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패션 선봉장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다 삼성그룹으로 스카우트된 패션디자이너 이정민씨가 올초 임원인사에 서 상무보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 ||
여성 파워바람이 경제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올초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예년보다 많은 여성들이 임원 대열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올해 인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여성은 제일모직 상무보에 오른 이정민씨(35). 그는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인 루이자 베카리아 수석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지난해 삼성으로 스카우트돼 올해 상무보로 승진해 더욱 관심을 끈다.
특히 그의 제일모직 입사는 그동안 정통 패션분야보다는 기성복 시장에 주력해온 제일모직이 본격적으로 의류패션시장에 진출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 여성 패션시장의 떠오르는 별로 부상한 이정민 상무보의 삼성 입사 동기와 성장과정 등 숨은 얘기를 들어본다.
─ 입사하게 된 계기는.
▲ 제일모직 사장님 등 경영진에서 영입제의를 했다. 이탈리아 회사에서 일해온 탓에 한국의 대기업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삼성이나 제일모직에 특별히 아는 사람이나 연고는 전혀 없다.
─ 삼성에서 30대 여성 임원 발탁은 무척 파격적인데.
▲ 제가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에 저 역시 놀랐다. 이탈리아에서는 20대 수석 디자이너도 많다.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닌가.
─ 이 상무보의 뒤를 밟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위해 해외 유학 때 어려웠던 점이나 극복방안,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면.
▲ 저는 원래 전공이 의상인데 88년 유럽 패션연수를 왔다가 밀라노에 반했다. 파리나 로마보다 이상하게 밀라노에 마음이 끌려 남편과 함께 유학도 밀라노로 갔다. 졸업 후 루이자 베카리아에서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3년차가 되면서 디자인 팀장에 올랐다.
루이자 베카리아는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손녀의 웨딩 드레스를 디자인하는 등 유럽 귀족들의 패션을 주로 하던 곳으로, 몇 년 전부터 좀 더 대중적인 프레타포르테 회사로의 이미지 변화 전략에 힘입어 현재는 미국의 BERGDORF, SAKS, BARNEYS 등 주요 백화점과 영국의 헤롯, 브라운스, 홍콩의 조이스, 일본의 ISETAN 등 세계 각지에서 고급브랜드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 이 상무보가 디자인한 의상을 유명 영화배우들이 많이 입었다고 하는데.
▲ 최근 제가 디자인한 옷을 샌드라 불럭, 줄리엣 비노시, 제니퍼 로페즈등이 입고 행사나 촬영에 임했으며 특히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등은 직접 뉴욕의 백화점에서 옷을 구입해 입기도 했다.
─ 한국에 매장을 오픈한 것으로 알고 있다.
▲ 2002년 9월 단독 매장을 청담동에 오픈했다.
─ 가족은 어떻게 되나.
▲ 남편과 둘이 살고 있는데 아직 아이는 없다. 아이는 하나만 가질 생각이다.
─ 취미는.
▲ 여행을 무척 좋아해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나오는 것, 빈티지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 여러 가지 전시회를 순례하는 것 등이다.
─ 생활신조는.
▲ 패션에서는 항상 나만의 기호(taste)를 가지자는 것이 첫 번째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스스로의 확신이 두 번째다.
─ 이 상무보의 합류로 제일모직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 현재 한국 패션의 위상은 도약을 준비하는 단계다. 한 예로 삼성을 모르는 이탈리아인들은 아무도 없지만, 삼성이 패션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명품을 수입만 하는 나라가 아닌 명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명품 브랜드 사업은 고부가가치의 첨단 사업이다. 삼성 밀라노디자인센터를 통해 명품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