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승리는 2015년 12월 6일 유 씨와 유리홀딩스, 클럽 버닝썬 등 회사의 전현직 관계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성접대를 암시하는 말을 했다. 그는 “여자는? 잘 주는 애들로”라며 VIP 손님에게 여성을 붙여줄 것을 요구했다. 유 씨 역시 “내가 지금 창녀들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창녀들 두 명 오면 XX이(유리홀딩스 직원)가 안내하고 호텔방까지 잘 갈 수 있게 처리해. 두 명이면 되지?”라고 받아치는 반응을 보였다.
이 ‘VIP 성접대’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는 곳은 클럽 아레나다. 2015년은 이문호 버닝썬 대표가 펄스엔터테인먼트 MD팀으로 아레나 클럽 파티를 주도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실제로 유 씨는 여성 VIP 접대로는 이 씨를 붙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와 유리홀딩스 측은 이에 대해 “허위로 조작된 가짜 문자”이며 “승리를 음해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승리도 “3년 전의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대화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이를 부인했다.
경찰은 이 카카오톡 메시지의 원본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승리는 당분간 피의자 신분이 아닌 피내사자 신분으로만 경찰 조사에 임하게 된다. 경찰은 원본 메시지를 확보하는 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
#‘약국’ 된 YG, 승리 사건엔 ‘자신만만’ 왜?
2016년 연말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연예계 사건사고에서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것은 YG였다. 소속 연예인들 뿐 아니라 수장인 양현석 대표가 ‘갑질’ 논란에 휩싸인 ‘믹스나인 논란’까지 합하면 구설수 전문 엔터테인먼트라는 대중들의 지적이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다.
주목할 점은 YG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들이 대부분 ‘불법 약물’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빅뱅의 GD(지드래곤, 본명 권지용·31)의 대마초 흡연부터 시작해 2014년 6월에는 걸그룹 2NE1의 멤버 박봄이 마약류(암페타민) 밀수 논란에 휩싸였다. GD는 대마초 흡연 사실을 자백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박봄은 순수 암페타민이 아니라 암페타민 성분이 소량 함유된 아데랄을 배송한 점이 참작돼 입건유예 조치를 받았다.
승리를 둘러싼 모든 논란의 시발점이 된 클럽 ‘버닝썬’은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러나 이후 불거진 약물 논란은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할 정도다. 2016년 4월에는 소속 연예인들과 절친한 관계를 자랑하던 YG 스타일리스트의 코카인과 대마초 흡연, 이듬해 6월에는 의경 복무 중인 빅뱅의 멤버 T.O.P(본명 최승현·32)의 대마초 흡연 사건이 터졌다. 이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YG 소속 유명 프로듀서도 약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7년 12월에는 YG 산하 레이블인 ‘더 블랙 레이블’ 소속 프로듀서 쿠시가 코카인 구매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의 마약 논란까지 터지면서 YG의 이미지는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다. “YG가 약국의 약자냐”라는 대중들의 조롱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YG는 저자세를 보였던 앞선 사례들과 달리 이번 승리 사건에 있어서는 전례 없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YG 측이 승리의 ‘무혐의’를 자신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승리는 현재 경찰의 간이 마약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아냈다. 국과수 결과에서 뒤집힐 수 있더라도 일단 숨통은 트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마약을 투약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업장 내에서 마약 유통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 이를 사업에 적극 이용했는지 여부도 이번 수사의 참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버닝썬 사건은 집단 폭행, 수사기관 유착, 성범죄, 마약 등 수사가 따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전체가 연결돼 있다. 단순히 마약을 안했다, 성접대를 안했다는 것만으로 사건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