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후임 없어 한번 더’ 국토위 ‘내가 더 하면 안될까’
국회는 오는 6월 본회의를 열고 6개에 대한 상임위원장 교체에 나서야 한다. 사진=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며 “당락과 관계없이 과방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 의원이 대표 선거에서 패배하며 위원장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내에서 아직 여기에 대한 말이 없다. 나는 일단 원내대표실에 말을 했으니, 거기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민주당) 선수 3선, 그리고 재선과 4선들 가운데에서 위원장직을 맡은 적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명단을 작성하는 중이다. 3‧4선에 재선까지 추가하니 열 몇 명이 되더라”라며 “과방위 소속 의원들뿐만이 아니라 그 외의 인물들까지 모두 다 고려하고 있고,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방위의 한 관계자는 “그 누구도 과방위원장직을 맡지 않으려 해서 아마 노 의원이 계속 맡아야 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임기가 1년이 남았다 할지라도 현역 의원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총선 1년 앞두고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위원장실에 계속 불려다니는 것도 좋지 않고, 과방위가 비인기 상임위인데다 지역구에 그리 도움도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원들 입장에선 이번 1년 위원장직 맡으면 괜히 이력에 ‘위원장’ 이름이 남고, 이런 이유에서 다른 위원장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의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 100% 확신하는데 (공석을 채울) 다른 의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순자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같은 당 홍문표 의원과 위원장직을 1년씩 번갈아가며 맡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는 최근 ‘박 의원이 위원장직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위원장직을 2년 채울 의지를 가지고 계신다. 무엇보다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위원장을 교체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시기상 적절치 않다”며 “게다가 국토위원회에 산적한 현안도 많아 지금 당장 바꾸는 것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문표 의원실 측은 “지난해 당 차원에서 1년씩 맡기로 합의한 바 있고, 과거 전례에서도 이런 문제로 합의 사안이 지켜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문제없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토위 소속의 한 익명의 의원은 “소속 의원들은 1년 단위로 교체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약속했으니 그렇게 되는 걸로 다들 알고 있다”며 “만약 박 의원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원내대표가 강제로 사보임시키면 되는 거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원리원칙대로 해야지. 그렇게 될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임위원장직 교체에 대해 의원 간 이견이 없으면 본회의에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시키게 된다. 그러나 국토위처럼 당사자들 간의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 원내대표 또는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를 직접 조율한다. 이후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뒤 본회의로 올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위원장은 홍일표 한국당 의원이다. 이곳도 1년 단위로 홍일표 의원과 이종구 의원이 나눠서 맡기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 일각에선 홍일표 의원이 위원장직 교체를 두고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자리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종구 의원 측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위원장직을 교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이종구 의원실 측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지만, 내용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위원장직 교체는) 의원총회에서 약속한 것이지 않나.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홍일표 의원이)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위원장직을 유지해야 하는지…”라고 말했다. 홍일표 의원실 측도 “그런 소문은 모른다. 홍일표 의원은 2년을 연이어 하고 싶다고 표현한 적이 없고 원칙에서 벗어날 사람도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절차적으로 상임위원장이 되려면 본회의에서 통과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일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는 1년이 아닌 6개월 임기였다. 외통위 위원장은 강석호 의원에서 윤상현 의원으로, 예결위 위원장은 안상수 의원에서 황영철 의원으로 지난 3월에 교체됐다. 당초 약속대로라면 1월에 교체했어야 했지만, 본회의가 3월에 열리는 바람에 늦어졌다. 이들이 1년이 아닌 6개월로 약속한 배경에도 눈길이 쏠린다. 강석호 의원은 외통위원장을 맡기 직전인 20대 국회 전반기 때 정보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는 이유, 안상수 의원은 당 대표가 되기 위해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6개월을 맡았다.
그 외에 기재위(정성호 민주당 의원→이춘석 의원), 복지위(이명수 한국당 의원→김세연 의원)가 교체되고, 행안위와 여가위의 인재근‧전혜숙 의원이 자리를 맞바꿀 예정이다. 국회는 곧 본회의를 열고 6개의 상임위원장을 확정해야 한다. 교섭단체의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모여 의사일정을 합의하고 임시회가 예정된 6월 중 상임위원장들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선출로 운영위원회 위원장직(당연직)도 교체 예정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