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에도 건물들 늘고 치료행위 여전…주변 상인들 “지지자들 맹목적으로 충성”
하늘궁 전경. 부속건물들이 카메라 앵글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부지가 넓었다.
주류 정치권은 그를 기인 정도로 평가절하했지만 당시 대선에서 허 전 총재는 9만 6756표나 얻어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허 전 총재는 음반을 내고 각종 예능 방송에 출연하며 대표적인 폴리테이너(Politainer, 정치연예인)로 성장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허 전 총재 주변에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다. 허 전 총재는 지지자들의 후원으로 경기도 파주에 ‘하늘궁’이라는 건물까지 지었다.
지난 2017년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에 따르면 하늘궁 실소유자 김 아무개 씨는 건물을 짓기 위해 4억 5000만 원을 대출받고 월 200만 원씩 이자를 내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부담이 되지만 허 전 총재가 해달라고 하니 할 수 없다”고 말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외에도 허 전 총재는 자신을 신인(神人)으로 칭하며 에너지 치료를 명목으로 여성 가슴을 만지는가 하면, 지지자 후원으로 10억 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차량을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각종 의혹이 제기된 이후 허 전 총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허경영 왕국으로 불리는 하늘궁을 직접 찾아가봤다.
허경영 지지자 숙박시설인 힐링궁
허 전 총재와 관련된 기념품을 파는 공간도 있었다. 하늘궁 주변엔 힐링궁이라는 숙박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한 허 전 총재 측근은 “그런 왜곡보도를 믿을 사람이 어디 있나. 오히려 각종 보도 이후 지지자들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허 전 총재는 본좌섭리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회원이 되려면 최소 2만 원에서 최대 10만 원을 매달 후원금으로 내야 한다. 매주 주말 열리는 하늘궁 방문행사에는 최소 100명 가까운 지지자들이 온다고 한다. 하늘궁 방문행사 참가비는 10만 원이다.
일요신문이 하늘궁을 방문한 날은 평일이었지만 마침 지지자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20명가량 모인 지지자들은 모임을 시작하기 전 허 전 총재에게 단체로 절을 했다.
지지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지자들도 허 전 총재와 관련한 보도를 모두 봤다고 했다. 모두 왜곡보도고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 지지자는 “허 전 총재가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유튜브 강연을 한번 들어봐라. 허 전 총재 지지자 중에는 고학력자나 고위층 인사들도 많다. 한 현직 국회의원도 허 전 총재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임에서 지지자들은 허 전 총재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말하고 해답을 듣는다고 한다. 불교계에서 진행하는 즉문즉설과 비슷한 행사였다.
지지자들은 “우리 모임은 종교 모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기존 정치인 지지모임과는 확연히 달랐다. 정치와 종교가 결합된 특이한 형태였다.
취재를 위해 찾아왔다고 하니 지지자들이 허 전 총재와 직접 만나게 해줬다. 다만 사진촬영이나 녹음은 금지됐다.
허경영 신드롬에 대해 허 전 총재는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사람들이 자신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들에게 나는 정치적 메시아”라고 주장했다.
허 전 총재는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에너지치료가 아무 효과도 없고, 의료법 위반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믿음이 없는 사람은 치료할 수 없다”면서 “치료를 명목으로 따로 돈을 받은 적도 없고, 어떤 시술을 한 것도 아니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치료과정에서 여성 가슴을 만진 것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유방암이라고 해서 치료를 위해 만진 것”이라고 했다.
허 전 총재는 “실제 치료된 사례도 무수히 많다”면서 “일례로 나를 굉장히 싫어하는 한 지지자 딸이 있었다. 딸은 아빠가 날 만나러 다니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 어느 날 지지자 딸이 아프다고 해서 내가 치료해줬더니 그 후로 딸도 내 지지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도중 허 전 총재에겐 지지자들의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다. 허 전 총재 휴대폰 번호는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있고 누구든 전화를 해도 된다고 했다.
허 전 총재는 지지자와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전환해 들려줬다. 포항에 산다는 한 지지자는 “에너지치료를 받고 허리통증이 없어졌다. 허경영 벨트(하늘궁 기념품점에서 파는 상품)를 차고 다니는데 효과가 좋다. 제 지인들도 조만간 하늘궁을 방문할 테니 잘 치료해 달라”고 했다.
허 전 총재는 자신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 폭격을 막았다는 주장도 했다. 허 전 총재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에 사인을 해 기자에게 선물했다.
허경영 전 총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증거 사진.
기자가 본인 이름을 말한 후 외부에서 손가락을 잡아당기면 떨어지고, 허경영을 외친 후 손가락을 잡아당기면 안 떨어지는 식이다. 허 전 총재는 한 시간 반가량 인터뷰를 하면서 10여 차례 오링테스트를 시도했다. 오링테스트가 성공할 때마다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실수로 허경영을 외친 후에 손가락이 떨어지자 “기자가 자신을 모함하려 사기를 친다”며 호통을 쳤다.
허 전 총재는 차기 대통령이 되면 보상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차기 대선에서 사람들이 알아서 나를 추대해 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이 되면 보상해주겠다는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금한 적은 없다”고 했다.
허 전 총재는 인터뷰 막바지에는 기자가 불쑥 찾아온 것은 염탐을 하러 온 것이라며 불쾌해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지지자들에게 ‘기자가 돌아가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하늘궁 주변을 더 살펴보고 싶었지만 지지자들이 감시하는 바람에 도망치듯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늘궁 주변 상인들은 “가끔은 허경영 지지자들이 무섭다”고 했다. 한 상인은 “지지자들이 차량이나 자전거 등에 허 전 총재를 홍보하는 사진 등을 부착하고 다닌다”며 “허경영은 그냥 재미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지지자들이 허 전 총재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더라. (허 전 총재가) 교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일각에서 허 전 총재 지지모임이 사이비 종교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특이한 정치인의 기행 정도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