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몰카’ 꾸짖었다더니 정작 자신도 공유해 ‘음란물 유포 혐의’까지 적용
‘버닝썬 게이트’와 ‘승리 게이트’에 대한 승리의 해명이 매주 하나씩 반박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승리 “몰카 공유 정준영, 내가 말렸다” vs 경찰 “승리도 몰카 공유해”
‘버닝썬 게이트’가 클럽 버닝썬 내에서 발생한 폭행, 성범죄, 마약 유통 및 투약, 횡령 및 탈세, 경찰 유착 등을 다루고 있다면, ‘승리 게이트’는 ‘승리 절친’들의 불법 촬영물(몰카) 제작 및 유포 등 성범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성범죄의 중심 인물이 가수 정준영(30)이다.
3월 29일 기준으로 총 13건의 불법 촬영물 공유 및 촬영 등 혐의가 확인된 정준영은 이날 검찰에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촬영 장소는 타이완 호텔, 아파트, 강남의 유흥주점, 비행기 안 등 다양했다. 영상은 피해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10초 전후로 짧게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승리는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가 불거졌을 때 언론 인터뷰에서 “(정준영을) 왜 안 말렸겠나. 오프라인에서 만나 ‘그런 것 좀 하지 마, 큰일 나’하면서 말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준영 뿐 아니라 해당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있던 ‘모두’에게 이와 같은 말을 했다고 했다.
총 11개의 불법 촬영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은 29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구속송치됐다. 사진=박정환 기자
유포는 정준영, 보이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29) 등과 함께 한 단톡방 뿐 아니라 다수의 다른 단톡방에서도 행해졌다. 3월 2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승리 게이트’ 브리핑에서 승리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유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불법 촬영물의 실제 촬영자가 승리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조사에서 승리는 유포 사실은 인정했으나, 촬영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승리(1건), 정준영(13건), 최종훈(3건) 등이 유포한 음란물은 총 17건이며 23개 단톡방에서 연예인(모델 포함) 9명, 버닝썬 MD 2명, 일반인 3명 등 총 14명과 공유했다. 이 가운데 유포자는 7명으로 특정됐다.
최종훈 역시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승리 게이트’의 시발점인 카카오톡 단톡방 속 내용이 문제가 되자, 승리는 “그런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 조작된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2015년~2016년 사이의 대화이기 때문에 내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이런 불법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을 리 없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이 해명은 두 차례에 걸쳐 깨졌다. 먼저 앞선 3월 초 경찰 조사에서 카카오톡 메시지의 조작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어 지난 3월 28일, 승리가 단톡방의 위험성을 알고 증거 은폐를 모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승리는 ‘승리 게이트’가 불거졌던 지난 3월 11일, 최종훈 등 단톡방 멤버에게 “큰일났다, 휴대폰 다 바꿔라”고 요구했다. 정준영 역시 같은 단톡방 멤버인 박 아무개 씨로부터 휴대폰 변경을 요구 받았고, 자신이 쓰던 휴대폰은 미국 LA ‘현지에서 먹힐까? 3’ 촬영장에 버리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버린 원래 휴대폰에는 2017~2018년 사이에 촬영한 불법 촬영물이나 성매매 알선과 관련한 증거가 있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본래 증거인멸죄는 자신의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이를 교사할 경우’ 증거인멸죄의 교사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승리가 음란물 유포 사실을 인정했고, 현재 성매매 알선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증거인 휴대폰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면 범죄가 성립한다는 이야기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캡처
당초 승리는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버닝썬의 외부 홍보를 담당하고, DJ로만 참여했을 뿐 경영에는 일절 손대지 않았다고 밝혀 왔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불거진 횡령, 마약, 성범죄 등 각종 혐의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 바가 없으며, 이문호 대표 등 실제 경영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승리가 단순한 ‘얼굴마담’이 아니었단 사실도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버닝썬의 설립자금 총 24억 5000만 원 가운데 승리가 2억 2500만 원을 투자했다.
승리와 절친한 사이이자 버닝썬의 ‘큰 손 투자자’로 알려진 대만의 일명 ‘린사모’도 10억을 냈다. 남은 12억 2500만 원은 버닝썬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전원산업(르메르디앙 호텔 운영사)이 투자했다. 즉, 승리가 직접 최대 투자자를 데려오고, 자신 역시 클럽에 투자해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지분은 승리가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 유리홀딩스의 이름으로 받았다. 승리보다 약 4배 더 투자한 린사모와 동일한 20%였다.
직접 투자에 나섰고, 최대 투자자까지 확보한 승리가 운영 전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 경찰 역시 버닝썬의 운영에 승리가 적극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지난 1년간 버닝썬 내에서 발생한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과 관련해 횡령, 조세포탈 등 ‘돈 세탁’ 의혹에 대한 가능성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승리 게이트’ 속에 등장하는 가수 8+모델 1은 누구?…소속사들 “살얼음” “승리, 준영이(정준영), 종훈이(최종훈) 이런 애들로 끝날 줄 알았죠. 근데 또 있다고 하잖아요. 안 그래도 오늘 물어봤어요, ‘넌 안 친하지?’ 하고… 이랬다가 다음 주 쯤에 실명 터지면 또 한바탕 난리 나겠죠.” 기자와 만난 한 연예기획사 홍보실장은 넋두리부터 늘어놨다. 3월 28일 터진 ‘핵폭탄’ 탓이다. ‘승리 게이트’의 단톡방에 연예인만 9명이 있다는 폭로였다. 가수 K·J 씨, 모델 L 씨 등 이니셜만 공개됐지만 이미 ‘네티즌 수사대’가 하나씩 망을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JTBC 제공 이들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정준영이 불법 촬영물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린 시기와 이들이 함께 한 JTBC 예능 프로그램 ‘히트메이커’를 촬영한 시기가 2016년으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단톡방에 가수 K와 J, 모델 L이 있었다”는 뉴스 보도와 ‘히트메이커’ 출연진인 강인, 정진운, 이철우의 이름 앞머리도 일치한다. 현재까지 이들의 소속사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뉴스에서 직접적으로 실명이 언급됐던 이종현이나 성 씨가 특이해 곧바로 특정됐던 용준형과는 다르게 아직까진 ‘의혹’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론된 인물들을 제외하더라도 아직 가수 1명이 남아 있다. 이번 ‘승리 게이트’는 각 관계자들이 하나의 단톡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받은 뒤 또 다른 단톡방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각자 지인들과 함께 한 별개의 단톡방에서 영상을 유포해 왔다면 ‘승리 게이트’ 속 연예계 관계자들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앞선 소속사 관계자는 “대체 몇 명이 연루됐고, 어느 선까지 조사하고, 어느 선까지를 입건할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단톡방에 있었지만 아직 특정되지 않은 연예인 가운데 이미 비공개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연루된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