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반발에 액면감소·무상증자 안건 철회…주주제안 사내이사 후보 거절 후 위임장 확보에 총력
한솔그룹은 조동길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0.4%에 불과하다. 자기주식(11.15%)을 제외해도 의결권은 23%가 안 된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도 없고, 외국인 지분율도 10% 남짓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소액주주 1만 8682명이 지분 63.5%를 보유 중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발인식에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다. 이 고문 별세 후 한솔홀딩스가 혼돈에 휩싸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솔그룹 주가는 적자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지난해부터는 2017년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주당 50원씩 21억 원을 배당했지만 주가는 액면가(5000원) 근처에서 줄타기 중이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말 사내이사 후보추천과 유상감자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상정했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1주당 1만 1000원씩 123만 5712주(발행주식 수의 3%)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안이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연합 관계자는 “유상감자를 통해 주주들은 135억 원을 받게 되며 동시에 자본금이 줄어 주식 가치도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솔홀딩스는 두 안건에 모두 반대하며 액면감소(무상감자)와 무상증자, 중간배당 신설이라는 3장의 카드를 내놨다. 당장은 배당 여력이 적으니 액면감소(5000원→1000원)로 자본금을 줄여 배당 가능 자본을 확충하고, 이에 무상으로 주식을 더 지급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중간배당을 신설해 상반기 중 흑자를 내면 주주환원에 나서겠다는 약속까지 더했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액면가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식 수나 주가가 변화하지 않아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다”며 “중간 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솔 측은 제안을 내놓은 지 열흘도 안돼 액면감소와 무상증자 안건을 철회했다. 공시 번복으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까지 감수했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많은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해당 안건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무상감자는 특별결의(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사항이다. 안건가결을 위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충족이 어려워진 데 따른 ‘후퇴’로 해석되는 모습이다.
한솔 측은 2018년 기말 보유현금은 428억 원인데, 상환의무가 있는 차입금 210억 원을 고려하면 회사의 실질적인 현금은 약 218억 원뿐, 136억 원의 현금유출이 동반되는 유상감자를 진행하면 남은 현금 82억 원으로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소액주주 측이 제시한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자질 부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주제안으로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택환 씨는 1991~1998년 한진건설에서 근무했고, 2015~2018년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성창기업지주 감사를 지냈다.
한솔홀딩스 이사 가운데 이번 주총에서 임기만료되는 이는 박용수 재무담당 임원뿐이다.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이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3%로 제한되는 상근감사 대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사외이사나 사내이사는 가결 요건이 같다. 소액주주들이 사내이사 후보를 추천한 이유다.
현재 회사 측은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문업체와 용역계약을 맺고 위임장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기범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해 자회사인 한솔제지는 업황이 좋아서 직원들 상여금까지 줬는데 최근 한솔홀딩스는 배당 가능한 잉여금이 없다는 이유로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택환 후보는 “최대주주를 지지하는 지분을 최대 25%까지 보더라도 승산이 높다”면서 “이사회에 진출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보편적인 배당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주주들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창기업에서도 배당 외 일반적인 경영에 간섭한 적이 없다”면서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쓴다면 외부로부터 경영권 위협이 있을 때 오히려 회사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한 펀드매니저는 “이젠 기관들도 배당에 적극적”이라며 “한솔홀딩스 같은 곳들은 최대주주가 지배력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매년 비슷한 소액주주들의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
“하필 구매 후보가 YG라니…” 승리 사태로 오크밸리 매각계획 차질 한솔홀딩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오크밸리를 운영하는 한솔개발에 있다. 한솔홀딩스는 오크밸리를 매각해 재무부담을 줄이고 신설되는 중간배당으로 주주들을 달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게 됐다. 하필 오크밸리 매수 후보가 최근 승리 파문의 장본인인 YG엔터테인먼트여서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빅뱅 맴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승리사태의 파문이 한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고성준 기자 사모펀드(PE)인 트루벤은 YG엔터테인먼트·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한솔홀딩스의 한솔개발 지분 91.43%를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거래가격은 약 1000억 원이다. 트루벤이 1대주주로서 인수금융 등 비용조달을 책임지고, 출자자(LP)인 YG엔터는 콘텐츠를, 한국토지신탁은 개발을 전담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YG엔터가 콘텐츠를 맡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트루벤은 언젠가 투자회수를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결국 운영의 키를 쥔 YG엔터가 상당 부분 지분 확보를 위해 자금투입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말 기준 YG엔터는 자기자본 4494억 원에 부채는 1449억 원에 불과해 재무구조가 건전하다. 그런데 지난해 2월 지드래곤의 입대 이후 매출이 내리막이다. 해외 공연 수익의 50%를 차지하는 그룹 빅뱅에 큰 타격이 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1% 감소한 31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 48억 원을 크게 밑돈 ‘어닝쇼크’였다. 시장에서는 블랙핑크, 아이콘 등이 그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승리 사태에 우려가 깊어졌다. 특히 최근의 주가 하락은 심각한 유동성 부담을 키우고 있다. 5년 전 루이비통모에네시(LVMH)그룹에 상환전환우선주로 받은 투자금 610억 원을 10월에 현금으로 갚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가는 1주당 4만 4900원이다. 올 초만 해도 주가가 이를 상회해 현금상환보다 주식전환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4만 원에도 못 미치는 현 주가를 감안할 때 현금상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추가로 연복리 2% 이자가 가산돼 약 670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설령 자금 부담을 극복한다고 해도 오크밸리를 인수할지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승리 사태에 최고경영진이 자유롭지 못하고, 기획사의 평판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오크밸리를 인수해서 과연 얼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예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