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클럽 40여곳 모두 일반음식점 신고…이태원·강남 ‘클럽처럼 춤추는 변종 라운지바’ 득세
서울 마포구 일대의 클럽들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논란이 되고 있다. 양현석 대표의 실소유 의혹을 받고 있는 문나이트 외관. 금재은 기자
통상 유흥업소의 주요 영업일은 준 주말에 속하는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다. 나이트클럽으로 대표되던 유흥시설은 2000년 초부터 클럽으로 유행이 옮아갔다. 클럽은 나이트에 비해 객석을 좁게 만들거나 스탠딩 위주의 객석을 늘린 형태다. 넓은 공간에 앉을 공간 몇 개를 두고 주로 서서 춤을 출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대개 음주·흡연·식사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클럽들이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운영을 해왔다는 점이다.
클럽의 탈세 논란은 유흥주점, 위락시설 등으로 신고해야 할 클럽들이 소매점, 일반음식점 등으로 신고한 뒤 영업해 불거졌다. 우후죽순 들어선 클럽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유흥주점 영업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다. 홍대, 이태원 등지는 도시계획법상 상업지역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클럽시대를 연 홍대의 경우도 2000년대 초반 클럽들은 허가가 가능한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40여 개의 홍대 클럽은 모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됐다. 애초부터 유흥업소를 차릴 수 없는 주거지역임에도 편법을 써가며 클럽을 개장한 것. 하지만 2014년 말경부터 과도한 규제로 클럽이 편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보도가 이뤄졌다. 규제가 과해 문화산업을 위축시킨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마포구는 2015년 ‘서울특별시 마포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다. 이로써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클럽들이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클럽은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춤을 추는 것이 공간의 주된 특성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비난을 받고 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실소유했다는 의혹을 받은 ‘러브시그널’ 역시 사실상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탈세의혹에 중심에 섰다.
클럽들은 애초 영업이 불가한 지역에 업소를 열고도 도리어 억울하다고 토로해왔다. 구청에서 조례를 마련해 운영에 숨통을 틔워줬지만, 정작 세금은 일반음식점에 준해 내는 이기적 행태에 비판여론에 거세다.
유흥주점은 일반음식점에 비해 더 촘촘한 규제를 받는다. 유흥주점 허가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유흥주점은 도시계획지역 중 상업지역 내, 건축물 용도가 위락시설로 지어진 경우에만 허가받을 수 있다. 학교 200m 이내에 위치할 경우는 교육당국의 심의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세부담도 훨씬 크다. 일반음식점의 경우 요금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납부하고, 유흥주점은 개별소비세 10%에다 교육세 3%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중과세 대상에 들어간다. 유흥업소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으면 이점이 상당하다.
이태원 상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이태원 주요거리 가운데 상업지역은 거의 없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상권이 활성화된 이태원도 주거지역이 많다. 유흥주점으로 신고허가가 나간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흥주점 허가가 나지 않는 이태원 거리에는 ‘라운지’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라운지와 바(BAR)로 종류가 나뉘지만 클럽에서 나오는 흥겨운 음악과 함께 손님들이 복도 등지에서 춤을 추며 술을 즐기는 분위기다. 클럽과 술집을 합친 라운지클럽 형태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허가를 받고도 업장을 사실상 클럽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제재의 사각지대에 있다. 승리 클럽으로 유명해진 몽키뮤지엄도 라운지 바로 운영됐다.
유흥주점보다는 문화시설로 홍보하는 라운지들은 신종 유흥업장으로 부상했다. 온라인에는 학교 앞 창업을 위해 ‘라운지클럽 운영’이 적법한지 묻는 질문도 수두룩하다. 영업허가를 받기 쉽고 절세효과를 누리면서도 클럽처럼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청담동과 압구정로데오 거리를 필두로 라운지클럽은 활황을 맞았다. 클럽과 비슷한 수준의 규모에 인테리어로 무장한 라운지들은 영업방식 또한 클럽과 비슷하다. 테이블과 룸에 앉으려면 일정 수준의 주류를 구매해야 한다. 일반 객석은 거의 없으며 고급 양주나 와인 등을 병 단위로 시키지 않을 경우 바텐더 앞에 있는 간이 객석에 앉아야 한다.
지난 3월 7일 기자가 찾은 청담동 유명 라운지 A 사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몇몇 손님이 룸을 채우고 있었다. 업장의 한 관계자는 “평소보다 사람이 없는 편”이라며 “보통 목요일 늦은 시간부터 주말까지 클럽처럼 사람들이 꽉 차고 춤을 춘다”고 설명했다. 해당 라운지에는 클럽과 비슷하게 DJ박스가 있고, DJ가 음악을 틀고 있었다. A 사 역시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상태다.
유명연예인이 운영했다는 라운지 B 사는 개점 당시부터 건축법 위반으로 구설에 올랐다. 역시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은 B 사는 시민단체로부터 지난해 2월 고발당했다. 해당 연예인은 이사직에서 사퇴했지만 꼬리 자르기 의혹을 받았다. 7일 찾은 B 사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건물에는 ‘내부 수리중’이라는 메모가 붙어있었다. 강남구청에 확인한 결과 B 사는 현재 영업중단한 상태다.
손님이 많기로 유명한 C 사 라운지클럽 역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청담동 한 건물 관리자는 “인근의 유명한 대형 라운지들은 요새 분위기가 흉흉해서인지 문을 걸어 닫았다”며 “현재 운영 중인 곳은 소규모 조용한 라운지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라운지클럽 형태를 띠고 신규 개장하는 업소들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등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강남역 메인 거리에 개업한 D 라운지클럽은 상업지역에 위치해 유흥업 허가 문제가 없음에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았다.
클럽과 라운지의 탈세논란 핵심은 단순히 업종 등록 문제가 아니다. 객장의 객석을 최대한 줄이고 손님을 많이 받아 춤을 추게 하는 구조에 있다. 고가의 술을 구입하지 않으면 객석조차 제공되지 않는 공간은 꼼수 영업의 대표적 행태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객석에서 춤을 추는 정도는 허용된다’는 조례를 만드는 것 자체가 탈세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업장의 과도한 발레파킹 비용과 짐 보관료 등이 모두 현금으로만 결제된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