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침몰을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라크전쟁 가능성. 미-이라크전 가능성이 표면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증시는 800선에서 500선대로 급락했다. 증시가 4개월째 부진을 면치 못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언제쯤 증시에 훈풍이 불어올지에 쏠려 있다. 국내 증시의 부활 시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본다.
국내의 해외경제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일단 미-이라크전이 발발한다면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국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증시를 짓눌러오던 악재가 걷힘에 따라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국내 증시의 경우 전쟁 이후 랠리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굿모닝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전쟁 발발 직후 국내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상준 신영증권 연구원도 “현재 국내 주가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급등하고 향후에는 오름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이 이라크전을 국내증시의 호재상황으로 보는 공통적인 이유는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때문.
박효진 연구원은 “현재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라크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이런 요인들은 해소된다”고 말했다. 이상준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해방감마저 느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과 이라크의 군사력이 차이가 나는 점도 이 같은 예측을 가능케한다. 박 연구원은 “미국이 이라크에 비해 군사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전쟁이 단기전이 될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투자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자극해 외국인들의 투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김우재 선임연구원도 미국 증시와 더불어 국내 증시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1991년 걸프전이 터지기 이틀 전부터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보름 뒤인 지난 1991년 1월31일 종가를 기준으로 종합주가지수가 10%가량 오른 적이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이번에도 일어날 확률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김 연구원은 “현재의 안전 위주 투자에서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리스크형으로 자금 이동이 점쳐진다”며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경우 오히려 유가하락에 따른 기업이익의 증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효진 굿모닝증권 연구원도 지난 1991년 걸프전 발발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V’자 직선을 그렸던 상황을 예로 들고 있다. 박 연구원은 “전쟁 발발 직전 70%까지 내렸던 주가가 전쟁 직후 한 달 안에 단기적으로 가파른 직선을 그리며 급상승했던 전례가 있다”며 “‘V’자 곡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전쟁이 일어나는 시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전쟁 발발 직후 미국증시와 맞물려 국내 증시 주가도 상당 포인트가 회복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증시가 오름세를 보일 경우 낙폭이 컸던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IT관련 우량주가 유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관론]
미-이라크 전 발발 이후 국내 증시의 상승을 점치는 예상이 많지만,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현대증권 전종우 수석연구원은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예전처럼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전쟁을 반대하는 상황인데다가, 여러 이권 개입이 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대 이라크전이 발발할 여부는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올초부터 이라크 공격 감행을 여러 차례 비쳤으나, 계속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분석도 설득력있게 보인다.
일부에선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라크전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LG증권 이덕청 금융정책팀장은 “세계 경제 침체라는 대전제가 저변에 깔린 상황이기 때문에 이라크전이 터진다고 해도, 미국의 주가는 물론 국내증시 주가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쟁으로 인한 위험부담이 해소돼 증시에 호재를 불러오지 않겠냐는 기대치가 있기는 하지만, 설령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난다고 해도 더이상 증시폭락을 막는 ‘안도의 수준’ 정도일 뿐이라는 것. 결국 세계경제 침체라는 펀더멘털상의 취약점 해소에는 이라크전이라는 이벤트가 별다른 작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관론의 또다른 요인은 미-이라크 전이 끝난 이후 북핵문제가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핵문제의 경우 이라크 전쟁보다 훨씬 폭발력이 크다는 점에서 증시에 미치는 충격파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북핵문제가 밝은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증시는 날개를 달 것이지만, 이라크전 이후 북핵문제가 어두운 방향으로 진행되면 주가는 현 단계에서 두 단계 이상 떨어질 것이란 분석인 것이다. 장세가 약세를 보인다면 주식투자는 당분간 피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약세국면에서 완전히 회복된 이후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