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전직 임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역시 기각… 검찰 수사 계획 차질 불가피
서울시 구로구 애경 본사 전경.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인체 유해 성분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안용찬 전 애경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3월 30일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안 전 대표 영장실질심사 결과와 관련해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 범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며 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본 건 가습기 살균제 제품(가습기 메이트)에 사용된 원료 물질의 특성과 그동안의 유해성 평가 결과, 같은 원료 물질을 사용한 타 업체의 종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출시 및 유통 현황, 피의자 회사(애경)와 원료 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 전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전직 애경 임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역시 기각됐다.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애경은 CMIT·MIT를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하지만 ‘원료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까닭에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 바 있다.
검찰은 업체가 살균제 성분의 인체 유해성이 의심되는데도, 이를 숨기고 제품을 제조·판매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리고 3월 26일 검찰은 애경 안 전 대표와 임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찰의 수사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로부터 하청을 받아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한 김모 전 필러물산 대표, 고광현 전 애경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한 바 있다.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역시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