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산 경계 공동묘지 분묘 47기 불법 개장 후 화장·이장 의혹 / “파헤친 유해 현장에서 불법 화장 의혹도”... 엄중한 수사 필요
경기 양평의 ‘ㅈ’종파 전 종중대표 등에 의해 파헤친 것으로 추정되는 종중산 경계에 있는 공동묘지 내 분묘 현장. 개장 후 평지가 됐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경기 양평에 선산을 둔 ‘ㅈ’종파의 전 종중대표 등이 양평군 소유 공동묘지 분묘 47기를 불법으로 개장하여 이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유해를 현장에서 불법 화장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ㅈ’종파의 종중원 A씨는 지난 6일 기자와 만나 “전 종중대표 등이 종중산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종중산 경계에 있는 공동묘지 분묘 47기를 파헤쳐 또 다른 곳에 위치한 종중산에 이장했다”면서, “이들은 파헤친 분묘가 위치한 지역이 종중산인 것으로 착각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묘가 있으면 종중산 매매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 전 종중대표 등이 종중산 인근 공동묘지 일부 지역을 종중산으로 착각해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A씨는 또 불법 화장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묘에서 나온 유해를 정식 화장시설에서 화장하지 않고 토치로 태워 화장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면서, “이를 직접 목격한 종중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법기관에서 수사가 개시되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장을 하려는 자는 시신 또는 유골의 현존지(現存地) 또는 개장지를 관할하는 군수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또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화장시설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는 화장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자가 공동묘지 일대를 돌아본 결과 묘터 상당수가 평지가 된 상태로, 현장에는 막대기가 군데군데 꽂혀져 있었으며, 분묘가 있어야 할 곳에는 나무 잔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사진)
A씨는 전 종중대표 등이 이렇게 불법으로 개장한 유해를 후손이 없는 종중 유해 12기(기존에 보관 중)와 함께 또 다른 종중산에 매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납골묘에는 ‘무손추모비’가 세워져 있으며, 당초 추모비 옆에는 59기라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전 종중대표 등의 요청에 따라 석재상이 지운 상태라는 주장이다.
양평군 담당자는 “측량을 하는 등 현장을 확인해 공동묘지가 불법으로 훼손된 사실이 확인되면 경찰에 고발하는 등 행정조치를 할 것”이라며 “묘지 주변에 있던 나무들도 불법 굴취된 사실 여부 역시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A씨를 비롯한 종중원들은 이번 범죄행위의 직접 당사자들인 전 종중대표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형법 제160조(분묘의 발굴)는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묘 발굴은 조상숭배사상이 자리 잡은 우리 헌법 취지에 비추어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중한 범죄다.
이와 유사한 ‘사체 등 오욕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허가 없이 분묘를 개장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종중산에 세워진 무손추모비. 이 곳 역시 양평군에 묘지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조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59기의 유해가 매장된 곳으로 추정되는 무손추모비 현장 역시 양평군에 묘지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조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묘지 외의 구역에 매장을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을 받게 된다. 만일 59기의 유해가 매장된 이곳이 가족묘지로 의제된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앞서 이 종중은 무손추모비 옆에 종중묘지를 조성하면서 허가 받은 990㎡를 초과하여 조성하고, 또한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불법이 적발되어 양평군으로부터 과태료와 함께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A씨 등 현 집행부 측은 2018. 7. 10. 수원지법여주지원에 전 종중대표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같은 해 10.17 직무집행정지를 결정했다. 현재 회장지위부존재확인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한 업무상횡령 혐의로 전 종중대표를 고소하여 춘천지법원주지원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3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종중산과 관련한 사실 확인을 거쳐 후속보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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