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 속 현대차와는 전쟁까지…의무수납제 등 3중 울타리 안에서 고수익 누려
설상가상 신용카드사와 현대차그룹의 2차 전쟁이 발발했다. 2014년 말 자동차복합할부금융 갈등 이후 4년여 만이다. 당시엔 자동차 관련 사업수익을 지키기 위해 현대차 요구를 받아들여 수수료를 낮추며 백기투항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중소가맹점 수수료 감소분을 만회할 방법은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밖에 없다. 현대차에 이어 SK텔레콤 등 통신사는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과 줄줄이 협상을 벌여야 한다. 첫 승부에서 밀리면 다음 협상에서도 수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카드사들이 인허가 제한과 소득공제, 그리고 의무수납제의 3중 울타리 안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고수익을 누려왔다는 지적도 여전히 적지 않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로페이 이용확산 결의대회 및 결제시연’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혜택을 폐지·축소할 방침을 밝히자 카드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40% 적용할 것이라는 정부 계획도 카드사들에 압박을 주고 있다. 최준필 기자
# 소득공제, 폐지 아니라도 축소 불가피
기획재정부가 카드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혜택 축소 또는 폐지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총급여액 2억~3억 원 구간에서 80만 원이었지만, 1500만~2000만 원 구간에서는 11만 원에 불과했다. 총급여가 1억 원이 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3.7%에 불과하지만, 전체 신용카드 세금감면액의 11.2%를 차지했다. 반면 전체 근로자의 41.7%에 달하는 총급여 20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감면액의 6.2%에 불과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점을 감안할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축소될 가능성은 크다. 이미 연소득 1억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혜택 축소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까지 뛰어든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신용판매 기능까지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결제시스템을 핀테크 업체에 개방하도록 결정했다.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는 핀테크 결제업체들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 힘에서 밀리고
앞서 정부는 중소상공인에 대해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사실상 ‘0%’로 낮추기로 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연간 8000억 원가량의 수수료 수입이 줄게 됐다. 대신 정부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며 카드업계를 달랬다.
하지만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 해지로 맞섰다. 현대차에는 현대카드·캐피탈이라는 든든한 우군도 있다. 경쟁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하면 현대카드가 그 틈을 파고 들 여지가 생긴다.
금융당국에서는 카드사 지원을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18조의3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조 4항은 대형 가맹점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다만 그동안 이 법에 따라 적발된 전례는 없다.
또 여전법 제18조의3 및 여전업감독규정 제25조의4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객관적이고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차는 이 조항을 근거로 카드사들에 수수료 인상 근거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들 입장은 “사실상의 원가 공개”라며 “불가하다”이다.
4년여 전과 달리 금융위원회가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지만 영역이 달라 통할지 미지수다. 최근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자동차업계는 ‘설령 공정위가 나선다고 해도 양보할 수 없다’며 결연하다.
# 그럼에도 수익성과 급여 수준은 ‘금융권 최고’
카드사들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그리 동정적이지 않다. 아직도 카드사들이 ‘배부른’ 상태라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일례로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그룹 내 총자산 기준 비중은 5%지만, 당기순이익 비중은 29%에 달한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란 뜻이다. 그나마 전년 9138억 원이던 순이익이 5194억 원으로 줄었음에도 이 정도다. 지난해 상반기 직원 평균급여도 신한카드가 5400만 원으로 5000만 원인 신한은행을 앞선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직원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이다.
카드사들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비결은 소득공제와 함께 의무수납제다. 덕분에 한국의 신용카드 결제 침투율은 62%로 G20 국가 가운데 미국(62%)과 함께 캐나다(79%)에 이은 공동 2위다. 게다가 신용카드업 신규면허는 발급되지 않고 있다. 제한된 경쟁에서 법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췄던 셈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결제액수가 늘었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정부의 영세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오히려 카드사들의 핀테크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쪽 모두 사실상 수수료가 ‘0%’가 됐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혜택이 줄어도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경쟁력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기능을 감안할 때 ‘생존기반’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