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유럽 출신 외인 밀어내고 주전 ‘우뚝’…지난해 맹활약 황의조 ‘주춤’
김민재의 중국행 결정에 많은 우려가 뒤따랐지만 그는 시즌 초반 일정을 보낸 현재, 팀내 주축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한·중·일 3국이 이끄는 동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K리그는 시장이 가장 작은 리그다. 이에 기량이 좋은 선수들은 중국과 일본의 높은 평가와 함께 거액을 받고 중국 슈퍼리그나 J리그로 진출한다. 자연스레 국가대표팀에도 많은 선수들이 슈퍼리그 또는 J리그 소속으로 활약 중이다. 유럽과 달리 춘추제로 치러지는 동아시아 리그는 현재 초반 일정을 보내고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뛰고 있는 주요 선수들은 현재 어떤 시즌을 보내고 있을까.
#‘중국화는 없다’ 영향력 넓혀가는 중국리그 수비수들
현재 대한민국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이라고 평가받는 김민재는 지난해 말 해외 진출을 놓고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전북현대 소속이던 그를 놓고 많은 경로로 ‘러브콜’이 이어졌고, 그의 선택은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이었다. 이를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뒤따랐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만큼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향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또한 중국의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슈퍼리그 내 외국인선수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며 다수의 한국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봐왔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선 ‘리그 수준이 낮은 중국에서 뛰면 기량이 퇴보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큰 화제를 낳았기에 그의 행보에 많은 눈길이 쏠렸다. 그럼에도 우려가 뒤따랐지만 현재까지는 난관을 잘 극복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적 후 처음 열린 슈퍼컵(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간 맞대결)에는 나서지 못했다. 1경기 만에 또 다시 많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아시아 소속 선수에게 주어지는 출전 자격인 ‘아시안 쿼터’가 없어진 중국에서 헤나투 아우구스투, 조나탄 비에이라, 세드릭 바캄부 등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밀어내고 출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리그에서는 이따금씩 선발로 나서며 들쭉날쭉한 출전이 이어졌다. 아시안 쿼터가 적용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붙박이로 경기에 나섰지만 팬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챔피언스리그는 일정이 일정치 않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경기 수 또한 부족하다.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전경기를 출전한다고 해도 총 14경기만을 나설 수 있다. 물론 팀이 중도에 탈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베이징 궈안은 유럽 빅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이끄는 공격진에 비해 뒷문이 불안한 팀이었다. 이에 아시아 최고 수준 수비수인 김민재의 영향력이 커져 갔다. 지난 4월 20일부터 그가 리그 경기에서도 빠지지 않고 출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의 활약과 함께 베이징은 전승가도를 달리며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김민재 이외에도 슈퍼리그에는 또 다른 국가대표급 수비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권경원이 그 중 한명이다. 권경원의 소속팀 텐진 텐하이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않는다. 한국 선수가 꾸준히 나설 수 있는 대회 하나가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권경원은 16일 현재까지 치러진 슈퍼리그 9경기에 모두 선발 풀타임으로 출전해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텐진의 팀 사정도 한 몫했다. 텐진은 지난 겨울 모기업이 중국 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며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팀이다. 자금 충당을 위해 새롭게 부임한 최강희 감독의 계약이 무효화 됐고 악셀 비첼, 알렉산드르 파투와 같은 유명 선수들도 팀을 떠났다. 이후 2명의 외국인 선수들만을 수혈해 권경원이 경기에 나서기 수월한 상황이다. 물론 그는 지난 시즌부터 확고한 입지를 다진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K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경남 FC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인 박지수도 올 시즌을 앞두고 슈퍼리그에 진출했다. 소속팀은 중국 내 명문으로 발돋움한 광저우 헝다 에버그란데다. 중국 국가대표 선수가 즐비해 풍부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팀이다. 이에 박지수는 현재 챔피언스리그 5경기와 FA컵 1경기에만 나섰다. 리그 경기에도 나서며 활동 반경을 넓혀야 한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은 그가 뽑히고 싶어하는 국가대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급 골키퍼 정성룡은 일본 J리그 이적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최근 2~3년 사이 대한민국 출신 골키퍼들이 J리그에 차례로 진출했다. 이에 조현우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J리그 소속 골키퍼들로 대표팀이 도배될 정도였다. 외국인 골키퍼 영입이 금지된 K리그와 달리 J리그가 기량이 좋은 골키퍼 육성에 실패했고, 진출할 수 있는 해외리그가 한정적인 국내 우수 골키퍼들의 사정이 맞닿으며 벌어진 현상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연달아 나섰던 골키퍼 정성룡은 일본 진출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소속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올해도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시즌 전경기에 출전했고 리그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며 4위로 순항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도 모두 선발로 골키퍼 장갑을 꼈다. 가장 오랜 기간 J리그에서 활약한 골키퍼인 김진현도 흔들림이 없다. 정성룡과 마찬가지로 리그 11경기에 모두 선발로 골문을 지켰다. 지난해 가시마 앤틀러스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공을 세웠던 권순태도 부상으로 빠진 1경기를 제외하면 변함없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J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구성윤은 최근 들어 떠오르고 있는 골키퍼다. 지난 2017년 소속팀 콘사도레 삿포로의 승격 이후 1부리그 잔류를 이끌고 있다. 주전으로 꾸준히 나서며 최근엔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A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최근 입지가 흔들렸던 이는 빗셀 고베의 김승규다. 루카스 포돌스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 등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타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말부터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경기가 있었다. 30경기에 연속으로 선발 출장하다 시즌 마지막 4경기에 결장했다. 올 시즌엔 4~7라운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 시기 팀이 흔들렸고, 감독이 교체되며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김승규의 활약에도 팀은 연패를 끊어내지 못해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 붙박이 공격수로 자리잡은 황의조는 소속팀에서 지난해에 비해 부족한 골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해 대한민국 축구를 뜨겁게 달궜던 스타 중 한 명은 공격수 황의조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압도적인 활약으로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를 발판삼아 A 대표팀에도 꾸준히 선발되고 있다.
그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만 한정적이지 않았다. 소속팀 감바 오사카에서도 눈부신 골 결정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소속팀에서 치른 34경기에서 20골을 넣었다. 대표팀에 꾸준히 불려가는 상황에 대해 오사카 현지 팬들이 애교 섞인 불만을 토해낼 정도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지난해에 비해 아쉬운 골 기록을 보이고 있다. 리그 11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2골만을 넣었고 리그컵 3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폭발력을 선보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자연스레 소속팀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승 2무 7패로 16위에 위치해 이대로라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하는 상황이다.
감바 오사카에는 황의조 말고도 2명의 대표급 한국인 선수들이 함께하고 있다. 김영권과 오재석이 함께 감바 수비진을 구축하고 있다. 김영권은 리그 전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골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오재석은 리그 8경기를 뛰었다.
또한 지난해 K리그2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FC 도쿄로 떠난 나상호는 리그보단 컵대회에 주로 선발로 나서는 상황이다. 리그에서도 선발은 아니지만 출전 기회를 꾸준히 부여받고 있다. 리그와 컵대회에서 각각 1골씩을 기록한 바 있다.
나상호도 팀 내 한국인 동료가 있다. 지난해 병역혜택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장현수가 그 주인공이다. 국가대표로서 모습은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지만 소속팀에서는 주요 선수로 활약 중이다. 리그 11경기에서 9회 선발로 나섰다.
권순태와 함께 가시마 수비를 책임진 정승현은 부상이 발목을 잡은 경우다. 지난해 주전으로 활약하며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클럽월드컵에서도 붙박이로 뛰었던 그이지만 올 시즌은 부상으로 경기에 좀처럼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경기인 12일 고베전에서는 오랜만에 선발 출전에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중국의 공포였던 ‘강희 대제’ 정작 중국선 고전 ‘K리그 1강’이라는 수식어를 수년째 달고 있는 전북 현대는 지난 겨울 팀의 큰 축을 잃었다. 주전 수비수 김민재가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데 이어 10여 년이 넘도록 팀 지휘봉을 잡았던 최강희 감독도 중국으로 떠났다. 앞서 최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당시 중국 팀들을 연신 잡아내는 모습으로 현지 언론에선 그를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손꼽히는 청나라 4대 황제에 빗대 ‘강희 대제’라는 별명을 붙인 바 있다. 정작 그는 황제라는 평가에 “나는 황제가 아니고 ‘봉동(전북 완주군 봉동읍) 이장’이다”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지도자 인생에 반전을 맞이한 계기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수십억 원의 거액 연봉을 약속받고 중국으로 향한 최 감독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소속팀 텐진 텐하이(당시 텐진 취안젠)가 해체 위기에 몰리며 그 또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후 감독직이 공석이 된 다롄 이팡에서 그의 손을 잡으며 중국에 안착하는 듯 했지만 저조한 성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다롄은 현재 9경기에서 1승(4무 4패)만을 거두며 부진하다. 16개 팀 중 13위에 머물러 있고, 강등권인 15위와는 승점 2점차다. FA컵에서는 1승을 거뒀지만 승리한 2경기에서 각각 1-0으로 부족한 공격력을 보였다. 팀 내 최고 득점자는 스페인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출신의 야닉 카라스코(벨기에)다. 카라스코만이 8경기에서 6골로 거액의 외국인 선수로서 제몫을 하고 있다. 그 외에 팀과 4시즌 째 함께하고 있는 공격수 은샤사 무세크위(짐바브웨)는 단 2골로 부진하다. 최소 두 자리 수 이상 골을 기록하던 그의 부진이 뼈아픈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20경기에 나서 15골을 기록한 바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반테 출신 엠마뉴엘 보아텡(가나)는 단 1득점에 그치고 있다. 또한 다롄이 최 감독과 함께 야심차게 영입한 ‘나폴리(이탈리아 세리에A)의 심장’ 마렉 함식은 공격 포인트 침묵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