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극적 합류 이뤘지만 ‘소속팀 복귀’ 변수 가능성도…“한계에 도전하겠다”
23일 오전, 파주 NFC에 입소하며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축구선수 중 한 명인 2001년생 미드필더 이강인이 약 1개월 만에 다시 귀국했다.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U-20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이강인의 입소가 예정돼있던 지난 23일 파주 NFC에는 A대표팀 소집 못지않은 취재 인파가 몰려 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감독이 직접 나선 ‘이강인 모셔오기’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세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개막(5월 23일)을 약 1개월 앞두고 있다. 이에 정 감독은 지난 22일부터 선수들을 파주 NFC로 소집, 최종 훈련에 돌입했다. 이강인은 이보다 하루 늦은 23일 소속팀 일정이 있던 이지솔(대전)과 함께 합류했다.
주요 대회가 있을 때마다 각급 대표팀은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 차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을 합류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 이로 인해 소속팀 토트넘과 이어지는 아시안컵에서는 다소 늦게 차출하는 ‘협상 카드’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번 이강인의 소집을 위해서도 정 감독은 스페인 현지로 날아갔다. 그는 당당히 1군 25인 스쿼드 한 자리를 꿰찬 선수였다. 이번 2018-2019 시즌 시작은 2군팀인 메스타야에서 시작했고, 때론 유소년팀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 리그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식 1군 계약을 체결하고 등번호 16번을 받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특유의 등번호 관련 정책이 있다. 25번 이하의 등번호는 정식 1군을 의미한다.
23일 오후, 훈련 전 인터뷰에 나선 이강인
정 감독은 팀 주축인 1999년생보다 2살 어린 이강인을 주요 자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근 그가 성인 무대에 나서며 눈길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번 대회 참가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관찰하며 손발을 맞춰 왔다. 이번 월드컵의 지역예선격 대회였던 지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의 예선전에도 나섰다. 2018년에는 친선 평가전 성격의 툴롱컵에도 출전해 발군의 기량을 뽐낸 바 있다.
# 돌발 변수, 발렌시아 복귀 가능성
하지만 이강인이 대표팀 형들과 재회하기도 전에 스페인에서 비보가 날아 들었다. 발렌시아 측면 자원 데니스 체리셰프(러시아)가 인대 부상을 당한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활용되는 이강인이 더욱 필요한 상황에 놓인 발렌시아다. 발렌시아는 현재 리그에서 치열한 4위 싸움을 벌이는 동시에 국왕컵(코파 델 레이), 유로파리그 4강에 진출해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발렌시아는 현재는 U-20 대표팀에 이강인을 보냈지만 대한축구협회와의 논의에서 팀 내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이강인을 복귀시킬 수 있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르셀리노 발렌시아 감독은 “현재로선 복귀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향후 추가 변수가 발생하면 그를 불러들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정용 감독과 이강인 역시 “아직 연락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대표팀 합류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여기 왔으니 집중해서 좋은 성적 내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정 감독은 이날 훈련을 마친 후 소속팀 복귀 조항과 관련해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결정권이 선수에게 있음을 설명했다.
공격수 조영욱은 팀내 유일한 대회 경험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정정용 감독은 이번 대표팀 소집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계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팀에서 줄곧 주장을 맡아온 측면 수비수 황태현(안산)도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4강까지도 가능하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이강인은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이번 대표팀에 이강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이 팀에서 활약해온 많은 선수들이 기대를 받고 있다. 공격진의 리더는 조영욱(FC 서울)이다. 그는 팀 내 유일한 ‘U-20 월드컵 경험자’다. 지난 2017년 이승우(베로나), 백승호(지로나) 등과 함께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 나선 바 있다. ‘빠른 1999년생’이기에 두 번의 대회 참가가 가능했다. 정 감독도 ‘대장’이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역대 연령별 대표팀에는 언제나 ‘경험 부족’이 문제로 따라왔다. 어린 선수들이 각 소속팀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며 경기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엄원상(광주), 오세훈(아산), 전세진(수원 삼성), 이재익(강원), 이지솔(대전) 등은 당당히 K리그 경기에 나서고 있다. 프로 진출 1~2년차에 불과한 ‘새내기’이지만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강인 외에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도 있다. 이번 소집에서 유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최민수(함부르크)가 합류했다. 그는 지난 U-20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외에도 대회 개막에 임박해 시작되는 유럽 현지 훈련에는 김정민(리퍼링),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이 합류할 예정이다.
파주=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한국 상대할 포르투갈·남아공·아르헨 전력은? 대한민국 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F조에 편성돼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를 차례로 만나게 됐다.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정정용 감독(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1989년과 1991년 U-20 월드컵을 연속으로 우승했던 포르투갈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나라다. 국내에서 치러진 지난 2017년 대회 16강에서 한국을 상대한 바 있다. 당시 이승우, 백승호 등이 나선 한국은 이상헌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앞서 내리 3골을 내주며 패했다. 이들은 지역예선을 겸해 치러진 지난 2018년 유럽축구연맹(UEFA) U-19 챔피언십에서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요주의 선수로는 자국리그에서 활약 중인 주앙 필리페(벤피카), 프란시스코 트린카우(브라가) 등이 꼽힌다. 아프리카 국가는 연령별 대회에서 항상 ‘돌풍을 일으킬 후보’로 꼽히곤 한다. 하지만 한국이 상대할 남아공만큼은 그 후보에서 살짝 밀려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나이지리아에 밀려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 소속 미드필더 카냐 레샤벨라가 기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과 최종전이 예정된 아르헨티나는 통산 5회 우승을 기록한 대회 역사상 최강 팀이다. 디에고 마라도나(1979), 하비에르 사비올라(2001), 리오넬 메시(2005), 세르히오 아구에로(2007) 등 이 대회를 통해 배출한 ‘골든 보이’들은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다만 직전 대회서 한국을 만나 1-2로 패한 것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럽 명문 클럽 소속 파쿤도 콜리디오(인터밀란), 막시밀리아노 로메로(PSV 아인트호벤) 등 공격자원을 앞세워 우승을 노린다. 김상래 기자 |
훈련장에 등장한 대형 스피커…‘분위기 적응·사기 진작’ 1석 2조 이강인이 합류해 완전체가 된 대한민국 U-20 축구 국가대표팀의 23일 훈련엔 때 아닌 대형 스피커가 등장했다. 스피커에선 클럽에서 나올법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성인 남성 신장과 비교할만한 스피커의 크기만큼 풍성한 소리를 자랑했다.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 훈련장에 스피커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훈련장에는 대형 스피커가 등장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자리 잡은 파주 NFC(National Football Center)는 축구 훈련에 집중하기 좋은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 조용한 환경, 6면이 넘는 구장, 숙소, 체력단련실, 치료실 등을 갖춰 때론 축구 변방 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동티모르 히딩크’로 불리는 김신환 감독은 “파주 NFC 같은 시설을 동티모르에 짓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한 환경이 문제가 됐던 것일까. 정정용 감독은 훈련장에 대형 스피커 설치를 주문했다. 이유는 ‘현장 분위기 적응’과 ‘사기 진작’으로 밝혀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는 경기 시작 전 운동장 내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놓는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을 위한 조치였다. 또한 음악은 어린 선수들의 ‘흥’을 돋우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축구 선수들은 오랜 시간 음악과 함께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동하는 차량 내에서나 라커룸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일상이 됐다. 특별한 의사소통이 필요하지 않은 훈련 중에도 음악이 함께하게 됐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