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는 지난해 12월28일 대한불교조계종 천관사(대표자 박형수·법명 종하)를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찰에 증여했던 부동산을 약정 불이행을 이유로 돌려받기 위한 전 단계 조치였다. 당시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뒤 피신청인인 천관사측이 가처분결정에 불복하고 올해 1월21일 가처분 이의신청을 내면서 이 문제가 다시 법원의 ‘판결대’ 위에 오르게 됐다. 강씨와 천관사측이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 사연을 따라가봤다.
▲ 강금실 장관 어머니의 유지에 따라 절에 증여한 땅을 둘러싸고 강 장관의 언니와 절 사이에 소송 이 벌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 ||
그 뒤 금화 보살은 여기에 절을 지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94년 5월 금화 보살이 사망하면서 그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금화 보살은 자신이 사망하기 한 달 전인 94년 4월 가평 땅의 소유권을 큰딸 강씨에게 이전했다.
강씨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그곳에 절을 지으려는 계획을 계속 추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96년 6월 자신 명의의 땅 지분 전부를 대한불교조계종 천관사측에 무상증여하고 재산증여에 관한 약정도 맺었다.
주요 약정 내용은 ▲건축되는 사찰의 이름은 천관사로 하고 조계종에 등록하는데 실제 창건주는 고 금화 보살이나 그 딸로 한다 ▲창건주는 천관사를 조계종(천관사)에 증여(소유권이전)하면서 천관사에 창건주 권한을 양도한다 ▲고 금화 보살의 기념관과 추모비를 설계도면에 따라 건립하기로 한다 ▲천관사 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은 창건주와 천관사의 협의 아래 선임하기로 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이 약정을 두고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강씨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 관계자를 만났으나 소송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지평’은 강씨의 동생 강금실 장관이 입각 전까지 대표로 있던 곳이다.
기자는 천관사측으로부터 강씨측 의견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천관사측 변호인인 이재훈 변호사(61)는 “강씨측은 절 건립이 지지부진하고 약정에 명시한 운영위원회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당초의 약속과 어긋나는 듯한 천관사측의 일 처리를 두고 소송을 제기한 것 같다.
강씨측은 금화 보살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련한 설계도대로 절 건축이 안되고 있다며 이것은 약정에 명시한 조건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절 내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지지부진한 것도 소송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에 덧붙여 “천관사 신도회 운영도 잘 안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주지 스님이 적극적으로 신도회 운영을 해나가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후원회를 잘 꾸려갈 수 있는 책임있는 사람들의 활동이 미진한 편이다. 물론 주지 스님이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결론적으로 절 건립이 강씨측의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까 소송을 제기해서 절 건립 본래 취지를 살리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증여의 의미와 조건에 관한 것에 모아지고 있다. 강씨측은 증여계약이 ‘부담부증여’일 경우 부담에 대해서 이행을 하지 않으면 해약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재산증여 약정을 해약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약정 내용을 천관사측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여계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말 천관사 신축 부지에 대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서 그것이 받아들여진 상태.
하지만 이번에는 천관사측이 가처분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재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약정서에 나와 있는 건축설계도대로 절을 짓고 운영위원회를 제대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 등의 조항이 증여에 대한 조건인지를 가리는 것”이라며 이런 주장을 폈다.
“강씨는 이미 자신의 땅을 대한불교조계종 천관사에 증여했다. 부처님에게 주었으면 그만이지 왜 다시 돌려달라는 것인가. 강씨측은 우리 주장이 법률적인 해석이 아닌 비법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록 약정서 조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더라도 그것은 지주 종하 스님이 강씨측의 부탁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서 일어난 것이지 증여와는 무관한 것이다.”
양측은 지난 4월 초 1차 공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씨측은 ‘천관사측이 약정 당시 조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여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천관사측은 ‘주지 종하 스님에게 주지를 임명할 수 있는 창건주 권한을 주고 절 건립에 관한 일을 맡아 달라며 주지 개인과 맺은 계약이므로 재산 증여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에 대해 대한불교 조계종 종단측은 “강씨와 천관사측이 지금 재판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천관사는 우리 종단 재산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양측은 오는 4월25일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