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으뜸 맛집 100선’ 선정을 파헤친다
목포 으뜸 맛집 포스터(왼쪽) 목포 한 음식점 상차림(오른쪽)
“목포에만 4천여 개의 식당이 있는데 무슨 근거로 어떻게 선정했는지 모르겠다. 선정 안 된 나머지 식당은 맛도 없고 위생도 불량하다는 말인가? 우리 집이 선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선정한 기준이 뭔지를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정확하게 맛집을 가려야 하는데 전혀 그런 시도가 없이 선정되었다. 화가 난다!”
‘목포시 용당동 B 횟집 주인’
“목포 맛집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우리 집도 상당히 이름난 맛집이다. 우리는 직접 잡아서 싱싱한 회를 취급하기 때문에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데 난 목포시에서 맛집 선정하는지도 몰랐다. 언제부터 시작해서 언제까지 조사했는지 몰라도 모두에게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맛 집에 선정되고 싶다”
목포시가 시행한 ‘목포 으뜸 맛집 100선’ 선정에 대한 불만이 목포 식당가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식당에서는 선정위원들이 음식을 포장해 갔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목포 맛집 선정에 대한 공정성에 의혹 제기되고 있다.
목포 으뜸 맛집 100선’ 선정은 김종식 목포시장이 목포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맛의 도시 선포’와 발맞춰 지난해부터 준비한 정책이다. 그러나 선정에서 떨어진 식당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어떤 기준에 의해 맛집이 선정되었나? 정말 선정된 집이 목포의 맛을 대표할 수 있는 식당이냐”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역 요식업체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목포시는 지난달 15일 대대적인 맛의 도시 선포와 함께 목포시를 대표하는 최고 맛집 11개소, 훌륭한 맛집 18개소, 맛집 71개소 등 으뜸 맛집 100곳을 선정 발표했다. 이에 앞서 목포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역 내 4000여 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3차에 걸쳐 맛, 서비스, 분위기, 향토성, 청결(위생), 운영자의 철학까지 6개 항목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1차 시 자체평가에서 선정된 157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된 2차 평가는 외부위원 위주로 구성된 별도 평가단이 현장 평가를 실시해 151개소를 선정했다. 이어 3차 평가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식업 전문평가 기관에 의뢰해 관련 분야 전문가가 2개월에 걸쳐 암행방문 평가를 진행해 최종 100곳을 확정했다는 것이 목포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으뜸 맛집 선정 자체가 목포시의 즉흥적인 행정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여론이다. 지역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는 것이다. “불경기가 계속되는 요즘 목포시가 나서서 맛집을 선정하면 나머지 음식점들은 어떻게 하냐?”는 불만과 함께 선정하려면 정확하게 공신력 있게 해야 하는데 누가 봐도 졸속으로 선정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6개월여의 짧은 기간에 4천여 개의 음식점에서 100곳을 추려낸다는 자체가 무리수고, 선정을 위한 심사 항목 중 짧은 심사 기간에 운영자의 철학까지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선정위원들이 3차 심사를 위해 선정된 식당을 여러 군데 돌며 배가 불러 맛을 볼 수 없는 집은 포장을 해 갔을 정도로 급속하게 졸속으로 진행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또, 이미 지역민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목포를 찾았던 많은 관광객들이 블로그를 통해 선정한 블로그 맛집 상당수도 이번 목포시의 ‘맛집 100선’ 선정에서 제외되면서 관광객과 시민의 입맛과 다른 선정 결과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하당에서 20년 가까이 특화된 음식으로 맛집을 운영하는 A 씨는 “목포역 광장에서 맛 대결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맛의 기준이 무엇이며, 처음 설문 조사에서 시에서 요구하는 어떤 조건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도 아예 심사에서 제외되었다. 기가 막히다”며“선정된 집에는 명패를 붙여 준다는데 다른 집에 붙어 있는 명패를 볼 때마다 화가 날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애초 전체 식당을 대상으로 1차 설문 조사를 했다는 목포시의 설명도 사실이 아니었다. 일부 식당에서는 목포시의 맛집 선정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공정하게 선정했다”는 목포시의 선정 발표에 시민과 식당 업주들이 의혹을 품게 된 이유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 으뜸 맛집 100선은 목포가 맛의 도시 선포에 맞춰 목포의 맛을 전국에 알려보자는 일환으로 만들어 졌으며, 이제는 목포시 음식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의 마음으로 선정했다”며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위한 선택이었고, 선정과정에서 일부 맛집은 거부 한 집도 있었고, 연락이 닿지 않았던 집도 더러 있었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2020년 맛집 선정을 위한 준비를 바로 할 것이다. 앞으로 계속 맛집을 찾아서 관리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목포시는 지난달 12일 서울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최초로 전남 목포시의 ‘맛의 도시 목포’ 선포식을 열며 본격적인 목포 맛 알리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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