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차 측 “에너지치료 명목 속옷 속까지 손 넣어” VS 허 전 총재 “돈 노린 허위 증언”
무중력 댄스를 추고 있는 허경영 전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번엔 허 전 총재가 지지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3월경 내용증명을 보내 항의하자 허 전 총재 측이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무마시켰다”고 주장했다. 내용증명을 보낸 피해자는 모두 4명이다.
허 전 총재는 지난 2007년 대선에 출마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 “내 IQ는 430이다” 등 다소 황당한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주류 정치권은 그를 기인 정도로 평가절하했지만 당시 대선에서 허 전 총재는 9만 6756표나 얻어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허 전 총재는 음반을 내고 각종 예능 방송에 출연하며 대표적인 폴리테이너(Politainer, 정치연예인)로 성장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허 전 총재 주변에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다. 허 전 총재는 경기도 양주에 ‘하늘궁’을 만든 후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하늘궁에는 매주 1000명 가까운 지지자들이 몰려온다.
제보에 따르면 허 전 총재는 에너지치료 명목으로 피해자들 속옷 속까지 손을 넣었다. 그동안 허 전 총재는 본인이 신인(神人)이며 자신이 에너지를 불어넣으면 병이 낫는다고 주장해왔다. 허 전 총재가 시행하는 에너지치료는 이미 과거에도 문제가 됐었다. 에너지치료 과정에서 여성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 TV조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하지만 허 전 총재는 “해당 여성이 유방암이라고 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 만진 것이고 성적인 의도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너지치료를 진행했는데 그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추행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당사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허 전 총재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피해자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뿐만 아니라 은밀한 장소에서도 허 전 총재가 에너지치료를 명목으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허 전 총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허 전 총재는 “TV조선 보도 이후로는 신체접촉을 안한다. 에너지치료를 한번에 1000명씩 하니까 빨리 빨리 진행하다 나도 모르게 신체접촉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속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 전 총재는 “은밀한 장소에서 따로 에너지치료를 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매일 지지자들을 만나느라 개인 시간이 전혀 없다. 항상 수행원들이 따라다녀 특정인을 은밀한 곳에서 만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허 전 총재는 피해자들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합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허 전 총재는 “피해자 중 1명은 남성이고 나머지 2명은 60대 여성이다. 내가 60대 여성을 성추행했겠나. 남성이 피해자라는 게 납득이 되나. CCTV를 확인해보니 그들은 나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날짜에 하늘궁에 오지도 않았다”면서 “이런 부분을 따져 물으니 그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철회하고 끝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피해자들은 40대 여성 1명, 5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1명, 70대 남성 1명”이라며 “허경영 측이 떳떳하다면 왜 합의금을 줬나. 허경영 측에서 합의금을 줘서 영수증까지 써줬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CCTV는 보여준 적이 없다. 허 전 총재가 미국에 강연 갈 때마다 신도들이 나가서 배웅을 한다. 지난해 가을 피해자가 배웅을 갔는데 공항 화장실 앞에서도 성추행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허 전 총재는 재차 반박했다. 허 전 총재는 “피해자들은 정작 피해를 당했다는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안하다가 1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내용증명을 보냈다. 원래 그 사람들이 하늘궁 간부였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내가 직위해제했다. 거기에 불만을 품고 내용증명을 보낸 거다. 영수증이 있다면 그것도 조작된 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다. 돈을 노리고 나를 음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은 “2명은 사건 발생 후 당황스러워서 그동안 이야기를 못했고 40대, 50대 여성은 최근에 그런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해서 같이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허 전 총재가 특히 40대 여성한테는 노골적으로 가슴에 손을 넣고 만졌다”고 주장했다.
하늘궁 간부로 활동했던 피해자 측은 “허 전 총재가 여성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영부인이 될 거라고 현혹했다. 부인이 허 전 총재에게 빠져 이혼한 가정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 전 총재는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여성 지지자들이 하늘궁 내에서 자기 과시를 하려고 지어낸 말이다. 내가 영부인 시켜주기로 했다고 지어내서 말하고 다니더라. 나한테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부러워하니까 그런 말을 지어내서 하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허 전 총재에게 빠져 이혼한 가정까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회 다니는 문제로도 부부가 싸우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경우 아니겠나. 지지자들 가정사까지 내가 알지는 못한다. 나는 강연에서 부부 사이가 화목해야 한다. 싸우지 말라. 남편 또는 부인에게 잘하라고 했다. 나 때문에 가정파탄이 생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허 전 총재는 “오히려 여성 지지자들이 먼저 달려와서 저한테 뽀뽀도 하고 포옹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면서 “이번 사건 이후 에너지치료를 하기 전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고 있다. 그 사람들은 돈을 노리고 일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허 전 총재는 하늘궁을 만든 후 큰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지지자 모임 참석비가 10만 원인데 매주 수백 명이 방문한다. 이외에도 각종 강연, 기념품 판매 등으로 돈을 벌고 있다. 허 전 총재는 본인과 법인 명의로 소득세만 5억 원 넘게 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측은 “피해자들이 열성적인 허 전 총재 지지자들에게 해를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하늘궁 실체가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