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유럽 상품 직접 써보고 유튜브로 소개…정유라 대표 “한국 중소기업 상품도 유럽에 선보일 것”
분더바TV 로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기반을 둔 분더바TV(Wunderbar TV)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이자 유튜브 채널이다. ‘내 손안의 작은 홈쇼핑 채널’을 표방한 분더바TV는 유럽 상품, 특히 독일 상품을 직접 써보고 소개하는 채널이다. 이들은 향후 유럽에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분더바TV를 운영하는 대표는 정유라 씨다. 정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한 유럽 유학파 출신이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난해 창업했다. 정 대표는 독일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로 창업을 결정했다. 창업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WMF 믹스앤고’라는 미니 믹서 사용 영상은 한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구매 문의가 올 정도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정 대표의 독일 스타트업 도전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분더바TV는 무슨 뜻인가.
“분더바(wunderbar)는 영어로 원더풀(wonderful), 즉 놀랍다. 대단하다라는 뜻이다.”
―창업은 어떻게 결정했나.
“갑작스레 결정한 건 아니었다. 과거 창업을 한 번 준비하다 실패한 뒤 뜻밖의 공고를 보고 합격해 대학교 교직원이 됐다. 편하고 안정적인 교직원의 삶을 갖게 됐지만 학교에서 여름 내내 있던 시위를 보면서 뭔가 허무감이 들었다. 사람 운명이라는 것은 늘 그렇게 편하고 안정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새로운 모험이 하고 싶어졌다. 그때 한국에서 배우이자 감독인 추상미 감독을 만나게 돼 보아스 필름을 창업했다. 영화에 대한 투자가 늦어지면서 보아스 필름을 떠나게 됐다. 한국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유럽으로 돌아오고 싶어 결정하게 됐다.”
―독일어를 거의 못하는데 독일에서 창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국에서 공부했었다. 해외에서 창업을 하고 싶었는데 전혀 모르는 곳보다는 익숙한 유럽 쪽에서 해보고 싶었다. 독일 오기 전 잠깐 학원 다니고, 독일에 와서는 일만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따로 없었다.”
―독일 창업에는 큰 제한이 없나.
“일단 사업 비자로 처음엔 1년, 사업 진행 상황 봐서 1년에서 2년 비자 연장 가능하다. 일반 비자보다는 사업 비자가 영주권 신청하기에도 조금 더 유리하다고 알고 있다. 처음 사업비자 받을 때는 독일어 못해도 괜찮지만 경우에 따라 다르다. 기본 2만 5000유로 있으면 법인 설립 가능하고 그에 필요한 사업 비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체로 잘나오는 편인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서류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사소한 문제로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비자 담당자 누구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르다. 어느 정도 독일어나 영어가 필요하긴 하다. 독일 공무원은 영어를 할 수 있어도 잘 안 쓰려고 한다.”
정유라 분더바TV 대표
“광고영상 제작사를 창업하려고 했는데 한국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그동안의 경력과 유럽에서 유학했던 경험을 살려 유럽에서 창업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유럽 내 한국 기업이 많이 있는 곳을 알아봤고 한국 회사가 많은 프랑크푸르트로 결정하게 됐다. 처음엔 회사 소개영상을 만들 생각이었다. 독일 현지에는 규모가 작은 한국 회사들이 많았다. 규모가 작다보니 광고·홍보 영상 제작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예산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다 2018년 여름 한국 ‘중고나라’에서 운영하는 ‘비밀의 공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비밀의 공구는 홈쇼핑과 공동구매 쇼핑몰을 결합한 형태의 판매방식으로 ‘폐쇄형 쇼핑몰’이다. 비밀의 공구에서 유럽 제품을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다 보니 고객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해외 제품을 영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임을 알게 됐다.”
―어떤 제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나.
“특정 분야 아이템을 정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는 유럽에서 조금 알려진 상품들을 한국에 소개해 채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단 1차 목표는 제품력은 정말 좋지만 아직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유럽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한국 제품들, 특히 아이디어 넘치는 중소기업 제품들을 유럽에 알리는 것이 분더바TV 목표다.”
―분더바TV 카테고리는 어떤 게 있나.
“‘독일 잡화점’, ‘율식당’, ‘범쓰리뷰’가 있다. 독일 잡화점은 제과, 건강식품부터 화장품까지 다 소개하는 말 그대로 잡화점이다. 율식당은 리빙 브랜드 위주로 소개한다. 범쓰 리뷰는 키덜트들을 위한 취미 생활 가능한 리뷰 채널이다. 율식당은 그릇만 보여주기보다는 그 위에 올릴 간단한 요리 팁도 알려드리는 게 목적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에 매우 민감하다. 분더바TV의 강점이 있다면.
“기존 이미지와 글자로만 소개하던 해외직구 상품의 자세한 사용법이나 팁을 영상을 통해 알리고 있다. 물론 가격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 기업들과 협업하는 데 어렵진 않았나.
“처음엔 분더바TV 채널이 인지도가 없어 우리와 협업해 판매를 원하는 업체가 없었다. 일반적인 현지 해외직구 업체에 비해 갑작스레 우리 쪽 판매량이 많아지면서 경쟁 업체로 생각하기도 했다. 현지 업체들은 공급 가격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일단 자체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비밀의 공구’를 함께 진행했던 업체들을 중심으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상은 어떤 건가.
“분더바TV에서 소개한 상품 중 ‘WMF 믹스앤고’라는 미니 믹서기가 최고 히트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믹서기 사용법과 레시피를 추가해서 만들었는데 영상을 보고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구매 원하는 고객이 문의를 할 정도였다.”
분더바TV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믹서기 영상.
―어쩌면 따라하기 쉬운 사업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 부분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영상 콘텐츠 만들 수 있다면 누구든 이 업계에 뛰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럽 현지에서 비디오 커머스를 시도하는 스타트업으로 한 발 먼저 노하우를 쌓고 있다. 경쟁자와의 차별화 방안은 늘 고민 중이다.”
―해외 배송을 하는 만큼 배송도 큰 장벽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결했나.
“시작은 웹쇼핑 채널로 기존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한정기간만 판매하려고 했다. 상품 선정은 파트너 사와 협의하에 진행한다. 배송은 파트너사에서 진행하기도 하지만 현지 배송대행 업체와 협의해서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상품 판매 외에도 구상 중인 비즈니스가 있나.
“유럽 유튜버들의 영상 기획·편집 등을 돕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자동차를 리뷰하는 유튜버와 작업을 시작했다. 독일 내 스타트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채널인 ‘독일에서 창업하기’도 함께 하려고 한다. 독일 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유럽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여러 영상 채널을 관리해주는 회사)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2019년 목표가 있다면.
“올해도 유럽 상품을 한국에 소개하겠지만 한국 중소기업 상품을 유럽에 소개하는 것에 더 매진할 생각이다. 또 유럽 MCN 회사가 목표인 만큼 유튜브 광고수익·PPL·자연스러운 리뷰 등으로 수익 구조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