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지질학회, 기자회견서 1년간 정밀검사 발표
- 시민단체, 국가상대 손해배상 줄소송 예고
[포항=일요신문] 임병섭·남경원 기자 =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같은 공식 발표에 ‘원인 규명이 돼서 다행’이라는 반응과 함께 ‘포항이 실험대상이었다’는 분노도 일었다.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가운데 포항시민들이 국가로부터 낸 손해배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지질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로부터 촉발됐다고 밝혔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에서 공식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해외조사위원회는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PX-2)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했다”며 이를 통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지역은 지하 5km 깊이에서 물의 온도가 최대 180℃에 이르는 등 지열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요건을 갖춰 지열발전소 장소로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2011년부터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건립하면서 2016년부터 시운전을 했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이렇다. 땅밑 4~5km에 물을 넣어 땅의 열로 데운다. 이때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땅을 깊이 파는 부분과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진다. 또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촉발될 수 있다.
앞서 과학계에서는 포항지진의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불과 수백m 떨어졌다는 것에 주목하고 지진과의 연관성을 주장했으며 이같은 연구 결과가 국내연구진에 의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기도 했다.
2017년 11월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당시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을 놓고 의혹을 제기했다. 몇 전문가들도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한 바로 다음날 기상청으로부터 지진이 몇차례 감지됐다는 자료를 근거로 연관성을 제기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대한지질학회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로부터 촉발됐다고 밝혔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지열발전소는 2016년 12월15일부터 22일까지 지하에 총 3681㎥ 용량의 물을 주입했다. 이후 다음날인 12월23일 포항 북구 북쪽 9km 지역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12월26일부터 28일까지는 지하에 총 225㎥ 용량의 물을 주입했는데 다음날인 29일 같은 지역에서 또다시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2017년 4월6일부터 14일까지 총 1621㎥의 물을 주입했을 때도, 다음날에 비슷한 지역에서 규모 3.1과 2.0의 지진이 일어났다.
물을 주입했을 때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2017년 8월30일부터 9월18일까지 2334㎥ 용량의 물을 주입했을때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논문에는 물 투입 이후 바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발표도 있다.
포항 한미장관맨션 지진대책위원회 김홍제 공동대표는 “학술적 조사를 통해 실증적으로 진실이 밝혀져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포항에서 대책을 논의 후 향후 방향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사연구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양만재 시민대표는 “지열발전으로 발생한 지진을 정부가 숨겼다. 지진 발생에 따른 위험성을 알고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
지열발전소와 지진과의 연관성은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보인다. 포항지역에는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대응을 위한 포항시민대책위원회’ ‘한미장관맨션지진피해비상대책위원회’ ‘흥해완파주택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 상태이다. 각 단체는 자체 회의를 열고 민사법적 손해배상 소송 등 향후 대응 방안을 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