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보상 체계가 선수들의 활발한 이동 ‘장애물’ 지적…공석인 감독 인선도 변수
2018-2019 V리그 MVP를 수상한 정지석. 그는 이번 FA 시장서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현대캐패탈 스카이워커스(남자부)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여자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마지막으로 2018-2019 V리그가 마무리됐지만 배구계는 여전히 분주하다. 다수의 대어급 선수들이 FA 자격을 취득하며 흥미로운 에어컨 리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은 챔피언결정전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3월 30일 FA 명단을 공시했다. 남자부 25명, 여자부 12명 등 총 37명이 FA 자격을 취득했다. 정지석(대한항공), 문성민(현대캐피탈), 신영석(현대캐피탈), 양효진(현대건설), 표승주(GS칼텍스) 등 스타들이 쏟아져 나왔다.
FA는 팀 전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카드다.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한 남녀부의 양 팀은 비시즌 FA 영입에 공을 들여 전력을 알차게 보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은 각각 전광인과 김세영으로 팀의 약점을 채우며 우승컵을 거머쥔 바 있다. 팬들은 벌써부터 이들을 자신이 응원하는 팀 엔트리에 끼워 넣는 상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V리그 남자부 FA 자격 취득자 명단
수 년전부터 각 구단 감독들은 정지석에 대한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내 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정지석의 대답은 ‘대한항공이 좋다’였다.
올해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그친 그는 다음 시즌도 대한항공에 남아 통합우승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FA 명단 공시 이튿날인 지난 1일 V리그 시상식에서 정지석은 스스로 잔류 의지를 드러냈다.
배구계에서는 그의 계약 규모를 예측하며 전광인을 언급하고 있다. 1년 전 현대캐피탈에 새 둥지를 튼 전광인은 연봉 5억 2000만 원의 금액에 최종 사인했다. 정지석과 전광인은 V리그 최고 자리를 다투는 선수들이다.
2년 만에 우승컵을 탈환한 현대캐피탈은 팀의 대표스타 문성민, 신영석, 여오현 등이 FA 자격을 얻었다. 최태웅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꼭 재계약 할 것”이라며 팬들의 걱정을 덜게 했다.
데뷔 후 최초로 FA를 경험하는 세터 이승원도 재계약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서 안정적 활약으로 ‘우승 세터’가 된 이승원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우리카드의 3위 돌풍을 이끈 세터 노재욱, 대한항공 레프트 곽승석도 주목받는 FA 중 한 명이다. 이들은 확실한 전력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자부 FA 취득 선수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현대건설 프랜차이즈 스타 양효진이다. 고성준 기자
여자부에선 양효진의 거취에 많은 눈길이 쏠린다. 이번 여자부 FA ‘원톱’으로 꼽히는 그는 올 시즌도 세트당 블로킹 0.88개로 1위에 올랐다. 공격성공율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V리그 여자부 FA 자격 취득자 명단
이번 에어컨 리그를 앞두고선 제도 면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이전까지 존재하던 원소속 구단 우선협상 기간이 폐지됐다. FA 공시일인 3월 30일부터 오는 4월 12일까지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는 전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선수들의 팀 간 이동 장벽이 낮아진 셈이다.
하지만 FA 선수가 팀을 이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FA 등급제를 도입한 V리그는 직전 시즌 연봉에 따라 선수를 A, B, C 급수로 나눴다. A급 선수를 영입할 경우 직전 연봉 200%와 보상선수를 내줘야 한다. B, C급의 경우 보상선수 없이 각각 연봉 300%, 150%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보상 체계가 선수들의 활발한 이동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V리그의 보상 체계는 겨울 스포츠인 농구보다 까다롭다. KBL의 경우 보상선수를 지목하면 전년도 연봉 50%, 보상선수가 없으면 200%다. WKBL은 FA 선수의 공헌도에 따라 다르지만 V리그보다 부담이 적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편, FA 협상이 한창일 시점에서 일부 구단들은 다른 과제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즌을 마치고 사령탑에 공석이 생겼기 때문이다.
2013-2014 시즌부터 오랜 기간 OK저축은행의 창단 감독으로 팀을 이끌어온 김세진 감독이 V리그를 떠나게 됐다. 그는 계약기간을 남겨 뒀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마음을 굳혔다. 이에 OK저축은행은 새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 이번 시즌 최하위로 부진했던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도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은 거취 결정을 논의 중이다.
여자부에서도 또 한명의 ‘장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놨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이제 감독 대신 이름 뒤에 ‘고문’이라는 직함을 달게 됐다. 이 감독은 창단 이후 7시즌간 팀을 명문 구단으로 이끌었지만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
감독이 공석인 팀들은 발 빠른 인선 작업이 필요하다. 내년 시즌 구상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정이 곧 이어지기 때문이다. 감독의 운영 방향에 따라 선수단 구성도 달라질 수 있다. 당장 오는 12일 FA 협상 기간이 종료된다. 5월 초에는 남녀부 각각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도 예정돼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