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재벌총수들의 주식보유 재산이 많게는 몇 천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주가폭락에 따른 개인 손실이 개인투자자들과 비교해 볼 때 미미한 수준이 아니겠느냐는 말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무려 개인 주식재산의 7분의 1가량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렸다.
또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의장, 정몽준 의원 등 이른바 ‘현대가 왕자들’도 대략 7% 내외의 손실을 입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볼 때 큰 변동이 없어 그나마 떨어지지 않은 것이 어디냐며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폭락은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몇몇 우량주들의 경우에는 국내 증시 폭락과 견주어봐도 지나친 구석이 있다는 점에서 혹시 펀더멘털적인 부분에 또다른 악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니 재벌총수들의 속이 이래저래 무겁기만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002년 말과 비교해볼 때 불과 한 달 남짓한 사이에(지난 2월 7일 종가기준) 1천1백47억원을 손해봤다.
하루 평균 28억6천7백여만원씩을 공중에 날린 셈이다. 이는 우선 삼성전자 주식의 대폭락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때 40만원을 웃돌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말 31만4천원으로 마감됐으나, 지난 2월 7일 종가는 27만4천원이었다.
국내 대표적인 우량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20만원대를 기록하자, 삼성전기, 삼성제약, 삼성SDI 등 삼성계열사의 주식들 역시 하향곡선으로 치달았다. 최태원 SK(주)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지난 한 달 사이 무려 2백66억원을 날렸다.
최 회장이 지난해 말 보유했던 주식평가액은 1천7백21억원대였으나, 1천4백55억원대로 수직하락한 것. 특히 최 회장은 금액에 있어서는 이건희 회장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개인주식 보유수를 기준으로 가격하락을 계산했을 때 이 회장(12.6%하락)보다 무려 3% 가량이 많은 15.5%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SK그룹의 주가 하락과 관련해서는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난해 22만9천원으로 장마감됐던 SK그룹의 대표주 SK텔레콤의 주가가 지난 2월7일 16만5백원을 기록해, 30%(6만8천5백원)가까이 빠졌기 때문. 대우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상황이 나쁘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SKT의 주가폭락은 아직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T의 주가폭락은 일차적으로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설비투자 확대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경영진이 전혀 계획에 없던 투자확대를 느닷없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싸고 각종 루머들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도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박 회장은 두산계열사의 주식을 총 89만주 정도밖에 보유하지 않아 지난해말 보유금액이 78억원으로 추정됐으나, 한달 사이에 무려 14.4%(11억원) 가량을 날려버렸다. 현재 박 회장의 개인주식 재산은 67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의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등은 한달 만에 나란히 7% 내외의 손실을 입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말 개인주식 재산이 4천6백12억원 정도였으나, 현재 3백89억원(8.4%하락)이 줄어들었다.
또 정몽헌 의장도 지난해 1백2억원을 보유해 주식보유재산이 백억원대로 추산됐으나, 현재는 95억원(6.8%하락)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도 지난해 1천5백93억원에서 현재 1천5백13억원 정도를 보유해 5% 정도를 손해봤다.
이외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해말 1천8백27억원대였던 재산이 현재 1천7백56억원대를 기록해 3.9% 가량을 날렸다.
반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총수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구 회장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계열사 주식 총 1천4백83만주를 보유해 평가금액이 2천3백억원 정도였으나, 올해 2만주 정도를 더 사들이는 바람에 총 보유금액이 2천3백68억원으로 다소 올랐다.
또 박 회장은 지난해말 주식보유 평가액이 25억원대였으나, 지난 2월초에도 25억원대를 기록해 별다른 평가손익을 보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는 오히려 열악한 주식시장 상황에서도 지난해 말(평가액 2백67억원)과 비교해볼 때 지난 2월7일 보유주식 평가액이 1억원 정도가 늘어난 2백6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