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라인 평가는 잘못…좋아서 ‘홍카콜라’ 제작 돕는 것뿐”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사진 임준선 기자
[일요신문]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MBC 앵커 출신인 배 위원장에 대해 진보 진영에선 ‘언론 장악 부역자’라고 비판하고, 보수 진영에선 ‘언론 장악 피해자’라고 감싼다.
배 위원장은 지난 2012년 MBC 파업 도중 업무에 복귀해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배 위원장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하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경영진이 교체되자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던 배 위원장은 정치인으로 깜짝 변신해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직까지도 배 위원장 기사에는 악플이 따라붙지만 당시 일에 대한 해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제 앵커 배현진이 아닌 정치인 배현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정치 입문 후 1년이 지났다. 정치 해보니 어떤가.
“제가 어리고, 돈도 없고, 미혼 여성이니까 주변에서 얼마 못 버틸 거라고 했다. 지역 당원들도 저를 못미더워 했다. 지금은 지역 당원들과 주민들이 저를 딸처럼 품어주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지역 행사에 모두 참석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제가 너무 털털하게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니까 일부 주민들은 오히려 칼 같던 앵커 시절 모습이 그립다고 하시더라.”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했다. 내년 총선에서 다시 대결해야 하는데 승리할 자신이 있나.
“최 의원님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 지역에서는 뚜렷하게 느끼지 못하겠다. 최 의원님의 오랜 정치 경력은 인정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지역 주민들은 신선하고 열정적인 인물을 원한다. 내년 총선에서 답을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당에서 드문 30대 청년 정치인이다. 한국당하면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저 같은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입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우리 당이 청년 같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거 같다. 보수는 너무 점잖고, 투쟁해야 할 때 나서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우리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은 한국당이 젊어졌다고 평가해주실 거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제안하고 싶은 청년 정책이 있나.
“거시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취업문제, 육아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제 또래 주변 지인들이 취업과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한다. 그들과 소통하며 현실적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을 완성하진 못했다. 제가 하지도 못할 일을 말하며 공수표를 날리고 싶진 않다.”
―내부에서 바라본 한국당은 어떤가.
“오랫동안 여당 생활을 해서인지 야성이 없었다. 당협위원장을 해보니 당원들은 정말 열정적인데 중앙당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이제 막 당이 야성에 눈을 떴다. 현재 제대로 된 야당은 한국당뿐이라고 생각한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사진 임준선 기자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처리에 강하게 반발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점은 무엇인가.
“심상정 의원께서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산식은) 국민들이 알 필요 없다고 했다. 교만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불투명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되게 됐다. 우리가 왜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여야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서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참석해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어떤 점이 문제인가.
“좌우 진영 모두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들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좋은 근로 환경을 만들겠다고 추진한 선의의 제도가 청년 취업 길을 막았고, 가장들 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있다. 국민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정부는 그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고칠 용기도 필요하다.”
―지난해 말 한국당 비대위 대변인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후 홍준표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 제작자로 변신했다. 급여도 받지 않고 무료봉사하고 있다고.
“맞다. 현재 별다른 수입이 없어 MBC 퇴사하며 받은 퇴직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방송활동을 통해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생계 때문에 나서고 싶진 않다.”
―비대위 대변인직까지 던지고 홍카콜라 제작에 참여해 일각에선 배 위원장을 친홍계(친홍준표)로 분류한다.
“대변인직 사퇴는 홍 전 대표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비대위가 마무리 수순이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었다. 대변인으로 계속 남아있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에 지역 주민들과 만나자는 생각에 물러난 것이다. 제가 홍준표 라인이라는 평가도 틀렸다. 저는 라인 타지 않을 거다. 제가 좋아서 홍 전 대표를 돕고 있는 것뿐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후엔 당직 제안이 없었나.
“조만간 정책기획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될 거 같다. 청년 정책을 만들기 위해 젊은 원외위원장들이 참여한다. 당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MBC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C를 바라보는 심정은.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가 나왔다. 안타깝다. 만약 국회에 입성한다면 방송 관련 상임위에 배정됐으면 좋겠다. 직접 겪은 바도 있고 MBC 내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얼마 전 집회에서 ‘일하느라 시집도 못 갔다’고 해 화제가 됐다. 결혼 후에도 정치는 끝까지 할 계획인가.
“웃자고 드린 말씀인데 그게 화제가 됐다.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결혼 후에도 정치를 하고 싶다.”
―정치인으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모든 국민이 자유로운 나라, 모든 국민이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 꿈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