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구속 불발로 사실상 공모 관계 입증 실패...법리적 다툼 여지도 많아 구속영장 신청은 안 할 듯
경찰이 버닝썬 자금 횡령 혐의를 받는 전원산업 관계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15일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전원산업 이전배 회장과 최태영 대표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론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전원산업 관련 수사는 막바지 단계다. 법리 검토 등이 마무리돼면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원산업은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버닝썬 지분의 42%를 갖고 있어 클럽을 실소유했거나 클럽 운영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경찰은 그동안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20억여 원 규모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파악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원산업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전원산업 관계자들을 승리와 유인석 전 대표 구속을 가르는 핵심 인물로 판단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나 성매매 알선 등 혐의는 이들이 초범인 만큼 구속 가능성이 낮지만 횡령은 액수가 클수록 구속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승리와 유 전 대표는 함께 운영한 주점 ‘몽키뮤지엄’ 등의 브랜드 사용과 컨설팅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5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 왔다. 여기에 전원산업에 흘러들어간 자금까지 횡령으로 인정되면 전체 횡령 액수가 크게 불어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승리와 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서에 횡령을 주요 혐의로 명시했고, “전원산업 등과 횡령을 모의했다”며 전원산업 이 회장과 최 대표를 주요 공범으로 지목했다.
경찰이 의심하는 버닝썬-전원산업의 ‘횡령 모의’ 핵심은 임대료다. 버닝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전원산업의 투자금 조기 회수를 위해 임대료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횡령을 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원산업은 2017년 버닝썬 설립 초기 임대계약을 체결할 당시 매달 1666만 원의 임대료를 받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임대료를 월 1억 원으로 올려 받았다.
특히 전원산업 측은 올해 초 경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부풀린 임대료에 맞춰 임대계약서를 다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계약서는 경찰이 지난 4월 전원산업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확보한 계약서는 두 장으로, 작성 날짜는 같지만 임대료가 다르게 기재돼 있다.
이 가운데 한 장은 계약 날짜가 지난해 중순으로 명시돼 있으나 지난 2월 선임된 전원산업 임원 명의로 서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임대료를 올릴 당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정상 계약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임의로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전원산업 측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강력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계약서 작성이 늦었을 뿐 버닝썬이 자리를 잡고 매출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임대료를 올렸고, 1억 원도 주변 임대료 시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전원산업 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올려 받은 임대료에 대한 세금도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승리와 유 전 대표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된 만큼, 먼저 영장을 신청한 뒤 전원산업 관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고 검찰에 송치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와 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공모 관계 입증에 실패한 모양새가 된데다, 수사 내용과 전원산업 측 주장을 종합하면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