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3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항소심 선고공판 후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가 강 교육감에 대해 당선 무효형인 원심을 깨고 80만원을 선고하자 진보-보수성향 단체들 간 반응이 엇갈렸다.
진보성향 단체들은 ‘면죄부, 정치적 판결’이라 반발했지만, 강 교육감은 보수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 나갔다. 일각에서는 “전관(前官)의 힘이 또 빛을 발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도 나왔다.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연우)는 13일 강 교육감의 지방교육자치법 위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200만원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미 당원 경력이 언론 보도를 통해 광범위하게 알려졌으며,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위기에 몰렸던 강 교육감은 이날 벌금 80만원를 선고 받으면서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고, 검찰이 양형부당만으로는 상고할 수 없어 사실상 형이 확정된 것이다.
대구 보수성향 단체는 즉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구교육지키기시민연합은 이날 “재판부가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200만원을 선고받은 강 교육감에 대해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함으로써 교육감 직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며 반겼다.
이 단체는 “이제 대구교육청은 당초 모든 선거공약과 각종 교육정책들을 보다 면밀히 살피는 한편, 자율성과 책무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학교문화의 조성과 정착을 위해 한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학교 현장의 높은 기대감을 안겨 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역량교육, IB 교육과정의 단계적 도입, 1수업 2교사제, 학교 리노베이션 사업 등이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육감도 선고 직후 “교육감으로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한다”면서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가꿔 나갈 수 있도록 미래역량 교육과 다품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시민들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면죄부 판결”이라면서 “유사한 형태의 부정선거를 확산시킬 수 있는 판례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일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당혹스럽다”면서 “법원이 사실에 근거해 판결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판결을 한 것 같다”고 반발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보수교육단체들이 강 교육감 구하기에 나서면서 재판부는 벌써 사법농단 사건을 잊었는지 이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라며 “대구교육을 낭떠러지로 추락시켜 고사 직전으로 내몬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전관(前官)의 힘’이란 지적도 나왔다. 강 교육감이 항소심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모두 교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항소심에 앞서 ‘뉴스민’ 보도에 따르면 강 교육감은 지난 3월 19일 이번 항소심 재판부 김연우 부장판사와 같은 재판부에서 근무했던 김경철(52)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변호사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1991년 33회 사시 합격 후 1994년부터 부산에서 검사로 임관했다. 1998년까지 검사로 재직하다 1999년부터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돼 줄곧 대구에서 판사로 재직, 2013년 법무법인 양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2005~2006년 대구고법 제1형사부 배석 판사로 근무했다. 당시 함께 근무한 또 다른 배석 판사가 김연우 판사다. 김 판사 역시 김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사시 33회고, 사법연수원도 같은 기수(23기)다.
앞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권영진 대구시장도 검찰의 벌금 150만원 구형에도 1·2심에서 모두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으면서 시장직을 유지하자 ‘면죄부, 정치적 판결, 전관예우’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권 시장은 대구고법원장 출신 변호사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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